전설의 타짜가 된 빅뱅 최승현
부담 있었지만 '나는 만화다' 생각으로 올인
편견과 위기에서 에너지 찾았다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강형철 감독은 걸어들어오는 최승현을 보고 "어, 함대길이다"라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그의 걸음걸이와 표정, 눈빛이 좋았다. 엉뚱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고급스러웠다. 강형철 감독이 최장기간 붙잡고 있었던 '타짜 : 신의 손' 시나리오는 그렇게 최승현에게 건네졌다. 강 감독은 "이 시나리오는 네 것이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타짜 : 신의 손'(감독 강형철ㆍ제작 싸이더스픽처스ㆍ이하 타짜2)의 주인공, 가수 겸 배우 최승현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실 '타짜2'는 부담이 많은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이 연출, 조승우, 김윤석이 주연을 맡은 전작 '타짜'가 케이퍼무비의 걸작으로 남았기에 후광을 이어받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로 비교될 가능성도 컸다. 특히 극의 중심을 잡은 주연배우 최승현의 경우 더했다. 그룹 빅뱅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다시 스크린에 도전장을 던졌다.

"저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타짜2' 시나리오 받고 저라고 생각이 없었을까요. 4~5개월은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결정을 내렸어요. 무엇이 저를 움직이게 한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정한 이상 '올인'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출연 작품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 초조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이런 모습은 함대길스럽지 못한 건데."(웃음)

'타짜2'의 남자주인공 함대길은 전작 '타짜' 속 고니의 조카다. 타고난 손기술과 승부욕을 닮은 그는 깡 하나만 믿고 살벌한 타짜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력만 믿고 승승장구하다 한순간에 몰락한 그는 터진 입 고광렬(유해진)과 손잡고 첫사랑 허미나(신세경)와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한판을 벌인다. 상대는 전설의 타짜 아귀(김윤석)다.

"대길이를 연기하기보다 저 자체가 만화가 되려고 했어요. 저는 하나의 대리인일 뿐이죠. 캐릭터 자체가 낙천적이다 보니 깊은 감정 대신 조금 과장되고 살짝 떠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전작에서는 해보지 않은 방식이라 재미있었어요.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사라져버렸던 저돌적인 면이 함대길에 담겼어요. 순수해서 용감할 수 있었던 시절의 모습이랄까."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은 하나의 편견이다. 자신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쏟아진 우려의 목소리를 최승현 역시 알고 있다. 그는 "무관심보다는 기대와 우려가 큰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후회없이 털어냈다. "이보다 더할 수 없기에 못한 것이고, 덜하려했던 것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타짜2' 속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과 더불어 만족감을 나타냈다.

"도움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특히 유해진 선배와 상대역 신세경에겐 빚이 있을 정도네요. 그들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저를 던질 수 있는 용기는 강형철 감독이 주셨고 우려와 부담은 김인권 선배의 위로로 씻어냈죠. 저는 사실 '잘한다 잘한다'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나아지는 스타일이에요. 이걸 어떻게 아셨는지 힘을 실어주시더라고요."

극 중 이하늬와 벌인 베드신에 대해서는 "동선이 복잡해서 '출발 드림팀'을 찍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편안한 누나처럼 이끌어주는 이하늬가 참 고마웠다.

"이하늬 선배보다는 제가 (노출에) 더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쑥스럽더라고요. 집에서도 긴 팔 티셔츠를 입고 있을 정도로 살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나는 만화야'라는 생각을 하니 잡생각이 사라졌어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화려한 손기술을 자랑하지만 사실 화투와는 인연이 적다. "명절에도 화투 대신 윷놀이를 한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승부욕 때문에 게임은 잘 즐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익숙하지 않았던 화투장은 4~5개월 동안 정성을 쏟은 맹연습 덕에 손에 완전히 익었다. '타짜' 속 고니의 기술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진짜 타짜가 아닌 마술사에게 전수받았다는 것. 리얼리티는 떨어질 수 있어도 화려함의 강도는 더했다. 함대길은 이렇게 완성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이 '함대길을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 배우의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보다 잘하기보다 저의 색깔이 함대길에 담겼으면 했어요. 영화가 공개된 이후 조승우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본인이 아끼고 애정을 품고 있었던 작품이라며 격려해 주셨죠. 그래도 마음에 드셨는지 칭찬도 듣고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최승현은 '타짜2'의 불안요소인 동시에 비밀병기다. 편견이 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실제로 최승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합격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 걱정과 우려, 위기 속에 출발했기에 열매가 더 달다.

"무대가 아닌 촬영장에 잘 적응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해요. 하지만 '적응'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 10년을 섰지만, 아직도 떨려요. 또 적응한다는 것은 더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적응하고 싶지 않아요. 언제나 위태롭고 불안해지고 싶어요. 불안함에서 나오는 것들이 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위기라고요?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놀라워요. 겁이 없달까. 앞으로 더 많은 위기를 겪고 싶어요. 그것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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