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퇴 의사 밝혀…대주주로써 여전히 경영 참여는 가능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연이어 붕괴사고가 일어난데 대해 결국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스스로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17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본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맡은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7개월만인 이달 12일 다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5명의 실종자가 나오는 등 계속된 악재에 정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2일 곧바로 현장에 내려갔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사고 당시에도 정 회장은 곧바로 현장을 찾아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다만, 지난해와 학동 사고 현장에서와의 행보와 다르게 정 회장은 이번 사고 현장에선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고 다음 날 열린 현대산업개발 임원진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정 회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학동 사고 당시 사고 발생 다음 날 곧바로 정 회장이 사고 현장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었다.

7개월 전과 달리 이번에도 정 회장이 현장에 내려가 있으면서도 공개활동을 거의 보이지 않은데 대해 일각에선 정 회장이 사고 발생 당시부터 사퇴 등 모종의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장에 정 회장이 내려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는 사퇴와도 관련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정몽규 회장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99년부터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맡아온 오너 경영인이다. 정 회장은 20년 이상 회사를 이끌면서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왔지만 이번 사고로 결국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주택 사업에 치중돼 있던 경영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가 해를 넘겨 2020년 결국 인수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남겼고, 지난해와 올해 연이은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로 인한 퇴진까지 아쉬운 뒷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 회장이 회장직에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가 사실상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면서 당분간 현대산업개발은 현 유병규 대표이사가 수장을 맡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올해 1월 현대산업개발 대표를 맡자마자 채 한달도 되지 않아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신임 사장으로서 우환에 흔들리는 회사를 안정시켜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장직 사퇴는 그만큼 이번 사안을 회사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 및 피해자 보상과 위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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