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업단, 조합 측에 공사계약서 근거로 공사비 5200억원 증액 요구

조합측 “해임된 이전 조합장이 체결한 공사비 증액 받아들일 수 없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1만2000세대로 단일 단지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이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대치 상태에 놓이면서 표류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컨소시엄 시공사업단(대표주관사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이하 현대사업단)은 둔춘주공 재건축조합에 최근 5200억원 공사비 증액 요구 공문을 보냈다.

현대사업단은 세대수 증가 및 고급화로 인한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지난해 6월 체결된 공사계약서에 따라 공사비가 기존 2조6000여억원에서 3조2000여억원으로 늘어난 만큼,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해당 공사 계약서는 해임된 이전 조합장이 체결한 것으로 현재 조합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책정 문제를 놓고 내흥을 겪다가 기존의 조합장을 해임하고, 현 조합장을 새로 선임했다.

공사비 증액 계약서는 지난해 6월 25일 체결됐다. 계약서가 쓰인 이날 전 조합장의 해임이 발의됐고, 45일이 지난 후 8월 8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조합장 해임이 의결됐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해임된 전 조합장이 싸인한 공사비 증액 계약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결정적으로 해당 계약서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도 받지 못한 공사계약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단 측은 이 같은 조합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합장의 해임은 공사계약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계약서는 조합장이라는 사람을 보고 맺은 것이 아니라, 조합을 대표하는 조합장의 권한에 따라 체결된 것인 만큼 인사 교체와 상관 없이 계약서는 유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가 바뀌었다고 전임 대표 시절 계약을 무효화 하는 경우가 어딨는지 모르겠다”며 “공사비 증액 요구는 법적으로, 상식적으로도 정당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조합 측 의견에 대해서도 “해당 계약서는 분명 임시총회를 통해 통과된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이처럼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을 놓고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협의를 이루기 위한 양자 간 대화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조합 측은 현대사업단이 자신들과 소통을 할 의사가 없다며 공분하는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사업단 측에 공사비 증액이 왜 필요한 지 납득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건설사 측에서 어떠한 자료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계약서에 이미 공사비 증액에 대한 근거가 담겨있다”며 “조합 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를 넘어서서 회사 대외비에 속하는 내밀한 세부 사안까지 모두 넘겨달라는 것인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공사비 증액 사안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 및 내년 초로 예정된 일반분양 연기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이제 정말로 남아있는 사업비가 얼마 없다”며 “조합에서 증액된 공사비를 내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업단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이 연기되면 가장 큰 피해는 조합원들이 입게 된다”며 “조합도 공사비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조합장이 바뀐 만큼 이전 계약서가 아닌 현 조합원들이 모두 납득할만한 새로운 내용의 계약서를 써서 사업단 측과 합의를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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