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등 서울서 재건축 사업성 악화되자 리모델링 추진으로 방향 틀어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는 주택시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전국적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강남 서초 등 사업성이 좋은 단지들이 재건축보다 사업 추진이 빠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추세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서울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고 있다.

11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총 88개 단지에 달한다. 지난 2019년 6월말 기준 24개 단지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여기에 전국에서 조합설립 전 단계인 추진위원회 설립 후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리모델링 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강남 등에서 선회하는 움직임이 크다. 서울 강남 일대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속속 나오며 그야말로 리모델링 열풍이 불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청담 신동아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청담신동아는 현재 지상 14층, 106가구 규모의 단지다. 리모델링사업을 거치면 121가구 규모로 변신한다.

또한 대치동 현대1차 아파트는 6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일원동 푸른마을아파트는 6월부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꾸려 주민 동의율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 신화아파트와 동아아파트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잠원 동아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지난 8월 조합설립인가를 획득해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화아파트는 1997년 준공한 166가구 미니단지이지만,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신호탄으로 리모델링 바람이 번지고 있다.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 역시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리모델링 사업준비 첫번째 단계로, 2022년 10월 조합설립을 목표로 주민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을 하려면 워낙 안전진단 받기도 힘들어 재건축을 못할 바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최근 매물이 없고 집주인들이 호가도 1억원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형건설사도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우수한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매진했지만, 서울에서도 리모델링 사업 규모가 커지자 수주에 적극 임하는 모습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터무니없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금액이 등장하고 안전진단 통과가 막히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남 등 서울 주요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강남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재건축 사업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재건축은 일단 안전진단을 받기에 까다롭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각종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정에 걸려 10년 보유, 5년 실거주한 매물이 아니면 아파트를 쉽게 팔 수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볼 경우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가져가는 제도다. 특히 강남권 일대는 사업이 커서 재초환 금액이 큰 만큼 조합원들에게는 부담이 됐다.

하지만 재건축과 비교해 리모델링은 규제가 덜한 편이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차부터 안전진단 C등급 이상이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도 재건축은 주민 4분의 3(75%)이지만 리모델링은 3분의 2(66.7%) 이상이면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당분간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