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사위 발표…“불법 재하도급으로 공사비 7분의 1로 줄어”

9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왼쪽)과 이영욱 중앙건축물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이 광주 학동 4구역 건물 붕괴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지난 6월 9명이 사망한 광주 건물 붕괴 사고에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부실공사가 이뤄진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토교통부 광주 사고 조사위원회는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사 현장에서 건물 철거 공정을 맡은 하청사인 한솔기업은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에 공사작업에 대한 사전보고 후 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솔기업은 현대산업개발에 사업구역 내 노후 건물 해체 계획을 제대로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것은 현대산업개발도 하청업체인 한솔기업의 부실 철거공사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영욱 사고조사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의 조사와 법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부실 공사 인지 사실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조사위의 사고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하청업체가 다시 하도급을 주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것도 이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대산업개발은 한솔기업과 철거 공정 하도급 계약을 맺었고,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을 줬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6월 10일 정몽규 회장과 권순호 대표 등이 광주 사고 현장에 내려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불법 재하도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백솔건설의 불법 재하도급 계약 사실이 드러나자 6월 18일 국회에 출석한 권순호 대표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당초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번 현장의 단위 면적(3.3㎡)당 공사비는 현대산업개발의 원도급에선 28만원이었지만 한솔기업의 하수급에서 10만원으로 감소했고 백솔건설의 재하도급에선 4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처럼 공사비가 대폭 깎여나가면서 부실공사는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조사위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한솔기업과 철거공사 공정 계약을 맺고, 하도급을 준 것은 맞지만 그 이후로 다시 한솔기업이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는 재하도급이 있었는 지는 사고 당시 알지 못했던 일이고, 지금까지도 당시와 같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욱 사고조사 위원장은 "이번 사고조사 결과 발표로 피해 가족과 국민들이 붕괴사고의 원인을 납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종 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3주 후에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조사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대책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마련해 10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현장소장 1명이 구속되고, 안전부장 1명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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