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재하도급 관여 여부 드러날 경우 현대산업개발 고위층으로 수사 범위 확대 전망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가운데 모자이크)과 안전부장(뒷쪽 모자이크)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지난달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건물 붕괴 사고로 현장소장이 구속되면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어느 선까지 사고 책임이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광주지법 형사22단독 박민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로 이번 공사의 현장소장인 서모씨(57)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법원은 같은 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안전부장 김모씨(57)에 대해선 주거가 일정해 도주할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모두 현대산업개발 소속 직원들이다. 지난 6월 9일 사고가 발생하면서 9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후 근 한달 반만에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처음으로 구속된 것이다.

그 동안 해당 공사 현장에서 직접 철거 작업을 맡은 하도급 업체 대표를 비롯한 5명이 구속된데 이어 이번에 시공사 직원까지 구속되면서 현대산업개발 측에도 본격적으로 수사의 칼날이 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19일 현장소장과 안전부장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이들이 건물 붕괴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과도한 살수 작업을 지시하고, 건물 위쪽부터 차례대로 철거를 하도록 돼 있는 해체 계획서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묵인 또는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현장소장의 구속에 이어 현대산업개발 윗 선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지 여부의 불씨는 불법 재하도급 계약의 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소장은 경찰 조사에서 불법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 역시 사고 다음 날 현장에서의 기자회견은 물론 국회 출석 당시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현장소장의 구속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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