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여의도 63빌딩 스퀘어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밀집 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올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68%라고 발표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자체 조사결과 30%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공방이 일고 있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8.4%다. 이는 전국의 공시대상 토지 3398만 필지 중에서 52만 필지를 선정해 나온 결과다.

이번 조사·평가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66개 감정평가법인과 감정평가사무소에서 총 1180명의 감정평가사가 참여해 이뤄졌다. 조사 시점 기준은 2021년 1월 1일이다.

국토부는 올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90%를 달성해 시세와 공시지가를 비슷한 수준까지 맞춰 재산세를 인상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최근 경실련은 국토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여전히 턱없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올해 1월 1일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위치한 85개 아파트 토지시세를 자체 조사해 국토부의 2021년 공시지가와 비교했다. 아파트 시세는 KB시세와 다음 부동산 시세를 적용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85곳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30.4%로, 정부가 발표한 현실화율에 절반에도 채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공시지가를 당장 2배 이상 인상, 시세반영률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려 모든 부동산에 대해 차별 없이 올바른 공시지가 기준으로 세금 등이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경실련의 발표가 서울지역 내 아파트 특정 아파트 단지 수십여개만 놓고 조사한 편파적인 통계 수치라는 입장이다.

신광호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경실련 발표는 현실화율 수치로써 대표성을 갖기엔 조사 대상 단지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이에 경실련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서울이고, 과세 왜곡 현상이 가장 심한 곳도 서울”이라며 “국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도 서울인 만큼, 해당 지역 아파트를 조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범위가 협소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실련은 “조사 대상 85개 아파트는 서울 지역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단지들”이라며 “서울 25개 자치구 내에서 인구 수 비례로 각 자치구 내 조사 대상 단지 개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단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표성을 가지는 대단지를 포함했고, 통계 왜곡을 피하기 위해 반대로 소규모 단지도 제외시키지 않았다”며 “신축과 구축, 재건축 예정 단지 등 다양한 환경에 놓인 아파트 단지들을 적절히 배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실련의 발표가 통계를 편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폭이 가장 컸고, 공시지가 현실화율 조사 시기와 발표 시점이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화율이 서울 집값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실련 조사 결과는 정부 비판 의도가 담긴 통계의 편의적 해석으로, 결국 전국을 대상으로 한 국토부의 공식 발표가 현실에 더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센터 팀장도 “국토부와 경실련의 현실화율이 30%나 차이가 나는 것은 경실련이 집값이 비싼 서울 지역의 일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기 때문”이라며 “경실련처럼 서울의 85개 아파트 단지가 아닌 서울 전체 아파트만 놓고 조사를 해도 현실화율이 30%처럼 낮지 않기 때문에 국토부의 전수 조사가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 서울 아파트고, 집값이 가장 많이 올라 부동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도 서울 아파트인 만큼, 이를 대상으로 한 경실련의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과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현실화율도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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