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신용대출 규제로 전세난 심화돼 매매가 오르는 악수”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정부가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지한 데 이어 최근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가용 주택자금이 줄어들자 저가 주택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5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이편한세상보문 84㎡(32평)은 지난 13일 9억95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쓰고 신고가로 실거래됐다. 이전 거래가에서 2억30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노원구 상계 주공 10단지 62㎡(25평)은 지난 6일 6억5000만원에 신고가 실거래 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거래가에서 1억4000만원이 껑충 뛰었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1차 84㎡(34평)도 지난 3일 9억73000만원에 매매 계약돼 이전 거래가 대비 7600만원 오른 가격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아이원 85㎡(32평)은 지난 10월 30일 이전 거래가보다 7900만원 뛴 9억8700만원에 거래되면서 역시 신고가를 찍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부터 상대적으로 서울 내에서 집값이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에서 집값 급등 사례가 잇달아 나왔다.

서울 고가 주택이 밀집해 있는 강남3구 지역은 또다른 모양새다. 84㎡ 이상 중대형 주택이 보합세나 소폭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84㎡ 미만 중소형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중대형 주택과 갭을 줄이고 있다.

서울 강남 중대형 실거래가 현황을 살펴보면 강남구 도곡렉슬 115㎡(43평)은 지난 11일 32억원에 실거래 됐다. 이전 거래가에서 8000만원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자이 85㎡(35평)은 지난달 29일 27억6500만원에 팔리면서 이전 거래가 대비 1억3500만원이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85㎡(34평)은 이달 4일 19억8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직전 거래가에서 7000만원 하락했다.

이에 반해 강남 중소형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60㎡(26평)은 이달 7일 17억5000만원에 손바뀜 되면서 이전 거래가 대비 5000만원 올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초구 서초네이처힐 60㎡(26평)은 지난 3일 12억원에 실거래 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거래가에서 5000만원 올랐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또한 59㎡(24평)으로 대표되는 중소형 주택이 최근 최고가를 찍으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용산구 한가람 아파트는 지난 6일 60㎡(25평)이 15억5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이전 신고가에서 5000만원이 또 올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59㎡(24평)도 지난달 23일 14억8000만원에 실거래 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신고가 대비 집값이 500만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데 따른 풍선효과로 서울 저가주택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신용대출 규제 강화는 특히 고가주택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체 수요가 중저가 주택으로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난 노무현 정부 후기 강남 주택 시장이 겨우 안정을 찾을 때 노도강 지역이 추가적으로 40프로가 올랐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신용대출 규제 강화가 구매력의 약화를 야기하지만 여전히 자기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구매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중저가 주택 구입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용대출 규제로 인해 가용 자금이 줄어든 주택 매수 대기자들이 아파트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고 원장은 “이 경우 전세난이 더욱 심화돼 전세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결국 이번 신용대출 규제 또한 정부가 정책적으로 악수를 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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