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예정 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 11월 들어 거래 ‘급증’

“개발호재로 가격 뛸 것 vs 소음 등 공항 건설은 호재 아냐”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정부가 김해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 하면서 유력한 신공항 예정 부지인 가덕도 인근 부동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항 건설 호재로 부지 인근 아파트 단지들에서 최근 거래가 크게 늘어났고,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도 증가세다.

다만,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인해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는 의견과 공항으로 인한 주변 소음 발생으로 오히려 부동산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 가덕도 인근 용원동 ‘부산신항만 이지더원’-신호동 ‘부산 신호월더하임’ 거래량 급증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부가 김해 신공항 백지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력한 대체 공항 예정 부지로 떠오르고 있는 가덕도 일대 부동산 시장은 꿈틀거리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 부지와 가장 인접해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일대는 정부 발표가 나온 17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는 후문이다.

공항이 들어설 것으로 유력시되는 가덕도와 가장 인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들로는 라인건설이 2014년 준공한 용원동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1단지(340세대) 및 2단지(452세대)와 원건설이 2005년 준공한 신호동 ‘부산 신호월더하임’ 아파트(671세대) 등 총 3개 단지가 꼽힌다.

용원동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1단지 인근 S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17일 (김해 신공항 계획 백지화) 정부 발표 후 인근 이지더원 아파트 매수를 희망하는 문의 전화가 꽤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2단지 인근의 N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도 “정부 발표 이전부터 현지에선 가덕도가 신공항이 예정 부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전했다.

이지더원 2단지 인근의 또다른 C 공인중개사 대표는 “가덕도 북쪽 용원동과 신호동에 부산 신항이 위치해 있는 만큼 인력과 물류 이동 수요 측면에서 내륙 지역인 김해보다는 가덕도가 공항 예정 부지로 더 적합해 현지에선 일찌감치 김해가 아닌 가덕도가 공항 부지로 선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1단지 정문 문주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실제로 용원동 부산신항만 이지더원과 신호동 부산 신호월더하임은 11월 들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1단지는 올해 8월 이후로 매매 거래가 뚝 끊겼다가 김해 신공항 백지화 얘기가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거래가 다시 시작돼 10월말부터 이달 초 현재까지 연이어 5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2단지 역시 지난 8월 이후로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는 연달아 총 3건의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신호동의 부산 신호월더하임은 더욱 거래량이 늘어 이달 들어 약 20일만에 총 8건이 매매 거래됐다. 11월 이전까지만 해도 이 단지는 한 달 평균 거래량이 채 한 건에도 못 미쳤지만 최근 급격히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신호월더하임 인근 H 공인중개사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얘기가 현지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급격하게 거래가 활발해 졌다”며 “공항 건설 개발 관련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인근 부동산에 흘러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가덕도 인근 아파트 대부분 부영이 지은 임대단지…공항 건설 수혜 여부 엇갈려

가덕도 바로 북쪽에 붙어 있는 내륙 지역인 용원동과 신호동에 위치해 있는 아파트들은 대부분이 부영주택이 건설한 아파트 단지들로 채워져 있다.

용원동에는 일반분양 아파트인 부산신항만 이지더원 1단지와 2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은 모두 임대주택인 ‘부산신항 사랑으로’ 1~7단지가 들어서 있고, 신호동도 부산 신호월더하임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은 모두 임대주택인 ‘부영 사랑으로’ 1~5차 단지다.

이지더원 2단지 인근 C 공인중개사 대표는 “부산신항만 이지더원은 2014년 준공된 신축 아파트인데다가 가덕도 인근 용원동과 신호동 아파트 대부분이 임대주택 단지라 일반분양 아파트가 희소한 상황”이라며 “매매가 가능한 이지더원 아파트에 실거주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부산 강서구 신호동 ‘부산 신호월더하임’ 아파트 정문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용원동과 신호동 일대 아파트가 대부분 임대주택으로 이뤄져 있어 공항 건설이 큰 파급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지더원 1단지 인근 M 공인중개사는 “공항 건설로 인근 집값이 뛰려면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야 하는데 용원동과 신호동에 위치한 일반분양 아파트 3개 단지를 모두 다 합쳐도 1500세대가 채 안 된다(1463세대)”며 “대단지 아파트가 아니고선 개발 호재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지더원 2단지 인근 T 공인중개사도 “부산신항만 건설로 항만 근로자 등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부영이 일대 부지 대부분을 사들여 임대주택을 채워넣었다”며 “이 지역 부영 임대 아파트가 대부분 2010년대 이후 건설된 신축이라 실거주가 편해 임대수요는 높지만 인근 집값 상승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거래가 크게 늘었지만 시세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도 이같은 얘기를 뒷받침 한다.

부산신항만 이지더원은 2014년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지만 지난 여름 60㎡(24평)가 1억5000만원대, 85㎡(34평)가 1억원 후반대에서 2억원 초반대 수준에 거래됐다. 올 가을 실거래가도 약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만 소폭 오르는데 그쳐 늘어난 거래량과 달리 폭등은 없는 상태다.

2005년 입주해 구축에 속하는 부산 신호월더하임은 거래량은 늘었지만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 85㎡(33평)과 97㎡(45평)의 11월 평균 실거래가는 1억7000만원대, 128㎡(57평)이 2억30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지난 봄보다 약 3000만원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가덕도 인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신공항이 건설되면 인근 부동산 시장의 폭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김해 신공항이 백지화된 것처럼 가덕도 신공항 또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항 건설 계획이 취소될 수 있어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항이 들어서면 비행기 소음이 발생하면서 거주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인근 주택시장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교수는 “김포공항 인근 마곡 지구도 서울 전역 집값이 뛰는 와중에도 가격 상승세를 받지 못하다가 더 이상 가격이 싼 곳이 서울 내에 남아 있지 않게 되면서 뒤늦게 집값이 올랐다”며 “가덕도 역시 공항 건설이 호재로 작용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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