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두번째로 비싼 아파트…“강남 실수요의 '성지'될 것”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내 조경 폭포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 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대한민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아파트다. 단지 바로 북측에 위치한 이웃 단지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84㎡(34평)가 35억9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고, 래미안 퍼스티지 84㎡는 최고가 32억원에 팔렸다.

국민평형인 84㎡ 면적 세대가 없는 ‘한남더힐’과 같은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래미안 퍼스티지는 아크로리버파크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의 자리를 지킨 단지다.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크로리버파크가 2016년에 준공된 신축 아파트에 한강변과 곧바로 인접해 있는 ‘한강뷰 프리미엄’이라는 위치적 강점까지 겹쳐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에 올랐다면, 래미안 퍼스티지는 상대적으로 단지 자체의 힘으로 고가 아파트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는 2009년에 준공돼 입주한 지 10년이 넘었고, 한강변과 곧바로 인접해 있지도 않아 한강뷰 프리미엄도 누릴 수 없는 단지다.

하지만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를 둘러보면 왜 이 곳이 오랜 기간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의 자리를 지켰는지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잘 지어진’ 명품 아파트다.

래미안 퍼스티지 정문인 문주 전경. 화려함을 추구하는 최근 신축 단지 문주 트렌드와 달리 단순하지만 중후한 멋이 느껴진다. 사진=임진영 기자
◇ 거대하고 튼튼한 건물 구조…‘미국식 감성’

래미안 퍼스티지는 삼성물산이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 해 2444세대 규모로 지은 단지로 2009년 7월 준공됐다.

1974년 입주한 반포주공 아파트는 2009년 2단지가 래미안 퍼스티지, 2008년 3단지가 반포자이로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각각 재건축을 완료했고, 1단지는 1·2·4주구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클래스트’, 3주구가 삼성물산의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으로 각각 재건축이 계획돼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의 첫 인상은 ‘크고 단단하다’는 것이다. 일단 정문 역할을 하는 문주부터 그 진가가 드러난다.

최근 신축 단지들의 문주가 세련되고 화려한 스타일의 트렌드를 추구한다면, 래미안 퍼스티지의 문주 외관은 단순하지만 크기 자체가 워낙 거대하고 문주 구조에서도 중후한 멋이 풍긴다.

이는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내부의 모든 건축물들에 적용된다. 래미안 퍼스티지의 아파트 동들은 길쭉하게 잘 빠진 최근 신축 단지 아파트 구조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성이 있다.

바로 넓고 튼튼하게 지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일반 아파트에선 느끼기 힘든, 소수의 대기업 본사 사옥 건물 등에서나 느껴지는 ‘단단하고 거대한’ 느낌이 모든 아파트 동에서 감지된다.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건물 하단부 대리석 시공 마감 모습. 일반적인 신축 아파트의 하단부 대리석 마감 시공이 단순히 대리석을 아파트 겉부분에 얇게 펴 바른 느낌이라면 래미안 퍼스티지는 대리석 통돌을 그대로 올려다 쌓은 느낌이다. 그야말로 무식하지만 실용적이고 튼튼한 미국식 건축감성이 잘 드러난 부분. 사진=임진영 기자
실례로, 최근 신축 아파트 트렌드인 하단부의 대리석 마감 시공에서부터 래미안 퍼스티지는 일반적인 신축 단지와 확연하게 차별화 된다.

최근 대다수 신축 단지 하단부의 대리석 시공 마감 부분이 시멘트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진 아파트 건물 외부에 대리석을 겉부분에만 얇게 바른 느낌이라면,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하단부는 말 그대로 대리석 통돌을 가져다가 땅 위에다가 쌓아놓고 그대로 그 위에 아파트를 올려지은 느낌이다.

또한 대부분 신축 아파트가 3층 정도 높이까지 대리석 마감 처리가 돼 있는 것과 달리 래미안 퍼스티지는 이미 10년도 더 전인 2009년에 이보다 훨씬 높은 5층 높이까지 단단한 대리석 통돌이 아파트 외부를 감싼 채로 지어졌다.

대다수 국내 아파트가 ‘외관의 세련됨’을 추구하는 일본식 건축미학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래미안 퍼스티지는 실용적이면서도 언뜻 보면 무식해 보일 정도로 두껍고, 거대하면서 튼튼한 미국식 건축미학으로 지어진,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단지다.

대다수 신축 아파트 하단부 대리석 시공 마감이 3층 부분까지만 돼 있는 것과 달리 2009년 입주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이미 그 당시에도 5층까지 대리석 마감 처리를 했다. 사진=임진영 기자
단지 곳곳에도 이런 미국식 감성이 녹아 있다. 우선 건폐율에서부터 11%로 그 어떤 아파트보다 넓게 동 배치가 돼 있다.

비싼 서울 땅값으로 인해 상당수 신축 아파트 대부분이 오밀조밀 하게 지어지다 보니 동간 간격이 좀 넓고 쾌적하다고 평가받는 요새 신축 단지들도 건폐율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건폐율이 30%를 넘어갈 정도로 동간 거리가 좁고 빽빽한 신축 아파트도 상당수다.

이에 반해 11%라는 래미안 퍼스티지의 건폐율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으로, 사실상 ‘전무후무’한 한정판 단지나 다름 없다. 이런 넓찍한 단지 내에 꾸며진 조경 역시 최근 지어진 고가 신축 단지의 수준 이상으로 고급스럽게 펼쳐져 있다.

커뮤니티 또한 수영장과 사우나, 헬스장 등 모든 시설을 완비했다. 요 근래 지어진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수영장 시설을 갖추지 않고, 심지어 사우나도 없는 신축 단지가 다수인데 반해, 2009년에 지어져 입주 11년차가 넘은 래미안 퍼스티지는 요새 신축 아파트도 갖추지 못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 1층 로비 모습.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있는 고급 가구를 들여놨다. 사진=임진영 기자
이러한 고급화는 단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대부분 아파트 1층 로비가 엘리베이터와 우편함 등 정도만이 놓여져 있는 평범한 공간인 반면, 래미안 퍼스티지 1층 로비는 고급 가구와 의자 등을 들여놓고 엘리베이터를 편하게 기다리는 대기 장소로 지어져 마치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할 정도다.

단지 인근 O 공인중개사 대표는 “래미안 퍼스티지는 십년도 더 전에 삼성물산이 강남 재건축 시장을 잡겠다며 ‘삼성’의 자존심을 걸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공을 들여 지은 단지”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오죽하면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부터 단지 구경을 하겠다고 당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을 정도였다”며 “고급화에 있어선 요새 지어진 대부분의 신축 단지들도 퍼스티지를 뛰어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중앙 호수 조경 시설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절세 위한 법인 소유 급매물 다수 거래에 가격 소폭 하락"

래미안 퍼스티지는 강남에서도 한강변에 인접한 반포동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 입지를 살펴보면 9호선 신반포역이 단지와 바로 맞붙어 있고, 3·7호선 고속터미널 역도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 단지에 트리플 노선 역세권 단지다.

학군에서도 잠원초등학교를 끼고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인 반면, 아크로리버파크는 배정 초교인 계성초등학교가 단지와는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래미안 퍼스티지가 좀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변에 곧바로 붙어있는 신반포1차를 대림산업이 재건축 한 아크로리버파크가 신축 메리트와 한강뷰 프리미엄에 힘입어 대한민국 최고가 아파트 자리에 올랐다면, 래미안 퍼스티지는 지하철과 학군,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JW메리어트 호텔 등 반포의 핵심 인프라를 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강남 핵심 입지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는 아파트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준점이자 바로미터인 실거래가에서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 84㎡는 지난 8월 17일 32억원에 거래됐다. 래미안 퍼스티지 단지 북측에 마주 보고 있는 이웃단지 아크로리버파크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아파트 거래가 중엔 가장 높은 가격이다.

다만, 래미안 퍼스티지 거래가는 32억원에 고점을 찍은 후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신고가 경신 이후 현재까지 래미안 퍼스티지 84㎡는 총 6건이 거래됐다.

이 가운데 4건은 30억원대에 거래됐고, 9월 5일엔 31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서가 쓰였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9월 23일 계약건으로 2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래미안 퍼스티지 1층 로비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이처럼 래미안 퍼스티지가 올해 여름 32억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후 최근까지 더 이상의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지 않고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상당수의 법인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중개소의 전언이다.

단지 인근의 S 공인중개사 대표는 “내년 법인 소유 주택의 세금 증세를 앞두고 절세를 위해 올해 내로 매물을 정리하려는 법인 소유자가 단지 내에 상당수 있다”며 “법인 입장에서 이런 매물들은 아무래도 신속하게 팔아햐 하는 것이 우선시 되다 보니 이전 거래가보다 약간 낮춘 가격에 매물이 시장에 올라왔고, 이 과정에서 거래가가 소폭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데일리한국>이 단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취재한 결과, 래미안 퍼스티지 84㎡는 현재 시장에 6~7개의 매물이 나와 있는데 이 가운데 3~4개의 매물이 법인 소유 매물로 8월 최고가인 32억원보다 낮은 30억~31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 커뮤니티 내부 전경. 요즘 신축 아파트 상당수도 갖추지 않은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 등을 완비했다. 사진=임진영 기자
단지 인근의 또다른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사실 법인 입장에선 (정부 규제로 인해) 주택 소유로 이젠 더 이상 재미를 볼 수가 없기에 이들 법인 소유 몇 개 매물들은 최고가보다 낮은 호가가 매겨진 급매물이 나와 있다”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쯤엔 이 급매물들의 호가가 좀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재의 실거래가 하락은 급매물 소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앞으로도 신고가 경신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지 인근 K공인중개사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다주택 매물을 정리하고 ‘똘똘한 한 채’로 집주인들의 소유 패턴이 변화하는 등 강남 지역도 투자가 아닌 실수요적인 측면에서 주택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똘채’를 찾는 강남 실수요자들이 꿈꾸는 궁극적인 ‘내 집 업그레이드의 종착지’는 퍼스티지가 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가격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