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9단지 1000세대서 전세 매물 달랑 6개

전문가 “전세난 저가 주택 중심 더욱 심화"

서울의 한 지역 맘카페 커뮤니티 게시판에 전셋집을 보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긴 줄이 서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단지는 강서구에 위치한 가양9단지 SH빌로 확인됐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근 서울의 한 구축 복도식 아파트에 전셋집을 보기 위한 긴 줄이 선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1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지역 맘카페 게시판에 아파트 복도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긴 줄이 늘어선 사진이 올라왔다.

이 줄은 전셋집을 보기 위한 줄로, 전세 매물이 귀해진 부동산 시장에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자 집주인이 집을 보여주기 위해 세입자들을 줄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는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가양9단지 SH빌’로 SH주택공사가 1993년 공급한 아파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옛 시영아파트가 이름을 바꾼 SH빌 아파트는 서울시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공급한 단지다.

가양 9단지는 12개 동에 총 1005세대 규모로, 가장 대형 면적인 전용 50㎡(21평) 최근 매매가가 8월29일에 6억8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고, 전셋값은 지난 10월10일 3억3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증미역이 도보 6~7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역세권 단지로, 이마트 가양점과 세현고등학교가 단지와 인접해 있어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8억4400만원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할 때 서울 아파트 평균가보다 싼 가격에 강서구의 9호선 역세권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단지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처럼 저렴한 가양9단지 역시 달아오른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12일 가양9단지 50㎡는 5억43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선 7억2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2억원 가까이 가격이 폭등했다.

가양9단지 50㎡ 전세 보증금도 지난해 10월9일엔 2억7000만원이었던 것이 1년 후인 올해 10월10일엔 6500만원 전셋값이 올랐다.

가양9단지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1000세대 단지 전체에서 현재 나와 있는 가양9단지 전셋집은 단 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지 내 최대 평형인 50㎡은 전세 매물이 아예 없고, 시장에 나온 매물 5개는 전부 40㎡(17평) 면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9호선 역세권 단지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큰 가양9단지에 전세 매물이 올라오자,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집을 보여주기 어려운 집주인이 차례대로 줄을 세워 한꺼번에 전셋집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의 임대차3법으로 전세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자 지어진 지 30년이 다 되가는 구축 복도식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줄까지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셈이다.

인터넷 맘카페에 올라온 전세난 게시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또한 송파구의 한 맘카페에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제비 뽑기로 계약서를 쓰는 얘기가 올라오는 등 서울 전역의 전세난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최근 전세난이 촉발된 상황에서 전세난은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4년치를 미리 올려받으려고 하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세난은 당분간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여기에 기존 세입자들은 전셋집에서 나가려 하지 않고, 고가 주택이나 재건축 단지들은 집주인들이 직접 실거주 하려고 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전세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는 이번 전세난이 고가 주택이 아닌 가양9단지와 같은 저가 주택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이는 서민 등 취약계층 국민의 거주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전셋집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매매로 집을 사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고가 주택보다는 저가 주택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가 밀려 올라가는 현상은 고가 주택보다는 중저가 주택에 집중될 것이고, 여기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서민 등 취약계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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