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신반포·서초 삼풍-강북 경희궁자이 등 신고가 기록 후 매매가 떨어져

전문가 “전체 하락세로 보기는 힘들지만, 체력 약한 지역은 시세 하락 가능성도”

서울 아파트 밀집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근 서울 강남과 강북의 주요 아파트 단지 중에서 신고가 기록 이후 오히려 실거래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서 과연 전체적인 집값 하락세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분석 결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1차 아파트는 지난 9월5일 59㎡(24평)가 22억8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전달인 8월1일 25억원에 손바뀜 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한 달만에 2억2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또한 서초구 삼풍아파트 79㎡(32평)는 9월15일 19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삼풍아파트 79㎡ 최고가는 7월23일에 계약된 20억2000만원이다. 신고가 경신 이후 오히려 두 달 만에 실거래가가 1억20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강남 뿐만 아니라 강북에서도 신고가 경신 이후 최근 들어 실거래가 하락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85㎡(34평)는 8월28일 16억원에 실거래됐다. 8월18일 17억8500만원에 역대 최고가로 팔린 이후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2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더샵스타시티 164㎡(65평)는 9월17일 19억8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1일 23억원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3억2000만원이나 가격이 내려갔다.

강서구에서도 염창동 강변힐스테이트 84㎡(33평)가 9월13일 9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8월7일 10억9500만원에 실거래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이후 9월 들어선 1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서울 강남과 강북의 주요 아파트 단지들에서 신고가 경신 이후 법인 거래나 친족 간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들이 다수 나오면서 집값 하락세를 알리는 신호탄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해 아파트 거래량이 확연히 줄어든 상태에서 역대 최고가를 찍을 정도로 강력한 가격 상승세를 보이던 단지들이 최근 들어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자 이 같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최고가에 팔린 후 가격 약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은 정부의 다주택자 세금 강화 정책으로 인해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이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아무리 급매물이라도 하락된 실거래가 나올 경우 체력이 약한 지역(상대적으로 수요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에선 계단식으로 시세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서울 주요 단지들에서 신고가 경신 이후 실거래가가 하락한 사례가 다수 나오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이 약세 분위기인 것은 맞다”며 “다만, 정부 규제와 맞물려 매수자들이 당분간은 추세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 시장이 관망세로 들어가서 현재로선 집값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안갯속”이라고 분석했다.

안 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거래가 위축되고 줄어든 상황은 맞지만,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아주 크지는 않기에 규제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급하게 매물을 내놓고 있고,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 급매만 거래되다 보니 고가 아파트들은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일부 아파트들에서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곳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로 보기엔 무리”라며 “무엇보다 특히 서울 고가 아파트들의 집주인들은 아직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 매물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 팀장은 “매수자들은 투자가 아닌 실수요 측면에서 시장에서 접근하다보니 매도자와 매수자 간 생각하는 가격차가 너무 커서 거래가 쉽사리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절세를 위한 급매물만 거래되면서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들은 최고가 기록 후 오히려 반대로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팀장은 “다만, 거래 실종 하에서 급매만 하락된 가격에 거래되다 보면, 아무리 서울이라도 체력이 약한 지역은 계단식으로 시세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실제로 경희궁자이는 학교가 단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불편하고, 학군도 뒤떨어져 체력이 약한 지역으로 분류된다”며 “최근 경희궁자이 실거래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엔 이런 이유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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