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지정주차 아닌 우선주차…“재건축 10년 이상 걸릴 것”

삼풍아파트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 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김현진 기자]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아파트는 1988년 준공된 단지다. 준공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과 함께 고가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삼풍아파트는 24개 동 239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북쪽으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사평역이, 남쪽으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이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또한 단지 내에 유치원뿐 아니라 원명초가 위치해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단지 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없지만, 주변 아파트 단지에 서일중, 반포고 등이 있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단지에서 도보권에 명달공원이 있으며, 서초쇼핑센터, 영동프라자 등도 근처에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단지 주변에는 반포래미안아이파크아파트, 서초래미안 아파트 등 많은 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에 다른 단지에 있는 시설들을 공유한다는 장점이 있다.

삼풍아파트 단지 내 여나유치원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34평 20억원선 거래…주변 아파트보다 싸"

하지만 삼풍아파트는 주변 단지에 비해 구축에 속하다 보니 시세는 저렴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풍아파트는 8월 전용면적 130.73㎡(50평)은 26억75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반면 같은 기간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면적 130.92㎡(52평)이 36억원에 매매됐으며, 반포써밋 전용면적 110.25(45평)은 29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삼풍아파트 인근 S 공인중개사 대표는 “기부채납이나 분담금 문제로 재건축 희소성이 과거보다 조금 떨어지고 신축아파트보다 지하주차장 등 시설이 좋지 않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34평을 보면 주변 아파트 단지는 27억~30억원 정도인데 삼풍아파트는 20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풍아파트 단지 내 주차공간이 아닌 도로가에도 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주차공간 부족…“재건축은 10~15년 걸릴 것”

준공 33년차를 맞은 삼풍아파트는 구축에 속하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지하주차장 시설이 없다 보니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삼풍아파트는 다른 구축과 달리 동마다 주차 시설을 설치했지만, 공간이 크지 않아 주차 공간이 모자란 상황이다.

주차 시설이 있긴 하지만 이용은 불편하다. 동마다 설치돼 있는 주차시설은 엘리베이터와 연결돼 있지 않아 주차를 하고 지상으로 나와 현관으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단지 인근의 H 공인중개사 대표는 “(삼풍아파트는) 지정주차제가 아닌 우선주차제”라며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주차를 해야 하는데 밤늦게 오는 경우 주차할 곳이 부족해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풍아파트는 이미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훌쩍 넘겼지만, 단지 내에서 재건축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과 상반된다.

단지 인근의 J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단지 내에서 재건축을 위한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재건축까지 앞으로 10~15년 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풍아파트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거래 '꽁꽁'…매매가 오른 후 ‘보합세’

최근 삼풍아파트는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삼풍아파트는 전용면적 79.47㎡(32평) 6건, 130.23㎡(45평)와 165.92㎡(57평) 각각 1건씩 실거래되는 등 총 8건이 거래됐다. 지난 6월에는 10건이 실거래됐지만, 7월과 8월 각각 6건씩 매매된 이후 9월에는 실거래건수가 2건에 그치며 거래가 얼어붙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들은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H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30평대와 50평대 각각 4~5개 정도로 많지 않다”며 “예년과 비교하면 매물이 적게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 공인중개사 대표도 “최근 삼풍아파트 매물 자체가 적게 나오다 보니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와 매물이 줄어든 반면 삼풍아파트의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풍아파트 전용면적 79.47㎡는 2019년 5월 16억4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지만, 같은 해 6월에는 17억원에 최고가 거래되는 등 한 달 만에 6000만원 더 올랐다. 이후 지난 5월 18억3000만원에 실거래돼 1년 동안 2억원 가량 뛰었다. 지난 7월 같은 평형대 아파트가 20억2000만원에 매매돼 실거래가는 더 올랐지만, 이후 실거래가는 19억~20억원선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J 공인중개사 대표는 “삼풍아파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수준이지만 최근에는 보합세”라며 “거래는 많지 않지만, 매매가는 오른 상태로 손바뀜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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