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집값 안정의 증거라며 예로 든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 하락 사례가 특수거래로 밝혀지면서 정부가 제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다가 사실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번 실거래가 하락 사례를 직접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한 기재부와 주택시장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청 간 기본적인 업무 공유도 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 정부가 집값 하락 근거라며 내놓은 3개 단지 거래 사례, 현실과 동떨어져

11일 기재부와 국토부, 마포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거래 사례로 반포자이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잠실 리센츠, 노원 불암현대 등 4개 단지를 사례로 들었다.

정부가 지난 8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사례라며 예시로 든 거래 현황. 그러나 이들 단지 거래는 특수거래 등 일반적인 거래로 볼 수 없는 사례임이 드러났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그러나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해당 4개 단지 가운데 3개 단지 사례는 집값 하락 증거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집값 하락 예시로 든 4개 단지 가운데 잠실 리센츠 28㎡(12평)의 경우 7월초 11억5000만원에서 8월중 8억9500만원으로 하락했다고 홍 부총리가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8억9500만원에 계약된 것과 같은 날인 8월 11일 동일 단지 동일 평형 매물이 1건 더 거래됐고, 이 거래가는 10억7000만원이었다.

동일한 8월 11일에 계약된 두 가지 실거래 건 중에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통계 수치만 골라쓴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 반포자이 ‘법인 간 거래’…마래푸는 ‘친족 간 거래’

반포자이 85㎡(35평)은 7월초 28억5000만원에서 8월 24억4000만원으로 4억1000만원 하락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거래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 소유하고 있던 매물이 거래된 특수 거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매물 소유주인 해당 법인의 대표와 해당 매물을 사들인 매수자는 부부 간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 이상 저가 거래인 셈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24평의 2020년 7~8월 실거래가 현황. 가족 간 거래로 판명된 8월 6일의 11억 거래를 제외하고 해당 거래 이후 현재까지 거래된 8월 실거래 6건이 모두 14억원 이상에 매매됐고, 특히 8월 9일엔 신고가인 1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사진=호갱노노 캡처
마래푸 사례도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24평)가 7월중 14억원에서 8월초 11억원으로 하락했다고 했다. 그러나 마래푸 24평이 11억원에 거래된 것과 같은 날인 8월 6일 또 다른 매물이 14억원에 실거래 됐다

또한 그 이후로도 현재까지 마래푸 24평은 8월 7일 14억2000만원, 8월 8일 14억, 8월 9일 14억4000만원, 8월 9일 14억5000만원, 8월 10일 14억원에 실거래 됐다. 특히 8월 9일엔 14억5000만원에 실거래 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가 예시로 든 하락 거래 이후 현재까지 거래 된 실거래 6건이 모두 이전 거래 가격과 비슷한 14억원대에 팔렸고, 더군다나 그 가운데 한 건은 역대 최고가까지 경신한 것이다.

특히 마래푸 해당 거래 건은 친족 간 거래로 일반적인 매매 거래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해당 마래푸 거래 내역에 대해 조성환 마포구청 기획재정국 부동산정보과 주무관은 “해당 거래(8월 6일 마래푸 24평 11억원 거래)는 특수관계자(가족)간 거래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해당 평수(24평형)의 주변 시세보다 저가로 거래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주무관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020년 8월 거래신고 내역 중에서 저가로 신고된 해당 거래 내역에 대해 국토교통부 상시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정밀조사 후 세무서 통보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집값 안정화의 증거로 제시한 거래 내역이 친족 간 거래로 밝혀진 상황에서 정작 2주 전에는 정부는 이러한 친족 간 거래를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로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6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동산 정책 협업하는 기재부-국토부 간 기본 업무 공유조차 안 돼

앞서 지난 8월 26일 국토부는 부동산 범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대표적으로 적발된 부동산 불법 거래 사례로, 한 용산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친족 간 거래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당 용산 아파트 매도자와 매수자는 친자매 관계로, 동생이 언니로부터 용산구 아파트를 11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해당주택은 거래 전 6개월 내 14억8000만원에 거래된 사실이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거래를 특수관계인 간에 저가거래를 통한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혐의로 국세청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용산구 인근의 마포구에 위치한 마래푸가 정부가 적발한 사례와 같은 경우의 친족 간 거래고, 가격대마저 14억원에서 11억원으로 비슷하게 거래된 상황에서 8월말에는 부동산 시장을 어지럽히는 불법 거래로, 9월초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했다는 모범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지난 8월 28일 정부가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용산구 아파트 가족 간 저가 거래 적발 사례. 이달 8일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 하락 사례 예시로 든 마래푸 24평 역시 친족 간 거래에 가격대도 14억에서 11억 하락으로 동일한 상황에서 정부는 8월말엔 용산구 아파트 저가 거래를 불법 거래, 9월초엔 마래푸 저가 거래를 집값 하락 사례로 제시했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8월말 정부 발표 당시 주무부처는 국토부였고, 이달 8일 발표는 기재부와 국토부가 공동 발표했다.

그러나 데일리한국 취재 결과 9월 8일 발표에서 집값 하락 증거라며 무리하게 예를 들어 문제가 된 특정 단지들의 집값 하락 사례는 기재부에서 단독으로 해당 내용을 조사해 공식 발표 자료에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정승현 국토부 부동산시장대응반 조사총괄과장은 “8월말 불법 거래 적발 사례로 발표한 용산구 아파트 저가 거래는 실제 계약 시점이 2019년 말로 지난 달에 조사가 완료된 거래 건”이라며 “8월 초 마래푸 저가 거래는 현재 아직 조사에 착수하지 않아 이상 거래로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포구청이 이미 해당 마래푸 거래 사실에 대해 친족 간 거래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 과장은 “지자체가 거래 당사자 간 관계를 파악하는 일과 국토부가 이상 거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8월초 계약 건의 경우 시기적으로 9월에 이상 거래인지 유무인지를 판단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한 정 과장은 “마포구청으로부터 해당 마래푸 거래 건에 대해서 어떠한 통보 사실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1억원에 매매된 후 같은 단지 같은 평형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거래 6건이 모두 이전 거래가와 비슷한 14억원대 이상에 매매됐고, 심지어 그 중에서 1건은 신고가를 갱신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8일 발표는 기재부에서 주관한 것”이라며 “기재부가 내는 입장문에 국토부가 따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점검 장관관계회의 발표 자료에 대해 국토부가 스스로 자신들은 해당 발표와 무관하다는 식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사진=삼성물산 제공
◇ 전문가 “정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정책 불신 깊어져”

집값 하락의 근거로 특정 단지의 거래 사례를 발표한 것에 대해 기재부 측은 단순히 하락한 거래 사례를 나열한 것 뿐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이상홍 기재부 부동산시장 거시분석팀 사무관은 “특정 단지 가격 하락 사례를 예시로 든 것은 단순하게 가격이 하락한 사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의도”라며 “실제 거래 하락 사례 외에도 매매심리지수나 빅데이터 분석 결과 등 다양한 지수들을 통해 집값 과열 양상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용산구 아파트 친족 간 저가 거래를 불법 거래로 적발해 발표했는데 이와 같은 사례인 마래푸의 가족 간 저가 거래를 집값 하락 사례로 발표한 데 대해 이 사무관은 “국토부가 해당 거래를 조사해 이상 거래 여부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기재부로써는 해당 거래가 특수관계인 간 거래인지 일반 정상 매매 거래인지 알수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11억원에 거래된 이후 8월 동안 동일 단지, 동일 평형에서 거래된 6건의 실거래 가격이 모두 14억원 이상이면 2주전 국토부 발표처럼 상식적으로 11억원에 매매된 것은 친족 간에서나 가능한 이상 저가 거래가 아니냐는 지적에 이 사무관은 “기재부는 해당 거래가 이상 거래인지 판단할 권한이 없다”며 “이상 거래 여부는 국토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의 증거라고 제시한 사례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대학원)는 “정부가 자신들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제대로 된 판단이나 검토 없이 아무 통계나 입맛에 맞게 가져다 쓴 겪”이라며 “사실상 집값 하락 근거로 제시조차 할 수 없는 수치를 정부 공식 입장 자료라고 발표한 것으로, 이는 조작행위나 다름 없다. 정말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종완 한양대 교수(부동산대학원)도 “(마포구청의 경우처럼) 전화 한 통이면 (해당 거래가 이상 거래인지) 알 수 있는 사실을 부동산 정책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자기들한테만 유리한 쪽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겪”이라며 “정부가 자꾸 이런 식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할수록 정책에 대한 불신만 깊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맡은 관료들의 입과 행동이 너무 가볍다”며 “실제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조차 없는 잘못된 수치를 제 입맛에 맞는 쪽으로만 가져와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우기고 있다. 사실상 실패한 문재인 정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국민들을 속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런 식으로 침소봉대식 행위을 하면 할수록 문재인 정부는 더욱 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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