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공시가 9억원 이상 종부세 대상 부과 기준 그대로

11년 전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4억7000만원…현재 9억원 넘어

“부자세인 종부세가 ‘보통세’가 된 상황…부과 기준 2배 이상 높여야”

지난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부(사진 아래쪽)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재 공시가 9억원(시가 약 13억원에 해당) 이상의 집을 1채 소유한 사람에겐 ‘고가 주택 소유자’로 분류돼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9억 이상 주택을 고가 주택으로 분류해 종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9년으로 11년간 오른 집값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자료 분석 결과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서울 아파트가 총 100채 있다고 가정하고,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집값 상위 50번째 아파트의 가격)은 9억2000만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서울 아파트 중위값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4억8200만원으로 11년간 거의 두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으로 신설됐고, 2006년 제도 도입 초기엔 공시가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됐다. 이후 2008년 12월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이 기존의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갔다.

이후 2020년 현재까지 12년째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공시가 9억원 이상 자가 소유자’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 종부세 부과 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갔던 시기인 2008년 12월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4억8000만원 정도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시가 9억 이상 주택은 서울 아파트 가운데서도 소수의 ‘고가 주택’으로 분류되기에 부족한 점이 없었다.

그러나 2020년 6월 현재는 서울 전체 아파트 가운데서도 중간 정도 되는 아파트도 9억2000만원이 넘어가는 현실에서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공시가 9억원'이라는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종의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부과되는 ‘특별세’ 성격의 세금인 종부세가 공시가 9억원인 아파트에 부과된다면 사실상 서울 아파트 중간 가격이 9억원인 현실에서 중위값에서 4억원만 넘어가는 주택에 모두 부과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면 ‘부자세’인 종부세는 현재 실제 주택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세금일 수 밖에 없다.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 기준이 공시가 9억원으로 결정된 2008년 12월과 비교해 2000년 6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른 만큼, 종부세 부과 주택 기준 역시 이에 걸맞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원을 훨씬 초과한 현실에서 종부세 부과 대상 공시가 9억 기준은 사실상 부자들에게 부과되는 ‘부자세’ 같은 특별세금이 아니라 ‘보통세’가 돼버렸다”며 “사실상 종부세의 효용성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가 현실적으로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특별세로써의 효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현재 공시가 9억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 부과 대상 기준을 적어도 두 배 이상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종부세를 시장 안정책이 아닌 세수를 걷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종부세 부과 대상자 입장에선 자신들이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이 올라 졸지에 종부세 부과대상자가 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안 센터장은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규제 수단으로써 활용되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종부세가 정부의 세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