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 의무 비중 15% 보다 상향 조정 공급에

강남 주요 단지보다 임대 비중 높아…“땅주인인 코레일 재산권 침해”

지넌 6일 국토교통부가 8000세대 공급 계획을 발표한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정부가 용산 정비창 재개발을 통해 80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전체 물량 중 약 3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울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수요 대기층 등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용산 정비창 입지는 서울 한복판의 노른자위 입지로 강남에도 뒤처지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당수가 임대주택으로 채워지게 되면 고급화가 어렵지 않겠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용산 정비창 재개발을 통해 총 80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공급주체별로는 50%는 민간분양, 20%는 공공분양, 30%가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이에 따르면 전체 용산 재개발 아파트 8000세대 가운데 4000세대 정도만이 주요 대형 건설사를 통해 일반에 공급된다. 1600세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주택자 등 사회배려계층을 대상으로 국민주택평형인 85㎡(35평) 미만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나머지 2400세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월세 주택으로 공급된다.

이같은 정부 정책의 발표에 용산 일대는 기대감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임대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고급화가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시 필수적으로 임대 주택 비중을 의무적으로 10~15%를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에선 임대 주택을 전체의 30%으로 채우도록 규정하면서 고급화가 어려운 임대 주택 비중이 높게 지어질 경우 투자적 측면에서 이득을 크게 보기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용산 정비창 입지 내에 위치한 O부동산 관계자는 “용산 지역 내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의 경우 20여년간 표류하던 용산 개발 계획이 일단 다시 시작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외부 투자자들은 공급 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임대 주택으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큰 이득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강한 편”이라며 “서울 핵심입지에 들어서는 대단지인 만큼, 민간 대형 건설사의 분양 물량이 최대한 많을수록 고급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정비창 인근에 위치한 T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주택이 공익적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임대 비율이 높은 단지는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용산 지역 매수 대기자들은 임대 비율이 조금이라도 낮은 단지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시 현행 임대 주택 비율을 의무적으로 10~15% 이상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임대주택 비율을 높게 책정한 정비사업자에겐 각종 행정적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남 등 주요 핵심 입지의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임대주택 비율을 의무사항인 10~15%선만을 채우는데 그치고 있다.

최근 5년이내 재건축 된 강남3구 주요 단지 재건축 단지 중에서 임대 주택 비율이 15%를 넘어가는 단지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18%)와 반포써밋(17%), 디에이치 자이 개포(16.5%),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15.5%) 정도에 그친다.

특히 현재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전체 9510세대 중에서 임대 주택이 1410세대로 임대 비중이 14.8%에 그쳐 임대 주택 비중 최대 의무 사항 비율인 15%에 못 미친다.

또한 신반포 래미안 리오센트와 반포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15%,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와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는 14%, 반포자이 13%,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12.7%. 역삼자이 12.5% 등으로 대부분 강남 재건축 신축 단지가 10~15% 임대 주택 의무 비중을 겨우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용산 정비창 부지의 소유주인 한국철도(코레일) 입장에선 민간 분양 물량을 최대한 늘려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데 정부가 임대 비중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재산권 침해 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익적 측면에서 용산 정비창 개발 단지의 임대 비중을 현행보다 높게 잡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임대 비중이 높은 재개발 사업은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특히 용산 정비창 부지 토지 소유주 코레일도 개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임대 비중을 높일 경우 재산권 침해의 소지도 있다”며 “코레일이 공기업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독단적으로 개발 사업을 좌지우지 하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창 부지 임대 비중이 높아져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경우 해당 용산 부지 바로 인근에 위치한 배후지인 마포 지역 단지들이 오히려 대체제로서 투자 수요가 몰려 부동산 과열 현상이 가속화 될수도 있다.

특히 8000세대 규모의 신축 대단지가 들어서는 용산 개발 계획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 마포구 내 신축 대단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포구 내 최대 규모 신축 대단지는 3900세대 규모의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다.

정비창 부지 인근의 마포구 도화동 U부동산 관계자는 “용산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마포구 지역, 특히 마포 신축 대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임대 비중이 낮은 단지일 수록 선호도가 큰 만큼, 임대 비중 30%에 달하는 용산 정비창 재건축 단지보다 임대 비중이 낮은 마포 신축 대단지가 오히려 풍선 효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포구 내 최대 규모 신축 대단지인 마래푸의 경우 전체 3885세대 가운데 임대 세대가 661세대로 임대 비중이 17%에 그친다. 용산 정비창 부지 재건축 단지 임대 비중 30%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임대 비중이 낮다.

이에 더해 아예 이번 용산 개발 계획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 정비창 부지는 강남을 뛰어넘는 서울 내 최고 핵심 요지”라며 “이런 곳에 8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 자체가 부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해당 용산 부지를 100% 국제 업무 지구로 개발하고, 용적률을 더욱 완화해 서울과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스카이라인을 보유한 한강변의 대표 도심지로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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