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전자공시시스템 참고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인 상장 건설사 총 4곳 가운데 3곳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이익 감소와 대출 금융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올해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2019년 시평 기준 10위권(10~19위) 상장 건설사 4곳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건설사의 지난해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6.2배로 전년(7.7배)보다 1.5배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기업은 시평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상장 건설사인 △태영건설(14위) △한신공영(16위) △계룡건설산업(18위) △코오롱글로벌(19위) 등 총 4곳이다.

이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했다. 낙폭이 가장 컸던 건설사는 한신공영으로, 2018년 8.1배에서 지난해 5.1배로 3.0배 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태영건설은 11.9배에서 9.5배로 2.5배 포인트, 계룡건설산업은 8.6배에서 6.7배로 1.9배 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2.8배를 기록하며 전년 2.2배보다 1.3배 포인트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금융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자지급 능력인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실무적으로 재무건정성이 양호한 기업의 적정 이자보상배율은 최소 3배 이상으로 본다. 반면 이 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은 '한계기업'(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실기업 판정 가이드라인' 대상에 포함된다.

이자보상배율이 감소한 건설사 3곳은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라는 '난관'을 만났다.

한신공영은 총 부채를 줄이며 이자부담을 덜었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한신공영은 부채 규모를 2018년 1조3324억원에서 1조1137억원으로 2000억가량 줄이면서 같은 기간 이자비용을 266억원에서 242억원으로 감소시켰다. 하지만 분양수익이 대폭 줄어든 탓에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신공영의 지난해 분양수익은 4851억원으로, 전년(8301억원)보다 42%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2145억원에서 1245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8.1배에서 5.1배로 큰 낙폭을 보였다.

계룡건설산업과 태영건설은 영업이익 감소에 이자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추가로 안았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1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537억원)보다 11.6% 감소한 수치다. 이자비용도 2018년 179억원에서 지난해 20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 규모가 1조2864억원에서 1조5041억원으로 늘면서 이자비용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영업이익 감소와 이자비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자보상배율은 8.6배에서 6.7배로 내려앉았다.

태영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12억원이다. 전년(4636억원)과 비교해 15.6% 줄었다. 총 부채가 2018년 3조4762억원에서 지난해 4조3447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이자비용도 390억원에서 412억원을 증가했다. 다만 태영건설은 여전히 9.5배라는 높은 배율을 기록 중이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0위권 상장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이자보상배율을 유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10위권 상장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자보상배율이 높아졌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3.6% 늘면서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부담을 상쇄시켰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56억원으로, 전년(768억원)과 비교해 1.6배가량 뛰었다. 이자비용은 2018년 351억원에서 지난해 449억원으로 27.9% 늘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건설부문에서) 주택사업 매출 증가와 (유통부문) 독일 수입차 BMW 차량 판매 수익성 증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이자보상배율이 2.2배에서 2.8배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시평 10위권 상장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으며, 시평 상위 30위 상장 건설사로 기준을 확대해도 총 15곳 가운데 코오롱글로벌보다 이자보상배율이 같거나 낮은 건설사는 대우건설(2.8), 효성중공업(2.5), 한라(2.2) 등 3곳뿐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감소는 2018년 건설사들이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8년은 건설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며 영업이익이 늘었던 시기여서 그 기간 다소 높아졌던 이자보상배율이 2019년에는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요소가 일정부분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공사·청약물량이 감소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이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정부의 공공사업 발주가 늘면서 상반기의 부진을 점차 떨쳐내겠지만, 2020년으로만 한정한다면 역시 이자보상배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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