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편중됐던 차입형 신탁 4년새 30%대…정비사업으로 주력 변화

블록체인·공유오피스 기업과 협력…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힘써

최윤성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사장.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최윤성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한 후 1년이 지났다.

지난 한해 최윤성 사장은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속도를 냈다.

또한 최 사장은 4년간 공을 들인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한토신은 지난해 2016년 정부가 부동산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을 허용한 이래 처음으로 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이 차입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액을 넘어섰다. 주력사업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울러 최 사장은 블록체인, 공유 오피스 등 기업과 신탁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모델 찾는 데 힘쓰면서 추가 사업영역 확장도 예고한 상태다.

◇신탁업계 '내우외환' 속 연임 1년 맞은 최윤성 사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 사장은 지난 21일로 연임 1주년을 맞았다. 최 사장의 대표이사 재선임은 지난해 3월 22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2017년 12월 27일 대표이사 사장에 처음 선임된 최 사장은 올해로 4년째 한토신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성장해 온 신탁사들은 지난해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방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위험과 2015년~2017년 호황기 수주물량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던 상황.

2016년부터 은행 계열 신탁사들이 시황에 부침이 큰 차입형 토지신탁의 대안으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상품을 선보이며 차입형 토지신탁 시장 자체도 위축됐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보수율(사업비 3~4%)이 높지만 신탁사가 자금조달부터 사업추진까지 담당해야 하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반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지는 업무·자금 부담이 적은 데다 보수율(2%)도 높은 편이어서 최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규 신탁사 인가를 받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2020년 한국토지신탁 조직도. 자료=한국토지신탁 홈페이지
◇도시정비·리츠·신수종 사업 강화 '방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 사장은 정비사업 강화를 타개책으로 삼았다. 리츠(REITs) 사업에도 힘을 싣는 동시에 그간 준비해 온 신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단행한 조직개편은 최 사장의 청사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토신은 지난해 12월 신탁사업본부를 축소하는 대신 신사업 관련 부서를 확대·강화하는 조직개편을 감행했다.

당시 개편을 통해 신탁사업본부를 3개에서 2개로 줄였다. 도시재생본부는 도시재생1·2본부로 재편했다. 기존 미래전략사업본부는 전략사업본부와 리츠사업본부로 이원화하고, 기획실 산하에 신상품개발팀을 신설했다.

앞서 최 사장은 2017년 팀에서 본부로 승격한 도시재생사업본부를 다시 2개 본부로 확대하면서 신탁사업 수주사업 축소에 따른 빈자리를 정비사업으로 메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전략사업본부는 물류·유통·환경·실버산업 분야에 특화된 상품 개발과 사업화를 맡는다. 리츠사업본부도 2개팀으로 구성해 리츠 강화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신상품개발팀은 회사 차원에서 신수종사업 개발 등 미래먹거리 사업 발굴과 구조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인력 충원도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한토신 임직원 수는 231명으로, 2018년(210명)보다 10% 늘었다. 통상 연간 10명 내외로 선발하던 신입사원도 지난해 30명 넘게 채용했다.

◇정비사업 주력으로…단기 실적 감소 '성장통'

최 사장은 정비사업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주력사업을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에서 정비사업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정비사업에서 824억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전체 수주액 1774억원 중 47.2% 비중을 차지했다. 26일 기준 한토신은 전국 총 17개 사업장(약 2만558가구)에서 지정개발자로 지정됐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사의 정비사업 진출이 처음 허용된 2016년 9.1% 수준에 그쳤던 정비사업 비중은 2017년 18.1%, 2018년 27.5%로 확대된 데 이어 지난해 전체수주 절반 규모로까지 커진 셈이다.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지난해 31.0%로 쪼그라들었다. 2014~2015년까진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던 차입형 토지신탁은 2016년 85.6%, 2017년 60.8%, 2018년 55.7%로 의존도가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31.0%로 급감하며 정비사업과 차입형 토지신탁간 수주 비중이 역전됐다.

다만 주력산업 변화에 따른 '성장통'도 예상된다. 차입형 토지신탁과 비교해 매출인식이 상대적으로 느린 정비사업이 늘면서 당분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정비사업 매출발생이 본격화되면 실적과 재무가 다시 안정화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지방시장 둔화에 따라서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감소하고 있고, 성장동력인 도시정비사업의 매출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2019년을 기점으로 당분간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토신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2429억원으로, 전년(2544억원)과 비교해 5%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465억원을 기록해 전년(1844억원)보다 26% 감소했다.

최윤성 한국토지신탁 사장(오른쪽)과 예창완 카사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2월 11일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DMBS) 업무협약식에서 서명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토지신탁 제공
◇빌딩도 주식처럼 거래…신사업 진출 '잰걸음'

최 사장은 리츠사업본부를 신설하며 관련 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한토신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받고 이듬해인 2002년 기업구조조정 리츠를 설립한 이후 변화를 거듭해 지난해 기준 누적 운용자산규모(개발예정사업 포함)가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는 물류 리츠 분야에서 낭보를 전했다. 2015년 7월 '안성 에버게인 물류센터'(케이원 제5호 리츠)를 466억원에 매입한 이후 8%내외의 수익률로 배당한 이후 지난해 9월 키움자산에 매각했다. 거래가는 580억선으로 알려졌다. 매입 4년 만에 10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신탁업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점을 찾는 작업에서도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DABS, Digital Asset Backed Security) 시장 진출을 위해 프롭테크 스타트업 '카사코리아'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DMBS 시장은 건물을 상장해 증권을 발행하면 이를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다. 예컨대 건물주가 카사코리아 측에 빌딩매각을 의뢰하면 카사코리아가 기업상장 시 가치평가와 마찬가지로 한토신과 함께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감정평가를 마치면 평가액만큼 공모를 진행, 투자자들은 최소 투자금액 5000원 이상만으로 주식증권을 사고팔듯 거래가 가능하다.

한토신은 지난해 12월 카사코리아와 DMBS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판 위워크'라 불리는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신탁업과 공유오피스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BM)를 찾고자 이뤄졌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 오피스 확장을 위해 한국토지신탁과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좋은 입지를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토신 역시 오피스 개발 사업에서 우량한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사업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기존 분양 위주의 사업 모델에서 임대·운영 사업모델까지 확장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신탁이 새로 개발한 외관디자인이 적용된 문주 이미지. 자료=한국토지신탁 제공
◇주주가치 제고'…코아루' 아파트 브랜드 강화도

최 사장은 한토신의 이미지 제고와 '코아루' 아파트 브랜드 강화에도 힘썼다.

한토신은 주주친화 정책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16일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급락한 주가를 부양하고 저가에 자사주를 확보하고자 대신증권과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최윤성 사장은 “한국토지신탁은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꾸준히 포트폴리오 변화를 추진해왔으므로 점진적 실적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토신은 신탁사 최초로 자사 아파트 브랜드의 외관 매뉴얼 디자인을 개발해 출원했다. 지난해 3월 코아루 외관매뉴얼 특화 디자인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2월 디자인 총 8건에 대한 출원을 완료했다.

문주, 아파트 동출 입구, 외벽 장식 등 8건의 디자인에는 '코리아의 아름다운 집 코아루'의 정체성과 '최신 아파트 디자인 트렌드'의 조화가 담겨있다는 게 한토신 측의 설명이다.

이달에는 골프단 창단도 이뤄졌다. 여자프로골퍼 김민선(25), 박현경(20), 황예나(27), 전우리(23) 4명으로 구성됐다. 소비자 접근성 강화로 정비사업과 자사 아파트 브랜드 '코아루' 관련 사업 등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제24기 주총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악화된 경영여건 속에서도 더욱 심기일전해 보다 나은 경영성과를 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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