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임기 만료 윤석헌 금감원장보다 손 회장이 더 오래 자리 지켜

금감원 “최종까지 가서라도 법정에서 다툴 것…윤 원장 중도사임 있을 수 없어”

25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 정기주주총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당국의 중징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은 손 회장과의 법정 다툼에 들어선 가운데 윤석헌 금감원장이 손 회장보다 먼저 옷을 벗는 상황이 됐다.

25일 오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 안건안이 통과됐다. 이날 주총은 올해 1월 새롭게 금융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의 제 1기 주주총회로, 손태승 회장은 이 자리에서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우리금융그룹의 첫 번째 주총은 손 회장의 연임 안건이 통과되며 25분 만에 간단하게 끝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의 주주가 서면 대리 제도를 통해 미리 투표를 마치면서 주총 참여 인원도 매년 평균적으로 200여명이 참석해왔으나, 이날은 예년의 절반 수준인 100여명이 주총장을 메우는데 그쳤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적극 독려하면서 우리금융 역시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들에게 한 자리 씩 건너서 앉도록 자리 배치를 하는 등 주총장 전체 분위기 자체도 한산했다.

주총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은행 본점 정문 밖에서는 DLF 사태 피해자들이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지만 이 역시 주총장 무단 진입과 같은 별다른 돌발 사태 없이 시위가 마무리 됐다.

25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금융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DLF 피해자들이 본점 앞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회장은 지난 20일 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연임을 제재하는 금감원의 중징계 조치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소송 인용 판결을 받아내 이날 주총에서 정식으로 두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3년간 다시금 우리금융그룹을 이끌게 됐다.

특히, 이번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을 통해 이뤄진 상황에서 윤 원장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연임을 가로막은 손 회장보다 먼저 그 자신이 현재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 2018년 5월에 3년 임기로 금감원장에 취임한 윤 원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반해 손 회장은 윤 금감원장의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2년간 더 우리금융의 수장을 맡게 됐다.

여기에 손 회장의 감독권자인 윤 금감원장의 영(令)이 법원의 가처분 소송 인용으로 사실상 무효화 된 만큼, 일각에선 윤 원장이 중도에 사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윤 금감원장의 중도 사임 가능성은 일축하면서 최종심인 3심 대법원까지 우리금융과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천문학적인 손실이 일어났는데 최고경영자가 이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심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2심, 3심 끝까지 법적으로 앞뒤를 살피겠다”고 말했다.

윤 금감원장의 중도 사임설과 관련, 금감원 측은 “특정 정책에 대해 특정 세력이 반대한다거나 어떠한 잡음이 발생한다고 해서 기관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경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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