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LCD 부진, 중소형OLED 생산 따른 고정비 증가 등으로 1조원 적자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으로 中 LCD업체 생산 차질… LCD가격 반등 '호재'

올 도쿄 올림픽·유로 2020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 불구 코로나 확산 변수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사진= 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대표 기업인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2019년 4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기록한 손실 규모는 1조원도 훌쩍 넘는 1조3593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적자는 회사의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췄고,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회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낮췄다.

TV 시장 위축으로 인한 대형 LCD(액정 디스플레이)의 부진, 중소형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 등이 최근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었다. 특히 국내 경쟁업체는 물론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했다.

수년간 '적자의 늪'을 지나는 동안 LG디스플레이의 주가도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일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1만2450원을 가리키며 2004년 상장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후 새해 들어 업황 개선을 기대한 투자자들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2월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전일보다 250원(1.69%) 하락한 1만4550원에 마감했다.

그런데 상반기 예기치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중국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바로 그 것이다. 중국 LCD업체들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LCD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엔 때 아닌 호재로 작용하게 된 것.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LCD 공급 감소가 수요 감소를 2배 웃돌 것”이라고 파악했다. 그는 “중국 LCD패널업체의 2~3월 LCD패널 생산 차질은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글로벌 LCD 공급량은 10~15%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LCD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TV 생산업체들은 충분한 LCD패널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도쿄 올림픽과 유로 2020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세계 상위 3사의 LCD패널 현재 재고는 정상 수준(5~6주)의 절반(2~3주) 수준”이라며 “2분기까지 LCD패널의 전략적 구매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월 LCD TV패널 가격은 전월 대비 평균 9% 상승했다. 2016년 11월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해 8년간 LG디스플레이를 이끌었던 한상범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취임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올해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LCD TV 패널 사업 축소 등의 체질 개선을 통한 흑자 전환에 나섰다는 것도 시장이 주목하는 긍정적 변수다. 전임자인 한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인 반면 정 사장은 LG그룹의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LG디스플레이 주가와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팹) 양산 일정이 올해 2분기로 지연되며 패널 출하가 목표대로 늘지 않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아 중국의 생산 차질에 따른 수혜를 완전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양산과 애플에 대한 OLED 공급 실적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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