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선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잇따라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일로에 들면서 국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2%선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속속 나오고 있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16일 무디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1%)보다 0.2%p 낮췄다.

무디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경제의 충격이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관광 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중국 상황으로 일시적인 생산 공급망 붕괴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중국의 성장률을 기존 5.8%에서 5.2%로 0.6%p 하향조정했다.주변국인 일본, 호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잡았다.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전체 성장률도 2.6%에서 2.4%로 낮췄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기존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5%를 1.5%로 대폭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 하나금융투자연구소 등 국내 연구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남짓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연구소는 지난해 발행한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때문에 당장 1분기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3%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0.8~1.7%p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기관인 모간스탠리도 한국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스탠리는 성장률이 -0.8~-1.1%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모간스탠리는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고 중국인 관광객 유입도 많아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주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꽤 오래된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대비 2.01%로 2009년 금융위기 당시 0.8%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이 끌어올린 수치였다. 민간 부문 생산이 저조해지자 정부가 확장적 재정투입에 나서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도가 1.5%p에 달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생산가능인구 급감 등 안팎의 악재로 한국의 성장률 2%대 시대가 올해 종료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연초 부터 닥친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커 당장 수출의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감염증 확산으로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 경제가 급속히 냉각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책과 리스크 최소화 방안이 있어야 하고 국내 소비심리 악화와 내수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거시·미시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고 전했다.

홍 연구위원은 "경기 급랭 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있었던 11조5000억원의 메르스 추경 수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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