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생보사중 9곳은 온라인보험 실적 '전무'

복잡한 구조에…미니보험 등 간단 보험 판매 그쳐

"혁신적 상품 출시 위한 노력 필요…제도적 뒷받침도"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험업계의 새로운 판매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던 온라인보험 채널이 애초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전체 판매 채널에서 온라인채널(CM)이 차지하는 비중은 0.29%에 불과했다.

특히, 몇몇 생보사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온라인보험시장에서의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온라인보험 비중, 전체의 0.29%…KB생명 실적개선 눈에 띄어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11월 기준 온라인채널(CM)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121억7200만원)보다 31.1% 늘어난 159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초회보험료는 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로 신계약 성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이는 KB생명의 온라인보험 실적 개선 영향이 컸다. KB생명을 제외하면 지난해 보험업계는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KB생명의 경우 2018년말 출시한 ‘KB착한저축보험’의 인기 덕분이다. 이 보험은 연 3.5%의 확정금리를 보장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KB생명을 비롯해 교보라이프플래닛(57억1600만원), 삼성생명(29억6300만원), 한화생명(15억7400만원), 동양생명(11억3800만원) 등 5개 보험사를 제외하곤 실적이 10억원을 넘지 않았다.

몇백만원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온라인보험을 전혀 판매하지 않은 보험사도 오렌지라이프, DGB생명, 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푸본현대생명, AIA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처브라이프생명 등 9곳이나 됐다.

전체 판매 채널에서 CM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 전체 초회보험료(5조4780억원) 가운데 CM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0.29%에 불과했다. 이기간 대면채널 초회보험료는 5조3669억원에 이른다.

온라인보험이 생보사 실적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보사 초회보험료 현황. 출처=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업계와 비교해봐도 생보사의 온라인보험채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손보사들의 10월 기준 온라인채널(CM) 초회보험료는 5조2650억원으로 전체 초회보험료의 7%에 이른다.

손보사들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채널의 비중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온라인 전업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까지 출범하면서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온라인보험시장에서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상품 구조’에 발목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생보업계 CM채널은 인건비 절감 등으로 사업비를 줄일수 있다는 점과, 가입자 청약에 따라 보험가입이 이뤄져 불완전판매가 적다는 점 등으로 새로운 판매채널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CM채널이 부진하고 있는 이유로는 생명보험 특성상 설계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이 꼽힌다. 생보사의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CI보험 등은 대부분 상품구조와 약관이 복잡해 소비자가 설명을 듣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스스로 가입하기 어렵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설문조사(2019)에 따르면 CM채널에서 가입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가입과정이 복잡하고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러한 이유로 생보사들은 미니보험 등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보험만을 온라인상에서 출시하고 있다. 보험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상품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야하니 온라인 보험의 특징들이 대부분 간단한 상품들”이라면서 “종신보험 등 복잡한 보험들은 온라인에서 팔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기존 채널 판매 조직들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보험사들이 부담을 가져 온라인 채널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CM채널 부진에 영향을 줬다.

이외에 온라인 채널에 비교적 적합한 보험으로 취급받았던 저축성 보험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CM 채널 확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다.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혁신적 상품 출시 위한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생보업계가 온라인보험시장을 확대 하려면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하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생명보험 비대면 직판채널 성과부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17년 기준 생보 비대면 직판채널 판매비중은 1.4%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과 유럽도 직판채널의 판매 비중이 각각 6%, 11.8%로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비대면 직판채널은 중개자 없이 보험사가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직접인수 방식으로 주로 인터넷, 우편, 등의 매체를 이용한 판매 방식을 말한다.

권오경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직판채널은 사업비 절감 목표는 달성했지만, 기존 사업모형과 상품을 답습하는데 머물러 혁신적인 보험상품과 프로세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그동안 직판채널은 성과가 부진했지만 향후 온라인 보험산업 규모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생명보험회사는 직판채널 보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멀티채널 환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규제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상품 판매와 관련한 국내의 규제체계는 규정 중심 규제에 가깝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 있어 소비자 보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행위기준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보험연구원은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 활성화를 위해선 이러한 규제 방식을 원칙 중심의 사후규제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원칙 중심의 사후규제란 규제를 통해 얻고자하는 규제상 결과를 규정하는 방법이다.

보험연구원은 ‘비대면채널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사전적인 규정 중심 규제 체제에서 원칙 중심의 사후규제 체제로 전환을 고려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규제 방법을 도입한다면 규제 당국은 앞으로 기술 발달에 따라 예상한 혹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등장할 새로운 판매채널에 대해 세세한 규제를 제시하는 대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정한 원칙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체계하에서 보험회사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원칙하에서 유연성 있는 채널운영이 가능하다”며 “감독당국 역시 제시한 원칙 내에서 보험 및 금융상품 판매 형태에 제약받지 않는 유연한 감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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