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사스 당시 코스피 30%↓ …"이라크전·카드사태 등 악재 겹쳐 충격"

"일시적 변수에 그칠지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지는 2~3월 흐름 지켜봐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짙어지던 설 연휴 직후 코스피 시장은 3% 이상 폭락했다.

지난 28일 코스피지수는 2%대 폭락하며 출발해 3.09% 하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지난 2018년 10월 11일(-4.44%) 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54조원이 증발했다.

'바이러스 리스크'로 경기 둔화와 소비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서 투심이 위축된 것이다. 실제로 과거 중국발(發) 전염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던 2003년 코스피 지수가 폭락세를 보인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3년 사스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2년 12월 고점 730선에서 2003년 3월 저점 510선까지 약 30% 하락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과거 사스 때와는 달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사스 사태 당시 주식시장 움직임은 사스 자체보다 이라크 전쟁과 밀접하게 연동됐다고 분석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상반기는 사스 사태 외에도 이라크 전쟁과 카드사태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대기업 분식회계 사태 등 대형 악재가 중첩됐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당시의 경기 부진과 주가 하락은 여러 악재가 겹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장 환경과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향후 시장흐름이 2003년 1분기처럼 급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은 크게 낮다"고 전했다. 그는 "우한 폐렴과 관련된 경제지표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며 1분기에 한정된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29일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와 글로벌 경제 사례를 보면 날씨가 너무 춥거나 미세먼지 농도가 심하거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외부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외부 활동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해당 시기에 소비가 큰 폭으로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감소한 소비는 그 다음 시기로 이연돼 증가하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을 흔들 만한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넘어 국내 등으로 확산되면 단기 약세장이 펼쳐질 수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면세점과 여행 관련주, 항공주, 카지노 관련주 등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르스가 확산 이후 정점에 도달한 시기가 최초 발생 후 2개월 안팎으로 사태 안정화까지는 3~4개월이 소요된다"며 "일시적 변수에 그칠지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지 결정되는 건 2~3월"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