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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공사 비정규지부, ‘무기한 파업’…‘고심 깊어진’ 채희봉 사장
  • 기자이창훈 기자 lch@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20.01.28 17:41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하 비정규지부)가 가스공사 측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가스공사와 비정규지부는 2017년 정규직 전환 협의를 시작한 이후, 2년 넘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지부 측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측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가스공사 측은 “직접 고용 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공개경쟁 채용, 정년 60세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정부 가이드라인 따라 직접 고용” vs “직접 고용 시 공개 경쟁 채용”

비정규지부는 28일 청와대 사랑채와 대구 동구 가스공사 본사 로비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비정규지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가스공사 직접 고용 △공개경쟁 채용 철회 △정년 65세 보장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면담 등을 요구했다. 이들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게 비정규지부 측의 입장이다.

비정규지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100여명으로, 가스공사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근로자다. 이들 근로자의 직군은 미화, 시설, 특수경비, 전산 등이다.

가스공사와 비정규지부는 2017년 11월 파견·용역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이후, 2년 넘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집중교섭 6회, 노사 전문가 협의회 15회 등 총 21번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지부는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스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지부 측은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기존 정규직과 달리 별도 예산으로 운용되는 별도 직군, 별도 임금의 근로자”라며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공개경쟁 채용으로 입사해 정년 60세를 보장받아야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지부는 또한 정년 60세를 적용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 1200여명 가운데 60세 이상 근로자 150여명은 전환과 동시에 퇴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범운규 비정규지부 강원지회장은 “정년 60세를 적용하면 당장 회사를 나가야 하는 근로자가 150여명”이라며 “60세를 앞둔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약 200명은 정규직 전환으로 퇴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스공사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하게 공개경쟁 채용 입사, 정년 60세 보장 등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정규직과의 역차별 우려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스공사 측은 비정규지부가 공개경쟁 채용, 정년 60세를 수용하지 못하면, 자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 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관계자들이 28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文 정부의 ‘친노동’ 기조 역행 우려”

가스공사와 비정규지부가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데다, 양측의 불신도 깊은 분위기라, 가스공사 노사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지부는 지난 2일과 13일에 부분 파업을 벌였고, 대구 본사와 14개 지역본부 등 15개 사업장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비정규지부 측은 이날부터 본사 로비에서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비정규지부 내부에서는 “가스공사가 정규직 전환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박기춘 공동 비정규지부장은 “가스공사가 2년 동안 사측을 대표하는 교섭단장만 세 번 교체했고, 채희봉 사장에게 네 차례나 면담을 요구했으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가스공사와 비정규지부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자칫 가스공사가 문재인 정부의 ‘친(親) 노조’ 정책 기조를 역행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오는 4월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4·15 총선)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가스공사 노사 갈등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를 무시하긴 어렵다”며 “가스공사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것 자체가 자칫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역행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와 비정규지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채희봉 사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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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1/28 17:41:46 수정시간 : 2020/01/28 17: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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