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법 규제로 걸으면 보험료 깎아주는 수준에 그쳐

제도적 뒷받침에…보험업게, 헬스케어 TF 구성 등 부문 강화

참여 기반형 인센티브 제공 방식→성과 지급형 방식 변화할듯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보험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헬스케어서비스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헬스케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데 이어 데이터 3법 개정안(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통과하면서 보험사들의 헬스케어서비스 상품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보험업계에 출시된 헬스케어서비스 상품들은 걸으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천편일률' 보험사 헬스케어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는 참여기반 인센티브제공 중심이다.

예컨대 고객이 일정 이상을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헬스케어서비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AIA생명의 헬스케어 상품도 이러한 형태다. AIA생명이 지난 2018년 8월 SK텔레콤과 협업해 출시한 'AIA 바이탈리티 X T건강습관' 애플리케이션(앱)은 측정된 운동량이 설정된 목표치를 넘으면 SK텔레콤 통신요금 할인, 커피 쿠폰, 온라인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AIA생명은 또, 바이탈리티앱과 연계한 보험 상품을 출시해 걷기 등 목표달성시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또 인기를 거두고 있는 삼성화재의 ‘애니핏’도 운동 목표 달성에 따른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걷기, 달리기, 등산 등 운동을 대상으로 목표 달성에 따른 포인트를 연간 최대 5만4000포인트까지 제공한다. 고객은 적립된 포인트는 보험료 결제, 삼성화재 포인트 몰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다른 보험사들도 헬스케어 상품을 출시했지만 이 같은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형태 외에 서비스로는 건강관리 팁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헬스케어서비스를 전혀 출시하지 않은 보험사도 수두룩하다. 헬스케어상품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의료법 등의 규제로 서비스가 그동안 제한돼왔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의료법 저촉 우려 등으로 서비스의 직접적인 제공을 기피해온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는 예방적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험사 뿐 아니라 고객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라면서 “다만 아직까지는 여러 이유로 넓은 의미의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해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헬스케어 상품 현황(지난해 9월 기준). 자료=금융위원회
◇제도적 지원에 ‘탄력’ 받나

이처럼 지지부진했던 보험사 헬스케어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9일 ‘데이터 3법’이 통과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위가 발표한 활성화 방안은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업을 부수업무로 둘 수 있게 했다. 또, 부작용이 없는 경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서비스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에게 혈당 측정기나 구강 세균 측정기 등 건강관리기기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데이터3법’은 이보다 넓은 의미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데이터3법’은 특정 개인을 못 알아보게 처리한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을 위한 통계작성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생체정보 등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대형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형 보험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등 건강관리서비스 제공도 용이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제도적 뒷받침에 맞춰 새로운 헬스케어서비스 마련에 한창이다. 각 보험사들은 이미 헬스케어 TF를 구성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9월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헬스케어 TF까지 신설하면서 헬스케어 분야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7월 오픈이노베이션 '이노스테이지'를 출범하고, 헬스케어 등 분야에 적용될 새로운 사업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10곳을 선발하고 올해부터 선발된 기업 중 사업화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한 스타트업과 본격적인 협업을 통해 사업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모델로는 스마트 칫솔로 아이의 구강관리를 하고, 질병이 발생하면 치과와 보험사를 연결해주는 ‘스마트 덴탈케어’ 등 서비스 등이 거론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헬스케어, 육아 등 관련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업모델을 개발해 신규 서비스를 건강관리 플랫폼에 탑재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보험사들은 ‘데이터3법’의 하위법령 정비가 이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보단 내부적으로 추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다. 당장 활용중인 서비스에 적용하기보다 시간을 갖고 새로운 상품 출시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데이터3법’과 관련해서 당장 플랫폼 안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바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간을 갖고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생보사 한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인 헬스케어 상품은 없다”며 “대형사들이 먼저 시장을 선도하면 지켜보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참여 기반형→성과 기반형

제도적 뒷받침으로 앞으로 출시될 상품들은 참여 기반형 인센티브 제공 방식에서 더 나아가 성과 기반형 인센티브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이 걷는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을 넘어서 걸은 후 수개월 후에 체중이 감량하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헬스케어서비스를) 구분해보면 보험 상품에 종속된 건강관리서비스가 있고, 건강관리서비스를 상품과 연계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며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보험 상품에 종속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앞으로는 보험사들이 건강관리서비스를 보험 상품과 독립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보험과 독립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성과 지급형 상품들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보걷기 프로그램을 통해 체중이 줄었다면 보험사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품들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보험사들은 이미 성과 지급형 인센티브 제공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미국 보험사 빔덴탈은 치아보험 가입자에게 전동칫솔 등 치아관리제품을 제공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고객의 치아관리 습관 점검 및 치아 관리를 위한 팁을 준다. 이후 고객의 치아 상태를 갖고 보험료를 재산정해 갱신 시 치아상태가 개선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경이 좋아지면서 보험사들이 기존보다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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