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자본 없는 상태서 他 법인 지분모아 담보대출로 회사 사들여

현대차 1차 납품업체 화진 2017년 '무자본 인수합병’에 휘말려 고초

지난해 '무자본 M&A' 표적 24곳… 금감원 '정규 조사팀' 신설할 계획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알짜’ 중견기업들이 '무자본 기업사냥'에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현대차의 1차 납품업체이던 화진이 2017년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휘말려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화진은 공개경쟁 입찰방식의 인수·합병 공고를 지난 16일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2달만에 공시한 2차 매각이며 현재 주식 거래는 중지 상태다.

화진은 2016년까지 연매출이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률 7%~11%의 우량기업이었다. 화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다음해 양모(50) 씨 등이 자기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화진을 인수한 이후다.

이들은 회사 자금 414억원을 다른 업체에 투자하거나 대여하는 방식 등으로 빼돌렸다. 인수 자금은 대부분 저축은행 대출과 차입, 사채 등으로 충당했다. 거래 중지된 화진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는 12월 기준 1만4378명에 달했다.

이처럼 피해가 투자자와 산업계로 번지는 사례가 늘자 금융당국도 적극대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를 통한 불법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정규 조사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정의하는 무자본 M&A는 기초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법인의 지분 등을 끌어모아 담보대출을 받아 회사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물론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을 상당 부분 활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자체 자금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외부 자금만으로 이행하는 무자본 M&A의 경우 회사 자금을 유용하거나 비상장 기업 시세조종에 가담하는 등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무자본 M&A를 통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이 적발된 사례가 지난해만도 상장사 24곳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무자본 M&A 추정기업 67곳을 상대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상장사 24곳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위법 행위 유형별로 회계분식 14곳, 공시위반 11곳, 부정거래 5곳 등이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사채시장 등에서 차입한 돈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한 경우, 고리 대금을 갚기 위해 불법행위를 하고 단기간에 시세 조종 등으로 회사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제로 거래 중지, 상장폐지 등의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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