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지부 "정규직 전환방식 정부 가이드라인 무시"

가스공사와 정규직 전환방식 놓고 입장차 '뚜렷'

비정규지부 "진전된 안 제시 안하면 전면파업"

가스공사 "노조와 원만한 합의 도출하겠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공공운수노동조합 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하 가스공사 비정규지부)와 정규직 전환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가스공사 측이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공개 경쟁 채용 및 정년 60세를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1월 두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측은 “사측 요구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60세 이상인 150여명은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2년 넘긴 가스공사 정규직 전환 협의…“역차별 논란 우려”

17일 에너지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가스공사와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2017년 10월 파견·용역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첫 협의를 진행한 이후, 2년 넘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노사 전문가 협의회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노사 전문가 협의회는 노조 측 대표자 9명, 사측 대표자 9명, 노사가 각각 선임한 전문가 1인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가스공사와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현재까지 집중교섭 6회, 노사 전문가 협의회 15회 등 총 21번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으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공개 경쟁 채용 및 정년 60세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와의 ‘역차별 논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가 공개 경쟁 채용으로 입사해 정년 60세를 보장받고 있는 만큼, 정규직 전환 대상자 역시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다.

가스공사 내부에서는 이번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임금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동구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가스공사, 정부 지침 역행…정부 가이드라인 무시·퇴사자 모르쇠”

반면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기존 정규직의 역차별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가스공사 공동 비정규지부장은 “우리는 가스공사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가스공사가 용역회사에 지급하는 예산 안에서 처우 개선이 이뤄지길 바랄 뿐,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가스공사 측의 제안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현 근로자 전환 채용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전문직 등 청년 선호 일자리 등에 한해 공개 경쟁 채용이 허용된다.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미화, 시설, 특수경비, 전산 등 청년 선호 일자리와 거리가 먼 직군의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공개 경쟁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규직 전환 대상 근로자 가운데 29세 이하 근로자 비율은 4.6%, 34세 이하 근로자는 13%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 가이드라인은 미화, 시설, 경비 등을 고령자 친화 직종으로 분류하고 정년 65세를 적극 권고하고 있는데, 정년 60세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 역시 정부 지침에 반한다는 게 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의 주장이다.

특히 가스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 1200여명 가운데 60세 이상 근로자 150여명은 전환 동시에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기춘 지부장은 “사측이 협의 과정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묻자 ‘무시하겠다’고 했고, '60세 이상 근로자를 다 자를 것'이냐고 물으니 ‘그럴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채희봉 사장, 비정규직 면담에 ‘무응답’…“정규직 전환 의지 없어”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사측 교섭위원들의 결정권이 없다고 판단해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측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 채희봉 사장과 면담을 가졌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12월 20일, 23일, 30일 등 세 차례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는 데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측은 “사측이 정규직 전환에 대해 진정성이 없고 시간만 끌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힘만 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기춘 지부장은 “그동안 사측 대표인 교섭단장이 세차례 교체됐고 현재 네번째 단장”이라며 “단장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측은 “오는 28일까지 가스공사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노사 전문가 협의회를 통해 적극 협의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스공사 정규직 근로자가 조합원인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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