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행장 “노조와 대화 기다리겠다”…상반기 정기인사 지연 속 휴·복직자 인사 단행키로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입구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 왼쪽 두 번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임기 14일 차인 16일 오전 을지로 본점 집무실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역시 노조의 저지로 입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달 3일 임기를 시작한 후 윤 행장은 이번을 포함, 총 세 번째 본점 집무실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역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주차장에 도착한 윤 행장은 후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노조 측에 다가가 김형선 노조위원장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노조원 100여명은 미리 나눠 가진 마스크를 끼고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도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신 노조 측은 이달 초에 배포했던 '정부와 청와대는 윤종원 뒤에 숨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대화를 대신했다.

기업은행 사측 관계자가 "위원장님! 나오십시오"라며 김형선 노조위원장을 찾았지만, 노조 측은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윤 행장은 본점 도착 1∼2분 만에 다시 본점으로의 출근을 포기했다.

돌아서는 길에 윤 행장은 취재진에 "많이 안타깝다"며 "일반 국민과 직원들, 중소기업 고객 중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은행을 위해서라도 빨리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가 제기하는 문제를 같이, 함께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며 "계속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은행 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이라며 '낙하산 행장'으로 규정,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노조는 대화는 하되, 그 상대는 윤 행장이 아니라 윤 행장을 임명한 청와대와 과거 '낙하산 인사 근절' 정책협약을 맺었던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 제의가 오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대화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당·정·청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행장의 본점 출근이 노조 저지로 계속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업은행 상반기 정기인사도 미뤄지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휴직·복직이 예정된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중에 먼저 인사발령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정기인사의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라는 윤 행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본점 행장 집무실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반기 정기인사 역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선은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해 신변에 중요한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은행은 1월과 7월 연 두 차례에 걸쳐 정기인사를 실시하는데, 이 시기에 맞춰 휴직과 복직을 계획하는 직원들이 많다.

기업은행 측은 "여러 사정으로 상반기 인사가 다소 지연될 수 있겠지만 휴·복직을 계획하는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이번 인사발령의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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