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협상 파트너로 존중…'노조 추천 이사제'는 제도 운용하기에 달려"

7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입구에서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출근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의 앞을 가로막고 출근 저지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현재 자신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기업은행 노조와 대화할 뜻을 9일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윤종원 행장은 "노조에 대화를 제의한 상태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언제든지 만나자고 했다"며 "일단 만나서 노조가 걱정하는 게 뭔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듣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조 측은 윤 행장과의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청와대가 윤 행장의 선임을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행장은 "노조 등 일부의 우려를 알고 있고, 노사 모두 기업은행 발전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고 본다"며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존중하고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경청해서 건설적이고 성숙한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일각에서 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해 그는 "어떤 제도든 운용하기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중소기업을 비롯한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 현장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윤 행장은 "그간의 제 경험과 이력을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윤 행장은 "현재 보고를 받고 있는데 업무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일부 익숙지 않은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임직원과 함께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경영 기조에 대해선 "혁신을 통해 은행의 실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금융 수요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가능한 이익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적정 수준의 이익 확보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은행 내부 경영에 대해 "직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게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우선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청탁과 줄서기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후진적인 관행은 근절하고, 인사 기준을 투명하게 정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성별 다양성, 본부와 영업점 간의 균형, 장애인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배려에도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윤 행장은 직원 역량과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국제기구에 근무할 때 보면 상사가 자기 시간의 3분의 1은 부하 직원의 역량 개발과 경력 관리에 쓰더라"며 "실력을 배양할 기회와 채널을 확대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아침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을 나선다”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은행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나중에 성과를 갖고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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