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43조원 달해… “신탁 판매금지 규제 과도”

지난 1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은행 신탁 판매 규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20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주요 은행의 담당 부서장들은 수시로 모여 금융당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종합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신탁 판매 금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종합대책을 통해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도 은행에서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는 금융위가 은행 판매 금지를 결정한 '고난도 사모펀드'에 해당한다.

은행권은 이미 신탁은 공모 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고난도 사모펀드와 함께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은행들은 만약 신탁도 규제해야 한다면 사모와 공모를 구분해 사모만 판매를 금지한 펀드와 동일하게 신탁도 사모만 금지하고 공모는 판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판매 금지를 결정한 신탁 시장 규모가 DLF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돼서 판매가 금지된 원금 비(非)보장형·사모 DLF의 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 4조3000억원이다.

이에 비해서 앞으로 은행권에서 판매가 금지될 신탁의 규모는 4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4조3000억원 규모의 상품 중 일부가 문제가 됐는데 이와 종류가 다르지만 시장 규모는 10배인 4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이 없어질 판국인 셈이다.

또한 은행권들은 주가연계증권(ELS)도 펀드와 같이 공모와 사모가 나뉘는 만큼, 사모 ELS는 금지하더라도 공모 ELS는 신탁으로 팔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원금 비보장형 ELS 잔액 56조6000억원 가운데 공모 ELS는 44조4000억원(78.4%)이고 사모 ELS는 12조2000억원(21.6%)이다.

은행들은 당국이 신탁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은행 정기예금의 2∼3배가량 수익률을 올릴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자본시장법상 겸영투자업자로 정의돼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증권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지는 데도 은행에만 펀드나 ELS 판매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