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역할 축소론 강조하면서도 “경영 정상화 후 논의할 얘기” 라며 여지 남겨놓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아시아나의 주인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본입찰에서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경쟁자인 애경 컨소시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금액을 베팅했다.

이에 결국 이날 오후 열린 금호아시아나 그룹 이사회에서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움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산과 미래에셋이 매각 협상 우선권을 따낸 데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특유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베팅' 스타일이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1986년 동양증권(옛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증권맨으로서 첫 길을 내딛은 박 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전문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설립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을 출범시킨 박 회장은 창업 20여년 만에 미래에셋증권을 자기자본 13조7000억원(그룹 전체 기준) 규모의 ‘메머드’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특히 2015년 12월에 옛 대우증권을 인수해 통합 미래에셋대우를 증권사 1위로 발돋움 시켰고, 2016년 11월에는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 생명을 인수했다.

해외 M&A 시장에서도 박 회장은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십분 발휘했다.

글로벌 일류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시드니·한국)와 페어몬트 오키드(하와이·샌프란시스코)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등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중국회사 ‘안방보험’으로부터 사들였다.

국내에서는 2017년 네이버와 1조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보폭을 종횡무진 넓혀가는 중이다.

이번 아시아나 인수 성공에도 박 회장의 M&A 성공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아직 현대산업개발이 주도하는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아나의 1대 주주로 올라서 실질적인 주인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다만, 미래에셋대우 측은 이번 인수는 엄연히 현대산업개발이 주축이 된 M&A라며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의 SI(전략적 투자자)는 엄연히 현대산업개발이고, 당사는 FI(재무적 투자자)로서 참여해 자본을 투자하는데 있어서 현산 측과 협상을 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추후 당사가 (아시아나 인수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분 역시 SI인 현산이 더 높고, 증권사인 당사가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20%가 맥스(최대)”라며 “FI인 당사로서는 언제든지 엑시트(인수전에서 발 빼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미래에셋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선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미래에셋대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향후 아시아나 인수에 있어 미래에셋그룹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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