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실수한 직원에 대해서는 배상책임 인정 안 해…"인과관계 없어"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본사 전경. 사진=삼성증권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2년전 유령주식을 매도해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삼성증권이 직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령 주식을 판매한 직원 13명이 4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직원들은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배당 사고' 당시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매도했다. 이들은 앞서 형사재판에서도 1심 결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직원 13명이 매도한 주식은 534만주로, 체결된 거래금액은 1900억여원에 달했다. 이에 당시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 때 최대 11.7% 폭락했다.

다만, 이들은 유령 주식을 팔아치워 실제로 돈을 가져가진 못했다. 주식 거래가 체결된 후 3거래일이 지난 뒤에야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계좌를 위임받은 삼성증권은 팔린 만큼의 주식을 매수 혹은 대차하는 방식으로 다시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도금과 매수금 사이 차액과 수수료로 91억여원의 손해를 입었고,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약 3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손해 94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직원들은 "시스템 오류인지 시험해 보려 매도주문을 했을 뿐이라 손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없었다"라거나, "유령 주식을 매도한 것이므로 유효한 '매도계약'이 존재하지 않아 손해를 입혔다고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수차례에 걸쳐 매도 주문을 했거나 한 번에 1만주 이상의 매도 주문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시험해 본 것'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현행 주식거래시스템에서 주문이 체결되면 2영업일 후에 결제 이행이 이뤄지므로 주식을 실제로 확보한 상황에서만 유효한 매도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체결한 주식매매계약도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삼성증권 시스템의 결함과 담당 직원의 실수 등도 사건 발생의 한 가지 원인이 됐고, 삼성증권이 배당사고 직후 사내방송 등을 통해 매도금지 공지를 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진 면이 있다며 직원들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유령 주식을 매도한 직원 13명 외에, 당시 전산 입력 실수를 저질러 배당금 대신 주식을 입고시킨 담당 직원 2명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입력 착오와 회사의 손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회사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대량의 주식을 실제 매도한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며 "착오 입력과 회사의 손해 사이에는 직원들이 대량 매도라는 불법행위가 개입돼 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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