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후 첫 자사주 매입 결정에도 주가는 '부진'

"2분기 순익 전년比 15%·전분기比 58% ↓ 예상"

리테일 비중 크고 채권 포지션·ELS 판매 부진 한몫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옥 전경. 사진=키움증권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뒀던 키움증권의 주가가 최근 극도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같은 시기 다른 증권사들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대신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등 종목들은 모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1675.55로 시작한 코스피 증권업종 지수는 상승추세를 보이다 24일 2,001.53를 기록했다. 증권업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평가이익이 확대되고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 상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ELS가 조기상환되면 순이익 증가폭이 확대되고 운용기간이 짧아져 헤지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이번주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기대감도 증권주 ‘투자 심리’ 개선을 부추기고 있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증권업 호재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은 최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1분기 호실적 등으로 인해 지난 4월 주가가 9만4000원(4월 3일)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부진으로 인해 2분기 실적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달 들어서는 주가가 8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25일에는 4.63%나 하락했다.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까지 결정했으나 투자심리 개선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17일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취득 예정 주식수는 50만주, 금액은 약 405억5000만원이다. 취득 완료 뒤 자사주 보유 비중은 2.3%까지 오른다. 취득 예정 기간은 오는 9월 17일까지다.

2분기 부진한 실적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2분기 이후 키움증권 주가흐름. 자료=거래소 홈페이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분기 순이익(추정기관수 3곳 이상 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15.1% 하락한 67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분기(1587억원)와 비교해서는 57.6% 감소한 수준이다.

증시 부진으로 NH투자증권(-5.4%), 삼성증권(-8.3%), 미래에셋대우(-12.8%) 등 증권사들도 순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키움증권보다는 하락폭이 작다.

이는 키움증권이 채권 포지션이나 ELS 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증권사들의 실적의 가장 큰 변수는 지속적인 시중 금리 하락 추세에서 얼마나 공격적인 채권 운용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ELS 조기상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로 요약된다”면서 “키움증권의 경우 채권 포지션이나 ELS 역시 판매 규모가 적고 B2B 구조이므로 이러한 추세에서는 당연히 소외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경우 전체 사업부문에서 리테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증시 부진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뜻이다.

키움증권은 IB 부문 확대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 비중을 줄여왔지만 현재까지 4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분기의 경우 IB관련 수수료 수익도 1분기보다 부진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1분기 150억원에서 2분기 11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IB부문의 한축인 기업공개(IPO) 실적이 2분기 전혀 없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IPO의 경우 상장예비심사에 올라가 있는 기업이 4곳 정도 있다”면서 “IPO는 연내에 맞춰서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키움증권이 이 같은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선 인터넷은행 ‘키움뱅크’ 라인선스 취득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키움뱅크’는 지난 5월 혁신성 부족을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 취득에 실패한 바 있다.

정길원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 라이선스 취득에 실패했지만 재도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금융플랫폼의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키움증권의 기존 입지와 정체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인터넷은행이라는 게이트웨이를 확보하면 고객 유치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브로커리지 또는 금융상품 판매로 업세일링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키움증권이 지속적으로 늘려온 위험확대에 따른 정체성의 희석(안정적인 수수료 모델에서 이익변동성이 큰 IB 모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키움증권측은 키움뱅크 재도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뱅크 재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칭) 두 곳에 대한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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