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손보사 순사업비 16조8000억원…사상 최대 수준

과열되는 GA 수수료 경쟁 … 300% 시책에 물품 시상도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 시급…"개편시 사업비율 하락할 것"

손보업계 순사업비 현황.(단위:억원)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손해보험업계의 보장성보험 신계약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설계사 시책을 늘리거나 언더라이팅(계약체결심사)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손보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오히려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손보사 사업비 사상 최대

17일 손해보험협회의 금융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순사업비 합계는 16조811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013년 9조485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손보사 순사업비는 2014년 12조72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5년 13조7220억원, 2016년 14조4200억원, 2017년 15조701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사업비는 설계사수당, 마케팅 비용, 점포운영비 등 보험사가 영업을 위해 쓴 돈을 의미한다.

사업비 증가한 배경으로는 보장성보험에 대한 과열 경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손보사들은 시장 포화,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등 악화되는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대형보험사를 필두로 인(人)보험 등에서 신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 경쟁까지 벌였다는 점이다. 손보사들은 주 영업채널로 활용한 독립법인대리점(GA)에서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사 수당을 적극적으로 높였다.

이처럼 과열된 신계약 경쟁은 사업비율까지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마케팅 비용,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적극적으로 영업 전략을 펼쳐온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사업비율이 28.98%로 작년 동기 대비 3.36%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삼성화재는 21.%로 0.7%포인트 상승했으며, DB손보는 1.5%포인트, KB손보는 0.68%포인트 상승했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보험사들의 신계약 판매 경쟁이 뜨겁다”면서 “2017년 하반기 메리츠화재의 GA채널 선점본격화, 지난해 초 대형 손보사의 참전에 이어 생보사들까지 신계약 유치에 힘쓰면서 업권 전반의 경쟁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순수 경쟁 넘어 ‘출혈경쟁’ 우려도

6월 GA 시책 안내 자료. 사진=독자 제공
보험백화점이라고도 불리는 GA는 보험업계의 주력 영업 채널이다. GA의 판매채널 점유율만 해도 전체 채널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사 보험만 팔아야되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영업조직을 크게 확장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GA(소속설계사 100명 이상)를 통해 체결된 신계약 건수는 손보업종이 1194만건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전체 보험업종의 중대형 GA를 통한 수입수수료도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해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GA가 한 보험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밀어준다고 하면 보험사 순위까지 뒤바꿀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GA채널에 높은 수수료 지급하는 방법으로 상품을 판매해왔다. 본인 회사의 상품을 더 많이 팔아달라고 수수료 경쟁을 벌인 것이다.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현금 시책비가 250%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경쟁할 것으로 권고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한달중 특정 주차(週次)에 시책을 올리거나 물품 시상을 하는 등 방법으로 높은 시책을 유지하고 있다.

6월 GA 시책 안내 자료. 사진=독자 제공
일례로 A보험사의 경우 6월 2주차에 100만원 이상의 상품을 판매할 경우 300%의 시책을 줬다. B보험사도 마찬가지로 1주차에 같은 시책을 내걸었다.

C보험사의 경우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4영업일간 5만원 이상의 인보험을 판매할 경우 가스트로 칼 살균 소독기를 지급한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 보험사는 구두 형식으로 350%의 인보험 시책을 내걸기도 했다.

50만원의 이상의 인보험을 판매할 경우 의류건조기와 현금 45만원을 지급하는 보험사도 있었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특정 주차에 시책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구두로 많이 통보한다”면서 “아무래도 시책이 높은 보험 위주로 판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6월 GA 시책 안내 자료. 사진=독자 제공
최근 손보사들이 언더라이팅을 완화하고 있는 것도 ‘출혈경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 손보사들은 현재 간편심사보험의 가입연령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3일 간편심사보험 ‘뉴간편플러스종합보험’을 선보였다. 이 보험의 특징은 80~90대도 가입 가능하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도 상품 개정을 통해 갱신형 더간편한건강보험의 가입 연령을 최대 90세로 확대했다. KB손해보험이 이달 들어 출시한 ‘KB 간병인지원보험’도 15세부터 80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간편심사보험은 고지항목, 가입서류 등을 줄인 보험으로 유병자·고령자들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간편심사보험의 가입연령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손보사들의 위험률 관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출혈경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도하 연구원은 “경쟁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보다도 인수심사의 완화유인이 높다는 데 있다”면서 “판매경쟁 시 1차적으로는 시책을 높이는 시도가 나타나겠으나, 보험사별 시책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면 그 다음 수순으로 ‘팔기에 더 좋은 상품’을 내놓는 것이 이치”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소비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보험상품은 결국 보험사의 사차마진을 축소시킨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비용 증가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당기가 아닌 보험기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수수료 개편으로 이어지나?

4월 16일 열린 보험연구원 ‘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 공청회 모습. 사진=최성수 기자
이 같은 상황에 금융당국은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보험연구원과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 지급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당시 제시된 방안은 모집조직이 1년간 수령하는 수수료를 연납입 보험료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첫 해에 집중되는 수수료를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시 공청회에서 “시장 경쟁에서 뒤처진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체계를 고수할 경우 소비자 신뢰를 잃어 시장이 소멸 될 것”이라면서 “제도개선의 최종 수혜자는 소비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GA 설계사들의 생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측은 GA의 수수료는 운영비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전속 설계조직과 똑같이 보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판매 수수료 개편은 보험사들도 바라고 있는 사항이다. 수수료 제도 개선이 이행되면 손보사들의 사업비율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급이 확대되면 선지급 수당이 감소하며 신계약비 추가상각이 축소될 것이고 이는 사업비율 하락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판매 채널 입장에서도 수당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계약의 유지관리가 중요하게 되기 때문에 계약관리에 대한 노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개편은 어떤 방식이든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입장에서도 수수료가 개편되면 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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