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디지털 전환 위해 디지털 전문 인력 채용해 영업현장 배치”
“이익 내는 리딩뱅크보다 고객으로부터 더 인정받는 리딩뱅크 될 것”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출입기자단과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진옥동 행장은 “과거 신한은행은 상경계 출신 행원들을 뽑아 전환 배치를 통해 지점 영업도 시키고, 중간에 IT 인력으로도 양성했다”며 “그러나 이제 신한은행은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처음 채용 과정에서부터 IT 기본 소양을 갖춘 디지털 전문 인력을 적극 선발하고, 이 인력들을 일선 현장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들과 직접 만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IT 전문 인력이 은행 영업사원으로 활동하면서 디지털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영업 현장에서 뛸 때 고객 편의도 향상되고, 신한은행이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를 시현하기 위해 올해 채용 과정에서부터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은행들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약간 결을 달리 해 달러나 엔화 등 기축통화(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기준으로 거래되는 화폐)를 가진 미국과 일본 지역에 글로벌 역량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 행장은 “글로벌 진출은 미국과 일본 등 기축통화 지역에서의 전략과 금융 수요가 팽창하는 신흥 국가에서의 전략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형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10대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통화 안전성이 약해 원화가 10대 화폐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이 아무리 기축통화인 달러나 엔화로 영업을 잘해도 환율의 변동에 따라 우리가 벌어들인 이익을 외국에 바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행장은 “미국과 일본은 자기네 통화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데 우린 달러로 바꿔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니 환율 리스크가 크다”며 “기축통화 시장에 진출, 현지 통화를 조달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 내 13개 자회사 중 절반이 대출 부문에 몰려 있는데, 현재의 중복된 업무 채널을 정리해 한 곳에서 기업 여신 제도를 혁신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겠다”며 “인적 자원이 지주 내에서 가장 많은 은행이 위원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제3 인터넷은행 인가를 앞두고 토스뱅크에서 신한금융이 발을 뺀 데 대해선 말을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그는 “토스은행과의 협업은 지주가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은행 직원들이 파견돼 있던 상황에서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조율이 안 돼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어느 부분에서 의견이 달랐는지 여부에 있어선 지금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상대방(토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겨워 하는 자영업자(소호)와 사회초년생을 위한 지원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진 행장은 “지난 2월 위성호 전임 행장의 조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후에도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소호를 대상으로 여신 금리를 0.2% 인하하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또한 학자금 상환 연체로 상당수 사회 초년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부터 청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과 1등 은행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신한은행의 현 상황에 대해 진 행장은 숫자에서 앞선다는 이유로 ‘리딩뱅크’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재무적으로 1000억원이나 2000억원 이익을 더 냈다고 해서 그 은행이 리딩뱅크가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며 “독일 지멘스 사의 경영 철학은 ‘이익을 위해서 영혼을 팔지 말라’는 것이라고 한다. 제가 행원 시절 매년 초 진행되던 신한은행 연수원 과정에 들어갔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 ‘진정한 상인은 상대방의 이익을 생각하며 자기 이익도 취한다’는 말이었다”고 술회했다.
진 행장은 “은행은 고객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고객 자산을 증대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숫자로 경쟁하고, 줄 세우는 의미의 리딩뱅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리딩뱅크 실현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당국에서 (신한금융 지배구조 문제) 굉장히 염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 계열사 CEO 세대교체를 포함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그 결과로 새로운 체계 출범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제가 (조용병 회장 부재 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대행할지 여부를 여기서 답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지주 이사회를 통해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이사님들께서 그 문제(진옥동 행장의 신한금융 회장 대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