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SKT와 인터넷보험사 설립 추진…DB손보도 카카오와 '맞손'

인슈테크 기업 보험판매에 눈돌려…직토, 기후리스크 특화 보험 준비

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전통적인 영업방식과 상품서비스, 제한된 시장 안에서의 경쟁으로는 손해보험산업의 성장 둔화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없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도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업계 인슈테크 도입에 따른 변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보험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본질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보험업계에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그 혁신의 중심에 인슈테크(Insure-Tech)가 자리잡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인슈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보험에 기술을 결합한다는 뜻이다. 인슈테크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업계내에서는 인슈테크의 차별화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 보험업계, 4차기술기업과 제휴 활발

한화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한화손보 제공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SK텔레콤,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손보업계 최초 인터넷전문보험사인 인핏손해보험(가칭)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까지 받은 상황으로 인핏손보는 빠르면 연내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화손보는 인핏손보가 예비인가까지 받은 사실을 알리면서 ‘디지털 혁신 보험사’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해당 보험사가 준비중인 첫 상품은 고객의 주행거리, 운전습관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개인별 특성화 자동차 보험’ 상품이다.

이 상품에는 SKT의 기술력이 담긴다. SKT의 5G 기술과 결합한 실시간 운행정보 분석 기술을 이 상품에 적용한다는 게 한화손보의 계획이다.

향후 한화손보는 인핏손보를 통해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여행보험, 펫보험, 반송보험 등 생활 밀착형 상품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화손보가 SKT와 합작해 인터넷보험사를 만든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험업계의 고착화된 시장 상황에 변화를 줄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손보업계 전체 CM(온라인) 채널 원수보험료는 2조636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4개사의 CM채널 원수보험료는 2조1704억원으로 전체의 82.3%에 달한다.

한화손보의 경우 CM채널 원수보험료는 224억2400만원으로 이들 보험사와 격차가 크다.

인핏손보(가칭) 개요. 자료=금융위 제공
금융위 관계자는 “인핏손보가 ICT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보험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경쟁촉진이 필요한 일반 손보시장의 활성화 및 소비자 편익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손보외에도 보험업계와 4차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과의 협력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해 11월 카카오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모바일 중심의 AI, 인슈어테크 신기술을 적용해 신규 서비스, 신상품 개발 및 보험업무 프로세스 혁신 등을 위한 업무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이 업무제휴의 골자다.

양사는 신기술 솔루션도 공동 활용하기로 했다.

DB손보는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핀테크 전문기업인 데일리금융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보험플랫폼 등 4대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양사 핵심인력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신상품, 서비스 공동 발굴 및 신기술 솔루션 공동 검증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 제휴의 핵심이었다.

교보생명도 인슈테크를 활용해 질환 발병률을 예측하는 서비스인 ‘평생튼튼라이프’를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건강검진 정보를 토대로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의 3년 내 발병률을 알려주고 해당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을 추천해준다.

평생튼튼라이프’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진행하는 ‘인슈테크 국책 과제’의 일환으로 교보생명이 지난해 5월부터 디지털 헬스케어(라이프시맨틱스), 블록체인(아이콘루프) 등 인슈테크 기업과 함께 개발했다.

핀테크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는 또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에 있어서 보험사와 핀테크 기업과의 연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대고객용으로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실시한 곳은 KB손보다.

NH농협생명이 실손의료비를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진=NH농협생명 제공

KB손보는 지난해 1월 세브란스병원과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인 레몬헬스케어와의 3자간 업무제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난해 5월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KB손보의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는 고객이 진료를 받은 뒤 병원 앱에 접속 후 '실손보험청구' 메뉴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레몬헬스케어가 개발한 '뚝딱청구' 앱에 연동, 간단한 절차를 거친 뒤 보험금 청구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그 뒤 NH농협생명도 마찬가지로 레몬헬스케어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해말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중·소형 병원을 포함해 약 300개 병원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판매에 스며드는 인슈테크

보험업계가 보험판매에 인슈테크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 인슈테크기업이 직접 보험판매에 뛰어드는 사례도 있다.

인슈테크기업인 직토는 최근 올해 1분기 중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기후리스크 특화 보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직토는 기후리스크 특화 보험 판매를 위한 보험대리점 등록을 마쳤다.

인슈어테크 기업 직토는 인스보험중개와 ‘이머징 리스크 보험상품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경태 직토 공동대표(왼쪽), 이인철 인스보험중개 대표. 사진=직토 제공

직토는 우선 이달중으로 디지털 보험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토는 지난달 31일 인스보험중개와 ‘이머징 리스크 보험상품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인스보험중개는 직토에 디지털 보험 플랫폼의 개발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토스도 '토스보험서비스㈜'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말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특히, 토스는 앱을 통해 삼성화재, 에이스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출시한 미니보험 상품을 판매중이다.

보험대리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판매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인슈테크 등이 기반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슈테크에 앞장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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