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행세하려 돈 쓰지 말고, 생활방식 바꾸고, 주식 투자하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 합리적인 주식투자가 노후보장과 부자가 되는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2001년 대한민국이 IMF 구제금융의 암담했던 터널을 막 빠져나와 재도약을 꿈꾸기 시작한 2001년, “여러분, 부자 되세요” 라는 광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부자’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을 날카롭게 낚아챈 결과다. ‘부자’에 대한 꿈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부자 되기를 바라나 쉽지 않고,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한다. 최근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부자에 대한 꿈도 희미해진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가치투자 전략으로 시장에서 주목받아온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주장이다. 주식투자야말로 부자가 될 수 있고, 노후가 보장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소신이다. 그는 ‘부자’를 돈만이 아닌 의식과 사회구조의 변화라는 종합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 ‘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리 대표는 사교육과 금융문맹, 기업구조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부자 되기를 가로막는 ‘암초’라는 지적이다. ‘헬 조선’ 인식이 팽배하고, 경제 전망이 어두운 요즘 ‘주식’이라는 희망가를 전하고 있는 리 대표를 만나 부자가 되는 길과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들어봤다. 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라자드자산운용, 도이치투신운용,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주식운용 매니저로 활약했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에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해 놀라운 실적과 함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해 국내 증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부자가 되는 재태크와 관련해 왜 ‘주식’인가?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만, 주식은 수익을 창출한다. 인간이 머리를 짜내서 여러 방식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려고 자본을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주식은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탈것을 버스를 타게 하고, 내 월급의 10%를 노후를 위해 계속 투자할 수 있다. 꾸준히 하는 노후 준비 방법 중에 주식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올해 주식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데도 주식을 사야 하는가. “당연하다. 경험상 시장이 안 좋을 것이라고 할 때 실제로는 좋고, 좋을 것이라고 하면 나쁠 때가 많았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동업하고 싶은 기업을 찾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선택이 중요한데, 기업을 선택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주식은 내가 기업과 동업자 관계를 갖는 것이고, 동업자를 구할 때 중요한 기준이 어떤 파트너인지 여부다. 얼마나 파트너가 도덕성이 있는지, 경영능력이 있는지, 기업을 방문해 당신들이 가진 비전이 뭐고, 기회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경영자의 자질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로 아무리 경영진이 좋아도 사양 사업은 어쩔 수 없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셋째로 가격이다. 아무리 좋아도 너무 비싸면 손이 안 간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능력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주식투자를 할 경우 ‘자질 있는 경영자, 경쟁력 있는 기업에 여유자산을 장기적으로 투자하라’고 주장한다.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경영진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한국 기업의 경우 오너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고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하다.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이 문제로 보인다.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외국의 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들도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대주주들이 예전과 달리 주식 가격에 신경을 쓰고, 소액 주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일감몰아주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분식회계 등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 오너의 지배력이 전보다 약화되고 전문경영진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주식 투자자 대부분은 수익을 생각하고, 사고 파는 시점을 중시한다. “단기간 주식으로 돈을 벌려는 것은 도박과 같다. 도박으로는 결코 돈을 벌 수 없다. 장기투자는 단순하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기업에 투자해 오랫동안 기다리면 그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고 시가총액이 늘어나 결국 투자자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주식투자는 ‘자질 있는 경영자, 경쟁력 있는 기업에 여유자산을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게 핵심인데, 주식이 미래를 담보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과 얼마만큼을 ‘장기적’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모호성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가령 30년을 기다렸는데 그 주식이 망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과 같은. 그건 금융문맹과 다름없다. 자본주의를 믿는 사람은 주식회사가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고, 돈을 버는 한 회사 가치는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회사는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다. 회사는 개인보다 돈을 벌 기회가 많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은행은 안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금하는 것은 마치 아침에 출근을 할 때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있으니 출근 안 하는 것과 같다. 주식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이불속에 넣어두는 식이다. 노후를 준비하는데 가장 똑똑하게 준비하는 법은 주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샀다가 파는 것으로 인식하고, 투자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사고 파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투기이지 투자가 아니다. 주식에 감정이 들어가면 안되고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장기투자를 한다 해도 원금에 비해 큰 손실이 나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있고, 또한 언젠가는 매도해야할 때가 있지 않은가. “장기투자한 주식이 손실이 날 수 있고, 심지어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목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는 대부분 스스로 공부하지 않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지 않고 주위사람들의 권고에 따라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장기투자라고 해서 무작정 오래 들고 있는 게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는 매도한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주식 가격이 급등할 경우나 회사가 투자를 결정하던 당시의 생각이나 철학과 다르게 경영할 때, 그리고 지금 회사보다 더 좋은 투자 대상이 생긴 경우에 매도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한국이 금융문맹국이라 지적하며, 노후 준비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사교육비 지출을 꼽았다.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한국과 미국의 주식투자 환경이 달라 수익보다 손해 보는 사람이 많다고들 한다. 일각에선 주식, 혹은 펀드 판매를 위해 주식투자에 관해서만 얘기한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주식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것이다. 주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변동성을 인정해야 하고 단기간을 봐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여유자금을 활용하고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걸 안 해놓고 주식 하지 말라고 하더라. 내가 얘기하는 것을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주식투자는 사고의 전환과 생활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금을 은행에 넣고 원금 보장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는데, 다 쓰고 남은 것을 여유자금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유자금을 먼저 만들어놓고 그다음 쓸 것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이 100이라면 10은 무조건 여유자금으로 주식 투자해야 한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담배를 끊고, 신용카드를 없애는 등 생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 문맹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는데. “금융문맹률은 세계에서 한국이 톱 수준에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 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저축이 최고라고만 생각한다. 복리(複利)의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후준비가 가장 안 된 나라다. 그런데 사교육비는 100만원씩 쓰고도 걱정을 안 한다. 그것이 노후 자금으로 중요한 금액인지도 모른다. 어릴적 돈을 버는 법을 제대로 배운 아이는 나중에 서울대를 나온 시험만 잘 본 아이보다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 90% 국민이 사교육에 대해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니 한국이 금융문맹국이라는 것이다. 자본이 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나라다. 주식은 내 노후를 위해 돈이 일하는 것이다. 대신 길게 봐야 한다. 20년 후에 대한 투자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존리 라이프스타일 주식’을 개설한 것도 우리나라의 금융문맹과 관련있나. “많은 사람이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 이 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했다. 주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려는 취지다.”

-사교육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노후 준비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사교육을 들었다. <엄마, 주식 사주세요>라는 저서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사교육비를 주식으로 바꾸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에서 노후 준비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사교육비 지출이다. 노년에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애들 교육시키느라 노후 준비를 못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비에 부모 월급의 상당 부분이 들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사교육은 부모가 노년층이 됐을 때 가난해진다는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이제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오는 것이 부로 연결되는 시대가 아니다. 월급만 가지고는 평생 걸려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돈 버는 방법은 자본가가 되는 것이다. 자본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바로 주식을 사는 것이다. 노동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자본에게도 일을 시켜야 한다. 그러러면 어려서부터 자본가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주식에 투자해야 길게 투자할 수 있다. 현재 사교육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부자가 되는 것과는 반대로 가는 셈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의후진성을 개선해야 하며, "한국의 미래가 ‘여성’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한국의 미래가 ‘여성’에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우먼펀드’도 운영중에 있는데 견해를 말한다면. “앞서 사교육 문제에서 여성(엄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외에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여성이 최적이다. 그 많은 여성의 노동력을 사장해선 안 된다. 우리는 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 중 하나로 여성의 경영 참여가 활발한 기업을 꼽는다. 남녀 봉급 차이, 여성의 승진기회, 육아휴직 제도 등을 고려해 투자한다. 큰 결정을 내릴 때 여성의 참여가 중요한 만큼 여성의 참여가 활발하고 경영진이 ‘오픈마인드’인 회사가 장기적으로 시가총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여성 친화적 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선보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먼펀드 외에 주니어펀드, 시니어펀드, 샐러리맨펀드 등의 상품도 내놨다. “고객 입장에서 한국에 사는 30ㆍ40ㆍ50대라면 어떤 게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들을 위해 내놓았다. 나이별로 주식비중을 다르게 했다. 특히 여성과 주니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니어펀드는 어렸을 때부터 주식투자하는 방법을 통해 경제 마인드를 갖게 하는 측면이 크다.”

-유망 투자 분야를 꼽는다면. “헬스케어 업종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자기 몸에 쓰는 돈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내 몸에 쓰지 못했던 돈을 쓰게 됐고, 아픈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사람의 생활방식이 변화는 것에 맞춰 레저, 식품, 유통, AI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도 낙관적으로 본다.”

-리 대표가 생각하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자가 되는 생활방식이다. 한국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 법과 반대로 가고 있다. 또 대부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생활방식을 지녔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돈을 쓰지 말고 부자가 되는 생활방식을 꾸준하게 지켜가는 것이다. 워런 버핏처럼 어렸을 때부터 주식 투자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행=박종진 편집국장, 정리=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 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