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 후 한빛은행 탄생, 평화은행 인수로 ‘우리은행’ 탄생

민영화-국영화 부침 이룬 120년 전통, 금융지주사 재설립 후 민영화 완성 목표

증권·보험·카드 전 금융업종 아우르는 대형화로 금융 계열사 시너지 증대의 해로

지난 14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손태승 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주 출범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우리은행이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의 출범과 함께 국내서 유일하게 해체 후 재설립 된 금융지주사의 역사를 걷게 됐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지주사 해체 후 재설립이라는 특이한 역사를 걷게 된 것은 우리은행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민영화라는 두 가지 갈래에서 유독 부침을 겪은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자 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는 엄연한 사기업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돈을 예금으로서 보관하고 굴리는 공적인 영역도 지니고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IMF사태와 같은 대규모 부실 사태가 터져 은행이 부도를 맞으면 은행에 돈을 맡긴 국민들의 전 재산이 휴지조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 부도를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기업인 은행을 안정화 시키고, 국유화 하는 긴급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우리은행의 전신이었던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신 한빛은행으로 통합을 했고, 한빛은행이 우리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후에 국내 금융사 중에선 가장 최초로 2001년 3월 선진적으로 금융지주를 설립했다.

그러나 사기업인 은행을 지속해서 정부가 국민세금을 투입해 운영할 수는 없었고, 구제금융 여파를 벗어나 어느 정도 금융기관의 부실도 정리되자 다시금 우리은행은 민영화의 파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는 해체 후 재설립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갖게 됐다.

◇ 우리금융지주 몸통 우리은행, 타 시중은행과는 달리 정부가 최대 주주였던 역사 지녀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국내 금융지주사로서는 처음 설립됐다. 당시 정부는 IMF를 맞아 부실 금융기관들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사 통폐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을 비롯해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등에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정부는 이들을 모두 한데 묶어 예금보험공사를 대주주로 하는 ‘우리금융지주’를 2001년 3월 설립했다.

이후 부실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의 여파로 어느 정도 정리되자 우리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 특히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민영화 요구가 거세졌다.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이에 정부는 2010년과 2011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서 매각공고를 냈지만 막대한 인수금이 들어가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은 쉽지 않아 모두 매각이 불발되기에 이른다.

결국 2013년 일괄매각이 아닌 우리은행, 우리증권, 지방은행 등 3개 패키지 그룹으로 나눠 매각에 나섰고, 그 결과 우리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이후 NH투자증권으로 사명 변경)가,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이 모두 타 금융지주에 팔려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제일 덩치가 큰 우리은행이 2014년 11월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하게 되면서 결국 우리금융은 해체됐다.

2015년엔 네 번째로 매각이 시도됐지만 역시 이마저도 불발로 돌아가면서 정부는 경영권을 지분하는 매각 방식이 아닌 다수의 기업이 소수의 지분을 모아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매각 방법을 변경한다.

이에 2016년 11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 민간 금융사 7곳이 과점주주를 구성해 지분을 매각, 일단 우리은행은 민영화에 성공했다.

◇ 완벽한 민영화 아직 갈길 남아…금융지주사 재설립으로 정부 지분 매각 완료 박차

7대 과점주주가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여 민영화의 틀을 갖췄지만 아직도 우리은행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형식적으로는 증권·보험사 등 민간 금융사 7개 연합체가 우리은행 지분 27.2%를 보유해 최대 주주의 형태를 취하고는 있지만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각 사의 지분은 3~4%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하면 각 개별 기관으로서 가장 많은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한 곳은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로 지분 18.4%를 가지고 있다. 즉, 아직도 정부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 공적자금을 들여 국민세금으로서 우리은행을 운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은행 역시 하루 빨리 완벽하게 민영화를 이뤄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기에 지분 매각 과정에서 2014년 우리은행에 흡수합병을 거쳐 해체된 우리금융지주사의 재설립을 가시화하기에 나섰다.

또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금융지주 체제 산하 은행이 아닌 은행과 계열사의 개별 체제로 운영해 나가는데 따른 문제점이 제기됐다.

우선 금융지주 산하에서 은행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동일 금융지주 산하 계열 증권사와 연계해 금융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과 달리 우리은행은 옛 우리증권을 농협에 매각해 버리면서 증권 계열사가 없어 은행 업무와 주식 투자 업무를 동시에 수행 할 수 있는 복합점포를 운영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시대의 대세인 금융복합점포를 아예 운영하지 않을 수도 없어 우리은행은 2015년 삼성증권과 협업해 금융복합점포를 개설하기에 이른다.

서울 을지로 옛 한일은행(우리은행 전신) 본점 전경, 현재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인 에비뉴엘이 들어서 있다. 사진=원도시건축 제공
이는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 시절부터 삼성그룹과 주거래 은행 관계를 이어온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이 증권사 중 삼성증권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던 뒷배경이 컸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 다수 증권사가 과점주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삼성증권과 금융복합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불편한 동거’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민영화 성공 후 다시 우리금융지주로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서 지난 14일 우리금융지주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 참석,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맞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한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을 이른 시일 내에 조속히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사 재출범을 통해 완벽한 민영화를 이루고, 증권과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업종을 어우르는 금융산업의 대형화 및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추구할 방침이다.

◇ 대한천일은행 120년 전통, 상업은행-한일은행 통합 거쳐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우리은행은 1899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모태로 하고 있다. 즉 올해로 우리은행은 창립 120주년이 되는 셈이다.

대한제국 하늘 아래 첫째 가는 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천일은행’은 다시 고종 황제가 황실 자금인 내탕금을 자본금으로 납입해 설립됐지만 일제 강점기 시기인 1911년 조선상업은행으로 개명했다.

광복 이후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다시 이름이 바뀐 상업은행은 이름 그대로 대기업 등 기업 금융에 강점을 가진 은행이었지만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주거래 기업들이 도산을 맞으면서 건전성이 악화됐다.

이에 정부는 긴급히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역시 외환위기를 맞아 여신 부실 사태를 빚은 한일은행과 대등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로 옛 한국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 본점 전경. 현재는 한국은행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카카오 지도 캡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8년 대등합병을 거쳐 한 몸이 됐고, 은행 창립 100주년인 1999년에 한빛은행으로 통합 은행명을 변경했다.

한빛은행은 2002년 부채 증대로 흔들리던 평화은행을 인수하면서 우리은행으로 행명을 다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를 2001년 출범시켰다.

이후 민영화 과정에서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에 흡수합병 됐다가 과점주주 체제를 통해 민영화의 틀을 이룬 2017년부터 다시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꾀했다.

우리은행은 창립 120주년인 올해 2019년 다시 우리금융지주를 재설립하면서 완벽한 민영화를 꾀하는 한편, 은행과 증권 및 보험, 카드 등 전 금융 업종을 아우르는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대형화 및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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