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는 둔화·당국 규제는 강화…"올해도 힘들다"

"기존과 똑같으면 안돼" 연초부터 신상품 적극 '출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16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은 "기존방식대로 해선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사진=손보협회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2018년 보험사들은 웃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으로 금융당국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으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위기론까지 확산됐다. 이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보험업계도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보험 산업 등 주요 업종의 산업 기상도를 전망해본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체질 개선에 나선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을 줄인 만큼 보장성보험이 확대되지 않자 실적에 대해 고민해야했다.

무엇보다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과 갈등을 빚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를 걱정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거세지는 압박도 감당해야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기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커지는 가계 부채 등으로 신계약은 늘어날지 미지수이며,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압박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의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에 감독당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삼성생명이 거론되면서 보험사들의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올해도 어렵다”…위축되는 보험산업

1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104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93조5000억원으로 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16년 증가율인 5.3%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을 대비해 저축성 보험을 줄이고 있지만 보장성보험 확대폭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FRS17에서는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저축성보험처럼 당기 보험서비스와 관련이 없는 보험료는 수익이 아니라 부채로 본다. 즉,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면 그만큼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유로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신규 위험 담보‘요로결석진단비’와‘응급실내원비(1급, 2급)’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6개월 간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 받았다. 사진=KB손보 제공

하지만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가 전년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종신보험 시장의 성숙, 기대여명 상승으로 인한 사망보험 수요 감소로 신규 수요창출은 제한적인 것”이라며 “경기 부진으로 인한 해지 증가로 보장성보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연구원은 또, “보장성보험 수수료 체계가 조정될 경우 보장성보험의 판매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보장성보험 보험료 추가납입 한도를 현재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연내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위는 보장성보험의 해지환급금을 높이기 위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실적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올해 컨센서스(추정기관 3곳 이상·8일 기준) 전망은 어둡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순이익은 30%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당국의 강화되는 규제는 보험사들이 풀어야하는 숙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험산업 감독혁신TF의 보험산업 혁신안 발표도 올해 예정돼 있다. 이 TF는 보험산업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실적 개선이 시급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내수 경기 침체에 따라 향후 신계약부문에서도 구조적 역성장 진입이 우려된다"며 "또한, 금융업종 전반에 대한 규제 기조는 향후에도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메리츠화재는 (무)펫퍼민트 Puppy&Dog보험의 ‘동물병원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가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았다.이 서비스는 고객이 메리츠화재와 협약을 맺은 전국 약 60%의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보험 가입 시 받은 펫퍼민트 카드만 제시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으로 청구된다. 사진=메리츠화재 제공

◇보험사, 해법으로 상품·서비스 차별화

최근 들어 보험사들은 이같은 보험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본인들만의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까지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와 달리 한정된 시장에서 유사한 상품과 방식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생명보험 시장축소와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9개 주요 생보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비교했더니 대형사 간, 중형사 간, 소형사 간, 상품 비중이 유사했다”며 “또 국내 생보사는 대부분의 상품을 판매하며 경쟁력 있는 주력 상품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 똑같이 영업해서는 성장세를 지속할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16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방식대로 해선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새로운 리스크들을 찾아내서 새로운 상품과 손해보장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이버시장, 재난재해보험, 자율주행차 대비, 반려동물보험, 생활밀착형 보험 등 개발할 분야가 적지 않다”며 “미처 다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위험이라든지 새롭게 다가오는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시장 리스크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장도 지난 3일 열린 영업전략회의에서 “고객 중심의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균형 있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한 신계약 확대 등을 중점 전략 방향으로 제시했다.

신한생명은 단계별 보장으로 치매 보장을 세분화하고 대상포진, 통풍 등 다발성 통증질환에 대한 진단금을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는 ‘무배당 신한간병비받는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사진=신한생명 제공

이처럼 보험사들은 올해 적극적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보험사들은 연초부터 신상품을 적극 출시하며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14일 가입 연령을 업계 최초로 25세부터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치매에 대해 고액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한 ‘KB The간편한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한 바 있다.

특히 KB손보는 신규 위험 담보 ‘요로결석진단비’와‘응급실내원비(1급, 2급)’를 개발해 기해년 새해 첫 번째 배타적사용권 획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손·생보협회에서 보험소비자를 위한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한 회사에게 독점적인 상품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메리츠화재도 최근 업계 최초 쌍둥이 전용보험인 ‘(무)내Mom같은 쌍둥이보험’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지난 12월 초에는 메리츠화재의 (무)펫퍼민트 Puppy&Dog보험의 ‘동물병원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가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메리츠화재와 협약을 맺은 전국 약 60%의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보험 가입 시 받은 펫퍼민트 카드만 제시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으로 청구된다.

신한생명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표적 통증질환인 대상포진과 통풍에 대한 진단금을 주계약에서 보장하는 ‘무배당 신한간병비받는건강보험’을 지난 7일 출시하며 ‘업계 최초’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보험은 단계별 보장으로 치매 보장을 세분화하고 대상포진, 통풍 등 다발성 통증질환에 대한 진단금을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펫보험, 헬스케어서비스 관련 보험 등이 더 활발히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회사만의 보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출려고 보험사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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