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수, 공동지분 투자해 조인트 M&A…카드사·종금사 상반기 안에 지주사 편입”

“빠른 시일 내에 정부, 우리은행 지분 매각 기대…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증권사와 보험사 등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14일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첫 날인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은 강하지만 비은행은 약하다는 취약점이 있다”며 “지주사 출범을 맞아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M&A를 통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첫 1년인 올해엔 자본비율을 감안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정도를 M&A 할 것”이라며 “증권이나 보험, 카드 등 규모가 큰 M&A의 경우 직접 인수가 어려울 수도 있어 다른 곳과 같이 조인트 M&A에 참여해 지분을 갖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 자산이 390조원 정도 되는데 이는 우리금융이 보험사나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이 없어 (타 금융지주와) 차이가 나보이는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는 당분간 자본 확충 문제가 있어 어려울 수도 있고, 증권사 M&A의 경우 만약 올해 인수를 하지 못하면 공동 지분 투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 자산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부분이 99% 수준인데 중장기적으로는 7대 3이나 6대 4정도로 까지 은행과 비은행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와 종금사는 가능하면 상반기 안에 지주사 편입 할 것 절차 밟겠다. 카드사가 지주사로 편입되면 지주사 주식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편입 과정에서 50%는 지주사 주식, 50%는 현금매입 방식을 생각 중으로, 지주사 자본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종금사는 현금 매수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M&A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 어떤 업체인지 묻는 질문에 손 회장은 “현재 유심하게 살펴보고 있는 몇몇 업체는 있지만 M&A 과정 특성 상 회사명은 이 자리에서 외부로 밝히긴 곤란하다”며 “내일부터 해당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M&A에 대한) 얘기를 나누겠다”고 답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 소지가 있어 M&A대상 기업이나 M&A를 통한 정확한 순익 목표치를 이 자리에서 공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활발한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면 당장 이익에 반영은 어려워도 2~3년 정도 지나면 이익에 반영이 돼 차차 순익도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지주사 출범을 맞아 그는 고객 중심 경영도 한층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번에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21층 행장실 대신 본점 맨 꼭대기 층인 23층에 회장실을 새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하지만 본점 23층엔 프라이빗 뱅킹 고객 영업점이 있어 제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고객이 왕’이라는 신념 그대로 23층에서 고객들을 접견하고, 저는 기존의 21층 행장 사무실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에 비해 최근 우리은행의 시장점유율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난번 우리금융지주 체제(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은행 자산이 시중 은행 중 제일 많았지만 과거 부실 사태로 인해 최근 몇 년간은 자산 성장 보다는 건전성 위주로 경영한 까닭에 시장점유율 등 자산 성장은 타 은행보다 더딘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다만, 연체율 등 건전선 부문에서는 국내 은행 중 최고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량등급 고객 비율도 지난 연말에 85% 수준까지 올라가 1위에 올랐고, 과거 부실 이미지를 씻으러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지주사 출범 첫해인 올해부터는 자산 성장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특히, 시중은행 간 영업 경쟁에 대해 그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국내 시장서 치열하게 영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는 한정된 파이를 먹기 위해 뺏고 뺏기는 싸움일 수 있다”며 “우리금융은 한정된 먹거리 싸움보다는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나서고 싶다”고 포부를 내세웠다.

전문 인력 양성도 지주사 출범을 맞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그간 시중은행들은 행원들을 순환 근무를 시키면서 전문 인력 양성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며 “디지털과 IT, IB 등 부서 직원은 순환 근무를 억제하고 전문 인력으로 거듭날 때까지 한 분야에서 일을 맡도록 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추석에 발생한 우리은행 전산 오류 사태에 대해서 그는 “15년만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저 스스로도 해당 작업이 그렇게 방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손 회장은 “15년 전 전산 시스템 변경 당시엔 인터넷 뱅킹도 거의 초창기나 다름없었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뱅킹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여서 전산 시스템을 변경해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은행 거래의 대부분이 모바일·인터넷 뱅킹으로 이뤄지는 만큼, 지난해 시스템 변경은 단순한 전산 보완이 아닌 모든 작업 방식을 갈아엎는 ‘빅뱅’ 수준의 교체였다”고 술회했다.

그는 “원래 지난해 전산 교체는 당초 2월에 오픈하려던 것을 보완해서 5월에 했지만 추석 때 에러가 났다”며 “그 뒤로는 철처히 시스템을 보완해 거래량이 급증하는 이번 연말 연초엔 에러 없이 무사히 전산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달 구정까지 전산 오류 방지를 위해 비상대응체제를 운영해 오고 있는 만큼, 제가 보기엔 더 이상 전산 오류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지주사와 은행에 IT 전문 외부 인력을 대거 뽑아 배치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해 그는 “타 금융지주는 디지털 사업에 있어서 아웃소싱을 하는 부분이 많지만 우리금융은 다른 곳과 달리 은행이 자체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 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고, 전문 인력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매각 시점 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손 회장은 “최종구 위원장께서 이른 시일 내에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한다고 말씀한 만큼, 지주사 출범을 맞아 최대한 빨리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마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있어서 ‘주체’가 아닌 ‘객체’인 만큼, 저희가 나서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대해 시점이나 가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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