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 회장 ‘노익장 경영’ 눈길…전문경영인들 경영 성과에도 관심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부산 다대항에서 ‘한아라호’의 명명 및 출항식 행사를 가진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2019년 기해년을 맞아 상장기업 경영인 가운데 주목할 만한 돼지띠 경영인을 살펴본다. 소속 기업의 인지도와 경제적 위상을 감안해 업종별로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을 각각 5명씩 선정했다.

■오너경영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1935년생)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회장은 참치잡이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유력 대기업집단인 동원그룹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동원그룹은 현재 수산과 식품, 물류 등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고령임에도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2세로의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됐다. 동원그룹은 2003년 금융과 식품 부문을 분리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구 부회장이 금융 부문을 맡아 한국투자금융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동원그룹 경영권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에게 승계될 예정이다. 김남정 부회장은 현재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이 2대 주주(24.5%)로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F&Bo동원산업o동원시스템즈 등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포장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세계 포장재 시장 규모는 950조 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포장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2018년 베트남 공장을 증설해 아시아 전역에서 포장재 사업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1947년생)

정도원 회장은 고(故) 정인욱 강원산업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다. 강원산업그룹은 삼표그룹의 모태로, 1952년 ‘강원탄광’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정 회장은 1985년 강원산업 부사장을 거쳐 1989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산업의 사세는 1990년대 연탄 사용이 줄어들며 위축됐다. 정 회장은 강원산업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해체 절차를 밟을 당시 삼표산업의 대주주였다. 삼표산업은 2000년 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2001년에는 55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830억 원에서 3390억 원으로 늘었다. 2000년대 수도권지역 아파트 건설이 확대되는 등 건설 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04년 삼표그룹을 출범했다. 삼표그룹은 현재 삼표산업(레미콘 및 골재)o삼표시멘트(시멘트)o삼표레일웨이(철도) 등 20여 개사의 계열사를 아우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기해년 73세가 되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후계자는 정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연합)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1947년생)

성기학 회장은 ‘아웃도어’라는 한 우물만 파서 영원무역을 매출 2조 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키웠다. 노스페이스 등 해외 유명 스포츠브랜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수출하며 스위스,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세계 6개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영원무역은 패션업계의 불황에도 성 회장의 스포츠웨어 집중전략 덕분에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위스 자전거 제조업체 스캇의 지분 20%를 취득한 뒤 2015년 추가로 30.01%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성 회장이 아웃도어 의류 ‘노스페이스’ 사업 정체 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인수한 것이다. 성기학 회장의 새로운 목표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의류 OEM 업체가 되는 것이다. 영원무역이 규모 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지만, 질적인 성장이 남은 과제라는 게 성 회장의 평가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1947년생)

윤동한 회장은 농협을 거쳐 대웅제약에서 15년 동안 재직하면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그는 대웅제약에서 나와 화장품 제조 아이템으로 창업했다. 그는 처음 미국콜마를 찾아가 기술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다 일본콜마가 투자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접했고, 일본콜마와 합작해 1990년 한국콜마를 세웠다. 한국콜마는 1993년 국내 최초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방식)을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고 2002년 제약산업에 진출했다. 한국콜마는 2012년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한국콜마홀딩스가 사업회사 한국콜마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가 됐다. 한국콜마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하지만 한국콜마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가족 중심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 회장은 장남 윤상현 한국콜마 사장에게 자신의 한국콜마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며 승계작업을 시작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1959년생)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 창업자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진라면’으로 유명한 오뚜기는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가정간편식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함 회장은 1977년 오뚜기에 입사해 사장을 거쳐 회장에 취임했다. 차와 건강식품 등 오뚜기의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왔는데 그 중심에 라면을 뒀다. 함 회장의 경영원칙에 따라 오뚜기는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아 ‘착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중견기업 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대화에 초청받는 등 기업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오뚜기는 해외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라면가격 동결 등 국내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이유도 해외 수익원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오뚜기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 정비도 필요하다. 오뚜기는 식품업계에서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구축된 기업으로 통하지만, 제품의 가격대가 대부분 중저가에 해당해 평균 판매단가가 경쟁업체와 비교해 낮은 점도 걸림돌이다.

■전문경영인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1959년생)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은 백화점 사업을 총괄 중이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백화점, 할인점 등 자체 사업뿐 아니라 롯데카드,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등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연합)
강 사장은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잠실점장, 본점장, 영남지역장 등을 거쳤다. 2014년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으로 롯데백화점의 중국사업을 이끌다가, 2017년 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쇼핑 대표로 선임됐다. 강 사장 취임 후 롯데쇼핑은 2018년 5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라인사업 투자계획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당시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 몰을 통합하고 앞으로 5년 동안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 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롯데쇼핑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온라인쇼핑 발달과 1인 가구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강 사장은 매출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이나 폐점을 추진하는 등 외형 확대보다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1959년생)

정문국 사장은 AIG생명, 알리안츠생명, 에이스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거쳐 오렌지라이프를 이끌고 있다. 정 사장은 2014년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일하던 도중 ING생명 사장에 내정됐다.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연합)
ING생명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정 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취임 후 ING생명의 시장 점유율 내림세를 막기 위해 보험설계사 채널을 강화했다. 고령화에 대응해 보장성 보험도 확충했다. 다만 취임한 지 100일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해 노사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또 ING생명의 모든 상품에 오렌지 혹은 오렌지와 관련된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통해 고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2018년 오렌지라이프로 회사 이름을 변경하는 밑거름이 됐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정 사장은 새 주인을 맞은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훈 락앤락 사장(1959년생)

김성훈 사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삼성SDS 부사장 등을 지내며 32년간 근무했다. 경영전략, 컨설팅 전문가로 유명하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김 사장은 2017년 12월 락앤락을 이끌게 됐다. 락앤락은 전체 매출의 41%를 중국에서, 27%는 국내에서, 21%가량은 동남아에서 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중국과 국내 시장은 성장이 정체됐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조직문화와 경영체제 개선에 속도를 냈다. 2018년 6월에는 시장조사와 기획력 강화, 혁신제품 개발을 위해 ‘이노베이션 랩’ 팀을 꾸렸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국타이어에서 ‘T스테이션’ 브랜드를 기획한 이제세 부사장도 영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마존 등 온라인과 홈쇼핑채널에 이어 할인점에 진출하는 등 영업망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1959년생)

이영호 사장은 1985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해 2017년 삼성물산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건설 부문을 담당하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는 삼성물산뿐 아니라 삼성SDI,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지원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아온 ‘재무통’으로 불린다. 이 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IR팀을 진두지휘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힘을 보탰다. 이 사장은 합병이 추진될 당시 최치훈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함께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을 찾아가 합병의 긍정적 효과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로서 기업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사장(1959년생)

원종규 사장은 1986년 코리안리재보험의 전신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에 입사했다. ‘재보험’이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으로 보험사를 위한 보험을 뜻한다. 원 사장은 2013년 6월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 취임 후 국내 법인영업에 치중했던 수익구조를 국외 재보험 위주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2050년까지 80% 이상을 국외에서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코리안리재보험이 2014년 10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으면서 경영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1월부터 중국 상하이에 지점을 새로 설립하기로 하는 등 국외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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