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률 2015년 4%대… 올해는 3.7%선도 깨져

동양·하나·BNP파리바·라이나생명은 3% 밑돌아

해외투자 '외형' 늘렸지만 환헤지비용은 고려못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월 7일 열린 보험사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해외로까지 확대하며 투자 이익 제고에 나섰지만 운용자산이익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투자에 따른 영업이익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자산 활용 능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2015년말에만 해도 평균 4%를 웃돌았지만 올해 들어 단 한번도 4%벽을 뛰어넘지 못하며 뒷걸음치거나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24개 생보사중 15곳은 실적 ‘후퇴’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 현황. 출처=생명보험협회.

11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말까지 국내 24개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6%로 집계됐다.

작년부터 계속해서 방어해왔던 3.7%의 선도 무너진 것이다.

24개 생보사중 9개 보험사(푸르덴셜·삼성·메트라이프·푸본현대·오렌지라이프·교보라이프플래닛·동양·라이나생명, IBK연금)를 제외한 15개 보험사가 모두 작년 동기대비 자산운용이익률이 감소했다.

특히, 생보사 중 자산운용수익률이 5%를 넘는 보험사가 작년에는 한곳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전무했다.

생보사중 가장 자산운용수익률이 높은 푸르덴셜생명 조차 4%대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수준인 4.1%에 머물렀다.

푸르덴셜생명 다음으로는 교보생명·IBK연금(4%)이 가까스로 4%를 유지했고, ABL생명(3.9%), 삼성생명(3.9%), 메트라이프생명(3.9%), 푸본현대생명(3.8%), 오렌지라이프생명(3.7%), 한화생명(3.6%), DB생명(3.6%), AIA생명(3.5%), 흥국생명(3.4%), 신한생명(3.4%), 교보라이프플래닛(3.4%), 처브라이프생명(3.3%), KB생명(3.3%), 미래에셋생명(3.2%), DGB생명(3%), KDB생명(3%), NH농협생명(3%)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특히 동양생명(2.9%), 하나생명(2.9%), BNP파리바카디프생명(2.8%), 라이나생명(2.8%) 등 4개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에도 못 미쳤다.

AIA생명의 경우 작년 9월에만 해도 5.6%로 업계 최상위의 투자실적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보험사 평균인 3.7%도 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서 이익을 내기 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들이 그동안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현재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이 낮아지면 고객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이익이 저조하면 보험사들의 공시이율도 대체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적금 금리처럼 시중 금리와 연동해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로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고객이 보험 만기 때 받는 돈이 줄어든다.

특히, 저축성 보험은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 운용한 후 돌려주는 상품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높아야 보험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생보사들은 현재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은 지난달 2.74%였던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이달 2.71%로 하향했다.

오렌지라이프(2.72%), AIA생명(3.46%), DGB생명(2.58%), 동양생명(2.70%) 등 보험사들도 각각 공시이율을 0.02%·0.11%·0.08%·0.07%·0.05%포인트씩 각각 낮췄다.

◇해외투자 늘려왔는데…환헤지에 ‘그만’

운용자산 이익률을 보험사들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요인에는 여러이유가 있지만 시장환경과 더불어 환헤지 비용이 상승한 것이 꼽힌다.

보험사들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늘려왔다.

실제로 올해 9월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94조3405억원로 전체 보험사 보유 유가증권(516조1067억원)의 18.2%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동기(90조1529억원)보다 약 4조원 증가한 것이며 2016년(66조2649억원)과 비교해서는 무려 28조756억원만큼 늘어난 수치다.

보험사별로 보면 주식·채권 등 외화유가증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한화생명으로 23조5414억원에 달했다.

그다음으로는 교보생명(14조7040억원), 삼성생명(13조9932억원), NH농협생명(12조9007억원), 동양생명(6조1756억원), 흥국생명(4조386억원), 신한생명(2조810억원), 미래에셋생명(2조5505억원), AIA생명(2조3228억원), 푸본현대생명(1조7257억원) 등순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해외채권 투자를 늘려왔는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금리와 미국 금리의 갭차이가 늘어나면서 환헤지 비용이 늘어났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투자금액의 100%를 환헤지한다.

일례로 동양생명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10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8%나 감소했는데 이는 환헤지 비용이 상승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 3분기 순이익이 106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상반기에 이어 환헤지 비용 증가와 뚜렷한 매각이익 부재로 운용자산이익률도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고, 국내 금융통화의원회도 연말부터는 후행적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단기적으로 스프레드가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동양생명의 환헤지 비용 부담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환헤지 비용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보험사들은 다시 해외채권투자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 외화증권 매입액은 2016년 기준 약 29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7월말기준으로는 약 4조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외화증권 매입액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보험사들은 투자수익 매력이 큰 해외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사의 해외채권 매입액이 이처럼 감소한 이유는 수입보험료 증가세 둔화와 더불어 환율변동성 확대로 인한 환헤징 비용 상승에서 비롯됐다”면서 “하지만 환헤징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험사는 듀레이션 매칭과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에 운용이익률 개선될까?

한국은행은 11월 30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50%서 1.75%로 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해 11월 금통위 이후 1년만의 일이다. 이는 보험업계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운용자산의 상당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로는 수익률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상승→ 뉴머니일드(신규 투자이익률-새로 들어온 돈의 투자이익률) 상승→운용자산이익률 개선’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업종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 “특히 생보 업종의 경우 점진적인 이차손실 축소를, 손해보험 업종은 운용자산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생보의 경우 과거 판매했던 상품들의 부담이율이 평균적으로 4.4%대에 포진해있어 고질적으로 이차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차손익 개선을 위해서는 운용자산 증가가 가속화되거나 운용자산이익률이 개선되거나, 책임준비금이 감소하거나 부담이율이 축소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모두 보험회사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운용자산이익률 개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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