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지목토지 조사 부족, 문제 키웠나

SH공사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최근 부당이득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낫다.(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최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와 서울시 사이의 무상귀속 토지에 대한 부당이득 여부를 두고 법적분쟁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06년 구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과 오류동 일대는 ‘서울천왕2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에 편입됐다.당시 SH공사는 서울천왕2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시행사로 선정됐고,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이 예정지구의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고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됐다.

이 사업지구에는 서울특별시 소유로 SH공사에 귀속될 토지가 38필지 있었는데, 해당 토지 중 유상귀속 면적에 해당하는 13필지의 경우 실제 토지 이용현황이 토지대장상 지목과 달랐다.

실제로 해당 13필지는 토지대장상 지목이 전부 도로에 해당했지만, 유상귀속 현황상 도로는 한 곳도 없었고 대지와 잡종지 등이 속해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13필지들이 유상귀속 면적에 해당했던 만큼, 지난 2011년 SH공사는 서울시와 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후 SH공사는 서울시에 해당 매매계약을 두고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SH공사는 “1필의 토지 중 일부가 공공시설에 해당하면 해당 토지 전부를 공공시설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이 13필지의 토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서울시로부터 무상귀속될 부분의 실제 이용현황이 ‘도로’였다. 때문에 13필지는 실제 토지 이용현황이 대지와 잡종지 등이었더라도 구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무상귀속 대상인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SH공사 측은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대법원의 지난 2004년 5월 28일 선고(2002다49863) 내용을 들었다.

해당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당시 종래의 공공시설의 현실적인 이용 상황이 지적공부상 지목과는 달라졌다 하더라도, 종래의 공공시설을 국유재산법 등에 따른 공공용 재산으로 관리해 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래의 공공시설은 여전히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시점에서 기존 공공시설이 실제로는 토지대장상 지목과는 다르게 이용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공공용 재산으로 관리해 왔다면 해당 지목 역시 시행자에게 무상귀속 대상이 된다는 의미였다.

SH공사의 입장에서 13필지가 기존의 공공시설인 도로가 아닌 현재는 대지와 잡종지 심지어는 점유돼 있거나 귀속 현황을 알 수 없는 토지로 이용되고 있을지라도, 이것들이 다른 공공시설에 속하는 토지와 함께 국유재산법 등에 따라 관리해 왔다면 역시 무상귀속 토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기존에 SH공사 측이 서울시와 매매계약을 통해 유상으로 토지를 사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SH공사 측은 13필지의 토지가 시행사인 자사에게 무상으로 귀속돼야 하는 만큼, 앞서 서울시와 맺은 매매계약은 무효이며 서울시가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수억원 역시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SH공사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해당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은 SH공사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 SH공사 측이 앞선 주장에 대해 내놓은 근거는 법적으로 설득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법원의 지난 2009년 10월 15일 선고(2009다41533) 내용에 따르면, 도로의 경우 도로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도로법에 따른 노선의 지정 또는 도로구역의 결정 및 고시 등이 이뤄졌을 때 그리고 도시계획법 등에 따른 소정의 절차를 거쳐 도로를 설치했을 때에 공공용 재산이자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에 해당될 수 있다.

단지 토지의 지목이 도로이고 국유재산대장에 등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해당 토지가 도로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토해양부가 서울천왕2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의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했던 당시에는 문제의 토지들의 실제 이용현황이 대지와 잡종지 등이었다.

해당 토지들이 이전에 도로가 설치돼 있었다거나 도로법에 따른 노선의 지정 또는 도로구역의 결정·고시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이 토지들이 과거 1980년대 중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고, 토지대장상 각 지목이 도로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목이 도로이고 국유재산대장에 등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도로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할 수는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문에 이 사건 재판부는 각 토지들이 도로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구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무상귀속 대상인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한다는 SH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SH공사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대법원 판례(2010다58957)상 특정 토지가 종래의 공공시설인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사업의 기록까지 추적해야 파악이 가능한데, 공용폐지 사실 역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부상 지목이 공공시설이지만 현실이용현황이 상이한 토지의 경우 종래의 공공시설인지 여부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사업시행자가 관리청 양쪽에 모두 없을 수 있고, 이 상태에서 사업시행을 위해 일단은 유상귀속으로 처리한 이후 사후에 법원 판결을 구한다는 입장이었다.

다시 말해 사업진행이 급하니 우선 유상귀속 토지로 처리해 매매계약을 통해 수용한 뒤, 향후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등을 통해 제3자로부터 관련 자료들을 받아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이번 재판 과정 중 문서제출명령 등을 통해 문제의 토지가 종래의 공공시설이었다는 SH공사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자료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거 일제시대 자료까지 찾아볼 것 없이 도로법에 따른 노선의 지정 또는 도로구역의 결정 및 고시 등에 관한 자료를 관할 지자체나 국토부 등마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굳이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종래의 공공시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물론 서울시에서 기존부터 이번 사례와 같은 이지목토지 즉 공부상지목과 현재이용현황이 상이한 토지를 발견해 관할 기관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토지조사가 미리 이뤄졌다면, 이번처럼 상급기관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며 소송까지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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