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귀책사유, ‘계약해제 원인’ 지적에 항소… 결론은 여전히 미궁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 입찰 무효 사건을 둘러싼 롯데정보통신과 정부 간 법적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지난 2015년 통신 업계 내에서 논란이 됐던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 입찰 무효 사건이 롯데정보통신(대표 마용득)과 국가 간 소송 전(戰)으로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당시 정부의 귀책으로 입찰선정 및 용역계약이 최종 무산돼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최근 1심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아 항소했고,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사건 1심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롯데정보통신 측이 안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이 낱낱이 밝혀졌다.

국방전산정보원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의 입찰 무효를 둘러싼 롯데정보통신과 정부 간 갈등의 발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방개혁 2020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은 기존까지 개별 시스템으로 분리 운영 중이었던 국방탄약ㆍ국방물자ㆍ육해공군 장비정비ㆍ군수지휘정보 등 6개 군수정보시스템을 통합해 전군 단일 군수분야 업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롯데정보통신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 입찰에 참여했고, 2015년 1월 경쟁사였던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용역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측이 국방전산정보원에 입찰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입찰 평가에 있어 문제가 있었다며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이 사업 입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사안을 검토한 조정위원회는 입찰 평가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측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입찰참가자들이 제출한 제안서에는 용역에 투입될 예정인 인력들의 수와 기타 정보 등이 기재돼 있었는데, 이들 인력들에 대한 각각의 고용보험 관련서류까지 제출돼야지만 용역 투입인력으로서 평가에 반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제안서에 기재한 투입인력 105명 중 99명에 대해 고용보험 관련서류를 첨부했던 반면,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투입인력 100명 중 고용보험 관련서류가 첨부됐던 인원은 72명에 불과했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나머지 28명에 대해 채용확약서만을 받아 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정위원회는 고용보험 관련서류가 아닌 채용확약서만 첨부된 인력은 투입인력에서 배제한 채 평가를 실시해야 함에도, 입찰 평가에서 채용확약서만 제출된 이들까지도 투입인력에 포함시켜 평가한 점을 중대한 하자에 대한 근거를 들었다.

이런 하자가 평가에 간접적으로 반영돼 롯데정보통신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롯데정보통신과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간 평가점수가 매우 근소한 차였던 만큼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었다.

조정위원회는 해당 입찰이 무효라는 취지로 재심 청구를 인용했고, 결국 롯데정보통신은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에 대한 입찰이 무효이며 용역계약 역시 해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곧바로 롯데정보통신 측은 국가를 상대로 계약자 지위 확인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롯데정보통신 측은 기존 계약 이행을 끝까지 거절당했고, 가처분신청을 취하한 뒤 재입찰에 나섰다.

롯데정보통신 측의 바람과는 다르게 국방전산정보원은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를 이 사업 재입찰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국방전산정보원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에 대한 입찰 무효 통보를 받았다. (사진=국방전산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당시 사건은 공공사업 입찰 분쟁 중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수주업체가 변경된 첫 번째 사례로 남으며 업계에서 논란이 있었다. 또 지난해 국방부가 감사원으로부터 예산낭비 우려와 전력화 시기 지연에 대한 지적을 받으며 다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최초 입찰공고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 입찰 무효 사건을 둘러싼 갈등을 여전히 진행형이다.

롯데정보통신, ‘인력투입 의무 지체’ 등 귀책으로 문제 키웠나

롯데정보통신을 포함한 컨소시엄사들은 당시 입찰 무효에 따라 인건비와 직접경비 등의 지출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고, 그 손해 상당의 금액 약 42억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이 사업 입찰 당시부터 채용예정 인력에 대해 채용확약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입찰 제안요청서상에도 ‘공인근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반드시 고용보험과 관련된 서류만으로 채용 여부를 증빙하기로 한정한 것은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롯데정보통신이 입찰 계약상 계약업체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음에도, 정부에서 이에 대한 이행거절로 인해 계약이 해제됐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롯데정보통신 측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그리고 그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었지만, 올해 중순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롯데정보통신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롯데정보통신. (사진=롯데정보통신,연합)

그 과정에서 롯데정보통신 측의 귀책사유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롯데정보통신 측 패소 판결사유를 밝히며 당시 입찰에 대한 무효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롯데정보통신 측에 대한 계약해제에는 다른 적법한 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롯데정보통신 측은 이 사업 용역계약상 계약해제 사유에 해당하는 ‘인력구성 유지 및 인력투입 의무 지체’에 관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이런 사유만으로도 이미 롯데정보통신 측에 대한 정부의 계약해제는 적법했으며, 계약이 해소된 것을 두고 정부 측의 채무불이행인 이행거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 사업 입찰 제안요청서에는 용역을 수행할 책임자의 기술수준을 상세하게 제시해야만 하며, 인력의 경우 사업관리기관의 동의 없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만약 불가항력의 사유로 인력 교체가 필요할 경우 한 달 전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이에 대해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롯데정보통신 측이 정확한 인력을 투입하지 않았고, 국방전산정보원과의 회의를 통해 제안서대로의 인력을 투입해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롯데정보통신 측의 인력투입 지연에 따라 국방전산정보원은 국방군수 통합정보체계 구축 사업에 대한 착수보고회마저 잠정적으로 연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방전산정보원은 기존에 제출된 사업수행계획서에 따라 편성한 인력의 투입과 기존 미투입된 인력에 대한 추가보상계획을 수립해 보고할 것을 롯데정보통신 측에 요구했다.

동시에 요구사항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약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통보를 했다. 이런 인력투입 이행에 대한 최고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국방전산정보원에 투입 인력 일부에 대한 변경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전산정보원은 투입인력 계획 대비 인력 변경 요구가 과다하며, 변경 승인요청 인원에 대한 고용보험 증빙자료가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롯데정보통신 측의 요청을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용득 롯데정보통신 대표. (사진=연합)

1심 재판부는 “이미 롯데정보통신 측은 제안서 내용대로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 계약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경고 받은 바 있다”라며 “정부의 계약해제 통보에는 롯데정보통신 측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해제 의사표시가 포함돼 있었다”라며 조정위원회의 재심결정의 사유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롯데정보통신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정부가 조정위원회의 재심결정을 빌미로 계약의 이행을 거절했다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했고, 수개월 간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어갔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은 오는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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