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곤 의원실-태양광산업협회 주최 생생토크서 태양광기업-산업부 의견 맞서

이완근 태양광산업협회장 “태양광사업 어려워…신재생 지원 선택과 집중해달라”

김현철 산업부 신재생정책단장 "자유무역과 타 에너지원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이완근 태양광산업협회장(왼쪽)과 김현철 산업부 신재새에너지협회장.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 태양광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을 진흥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유무역과 형평성 논리에 밀려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해온 태양광산업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이완근 태양광산업협회장 “태양광산업 접었다면 벌써 여러 번 접었을 것”

태양광산업협회가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20일 개최한 ‘#생생토크, 태양광산업의 현황과 쟁점, 발전방향’ 토론회는 열기가 뜨거웠다. 태양광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과 김현철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정책단장 간 치열한 신경전도 눈길을 모았다.

이날 이 회장은 “태양광사업을 하다보니 접어도 여러 번 접었어야 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전한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예산을 나눠주기식으로 운영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산업부 김 단장은 “신재생에너지협회와 협의해 보겠다”고 간접적으로 답했다.

짧은 대화지만 이같은 신경전을 지켜본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은 금세 굳어버리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기업인들은 산업부 공직자라고 하면 예를 갖추며 공손한 태도를 취해왔다. 산업정책상 행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약자의 우려감이 반영된 태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태양광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의 이날 태도는 심상치 않았다. 이 회장 특유의 느리고 신중한 어투였지만 ‘乙의 저항'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신성이엔지는 태양광 모듈의 전환효율을 최고 수준으로 높였고, 설비의 손실도 0%에 가까이 낮추는데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중국의 물량공세와 임야 태양광을 줄이려는 정부정책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회장은 태양광사업 외길을 걸어온 기업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설비에서 벌어들인 돈을 태양광사업에 투자하며 신사업에 명운을 걸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2년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내리 적자에 허덕이며 햇볕이 쬐지 않는 '음지'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적자의 배경이 기술력이나 경영능력과는 무관한 것이기에 이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신성이엔지의 태양광모듈 전환효율은 20%를 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신성이엔지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등 새로운 분야에도 적극 나서는 등 이 회장의 경영능력은 업계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다.

다른 기업이라면 수익성 악화 탓에 태양광사업을 벌써 접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태양광의 공공성'을 내다본 이 회장은 지금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파구와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태양광산업협회에 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사업의지를 다시한번 다잡고 있다.

이 회장이 느끼는 고통은 비단 신성이엔지만의 특수한 사례는 아니다. 이날 참석한 한화큐셀코리아와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JSPV, LG전자 모두 중국산 태양광모듈의 범람과 임야 태양광을 줄이는 등 현재의 정부정책에 대해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변화'를 갈망했다.

◇ 자유무역과 형평성 논리에 발목 잡힌 산업부

김현철 산업부 신재생단장도 이날만큼은 다소 강경한 어조를 띠는 등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김 단장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책임지는 국장급 공무원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서려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단장은 이날 처음엔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계속되는 태양광 기업들의 읍소와 이 회장의 강한 호소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이 ‘태양광산업으로의 선택과 집중’ 논리를 펼치며 산업부가 지원하는 신재생분야의 조정을 요구하자 김 단장은 단호한 태도로 선을 긋는 모양새였다.

김 단장은 얼핏 이 회장의 말을 수용하는 듯 했지만 산업정책 당국자의 자율성을 존중해달라는 무언의 요구를 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해석했다.

김 단장은 중국산 태양광모듈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태양광기업들의 요청에 대해 'WTO 규정'을 거론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태양광기업들은 중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는커녕 오히려 내수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대응책을 물었다. 이에 산업부 김 단장은 "우리가 중국산 태양광모듈의 한국 진출을 제한하면 역으로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언급했다. 김 단장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회의 참석자들에게 의문을 남겼다. 한 참석자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태양광산업 진흥을 위해 국제예규에 벗어난 비관세장벽을 겹겹이 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가"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위성곤 의원실과 태양광산업협회가 주최한 태양광 생생토크에 참석한 태양광기업 관계자들. 사진=안희민 기자

◇ 태양광기업, 연료전지 사업에 대한 산업부의 지원이 과도한 것 아닌지 되물어

이날 행사엔 연료전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태양광기업들이 "산업부가 연료전지에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표를 이어가자 김 단장은 형평성을 고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태양광기업들은 산업부가 국회에 요구한 2019년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관련해 연료전지에 비해 태양광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9년 산업부가 요구한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의 주택부문에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옥상 태양광의 평균 보조율이 50%, 미니태양광이 25%에 그치는 반면 연료전지의 경우 70%에 이른다.

평균 보조단가도 단독주택 태양광 580만원, 공동주택 옥상 태양광 75만원, 미니태양광 60만원인데 비해 연료전지는 3123만원으로 월등히 높다.

건물부문도 평균보조단가의 경우 태양광이 200만원 수준인 반면 연료전지는 2500만원이며 평균보조율의 경우 태양과 50%인데 비해 연료전지는 80%에 이를 정도다.

산업부는 연료전지의 평균 이용률을 65.5%로 잡고 있고 태양광의 경우 13.7%로 산정하고 있기에 이러한 '차별'이 부득이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기업들은 산업부의 이같은 계산법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태양광기업들은 연료전지의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가 발생될 뿐 아니라 이미 태양광모듈의 평균이용률도 20%를 넘어선다고 반박하고 있다.

태양광은 연료비가 들지 않으나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도 태양광업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LNG 대량 수입국이기 때문에 연료전지용 수소를 대부분 천연가스(LNG) 개질을 통해 수급한다는 점도 비용이 아니냐는 것이 태양광업체들의 항변인 셈이.

LNG 개질은 LNG에 뜨거운 수증기를 뿌려 수소를 분리하는 작업인데, LNG 개질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게 된다. 일산화탄소는 수거해 산업용 가스로 활용하지만 이산화탄소는 그대로 대기 중으로 방출해 지구온난화의 한 요인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최근 연료전지용 연료로 공장의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값싸다는 이유로 LNG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연료전지에 대한 태양광업계의 이같은 비판은 산업부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부는 연료전지를 태양광, 풍력과 함께 3대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 ㈜두산 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들이 설치한 연료전지 발전소도 다수에 이른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김현철 산업부 단장은 일단 태양광기업들의 불만에 대해 귀기울이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단 수용하려 노력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단장은 "하반기에 REC 가중치 조정을 한번 더 할 것"이라며 "친환경기술 등을 이용하면 가중치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태양광기업들의 의견에 대해 2주후 답을 주겠다"고 언급했다.

태양광기업들과 산업부의 입장 차는 향후 신재생에너지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미 2015년 파리협약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국제적인 공동과제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태양광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현철 산업부 단장은 ‘형평성’을 대응논리로 내세우며 연료전지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럴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2015년 파리 협약 정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성곤 의원실과 태양광산업협회가 주최한 태양광 생생토크에 참석한 산업부와 태양광기업 관계자들.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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