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석탄발전 증가’

IEA, “글로벌 에너지믹스에서 석탄발전 의존도 계속 높아져“

전문가 “한국도 석탄발전 의존적 에너지믹스 다시 조정해야”

인도의 석탄광산. 사진=플리커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한국전력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중 하나가 석탄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는 석탄 발전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글로벌 석탄수요 증가가 석탄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석탄발전이 주력인 발전 공기업을 자회사로 둔 한전의 적자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한전 에너지 수입량 5% 증가했는데 수입금액은 35.2% 증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대비 2017년 에너지 수입량이 5% 증가에 그쳤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무려 35.2%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석탄의 경우 수입량은 5.6% 증가에 그쳤지만 수입액은 63%나 올랐다. 천연가스도 수입량은 12.4% 증가했지만 수입금액은 28.3%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석탄발전을 주력으로 한다. 이 때문에 석탄가격이 오른 만큼 전력생산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에서는 전력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전기요금도 올라 증가된 비용을 수익으로 상쇄하는데 전기요금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한국에서는 증가된 비용이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를 합친 에너지 수입량은 2016년 3억2314만5000toe이며 2017년 3억2934만toe로 5% 증가했다. 반면 수입액은 2016년 809억4200만달러에서 2017년 1094억6600만달러로 35.2%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석탄의 경우 2016년 수입량이 8131만1000toe이고 2017년 8586만9000toe으로 5.6% 증가했으나 수입액은 2016년 93억1000만달러에서 2017년 151만7900만달러로 63% 증가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수입량이 2016년 4362만3000toe에서 2017년 4904만4000toe으로 12.4% 증가했으나 수입액은 2016년 121억7000만달러에서 2017년 156억1600만달러로 28.3% 증가했다.

연료비 상승은 2018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발전공기업의 연료비 부담이 2018년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26.7%로 2조원이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연탄은 2017년 상반기 톤당 81달러에서 2018년 상반기 104달러로 올랐다. LNG는 기가줄(GJ)당 1만2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랐다.

유연탄을 이용한 석탄발전 비용이 증가한데다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석탄 봄철 가동중지, 과거 건설 원전의 부실 시공에 따른 보정 조치로 인해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하며 민간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력의 총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9.8%, 2조1000억원 증가하게 된다.

원전 이용율은 2017년 상반기에 74.7%였으나 2018년 상반기에 58.8%로 15.9%p 줄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계통한계가격(SMP)도 증가했다. 계통한계가격은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구입하는 전력의 기준가격으로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다. 유류의 경우 2017년 상반기 배럴(bbl)당 51달러였으나 2018년 상반기 68달러로 올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가중평균된 계통한계 가격은 kWh당 90.8원이다. 2017년 8월 20일엔 kWh당 70.23원이었으며 2016년 8월 20일엔 kWh당 70.86원이다. 한전은 올해 전기를 전년도보다 kWh당 20원 이상 비싸게 구입하는 셈이다.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전년도 보다 오른 가격에 구입하고 있고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의 발전단가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으니 한전이 경영난에 직면하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에너지수입. 표=산업부 제공

◇ 세계 2위 석탄 소비국 인도, 석탄 의존 경제구조로 석탄의 블랙홀

한가지 주목할 점은 유연탄 가격 상승이 글로벌 석탄발전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믹스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은 20년 동안 계속 늘어났다. LNG발전과 재생에너지발전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의 비중은 최대 38%까지 늘어 원자력은 물론 수력까지 압도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이 석탄발전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일조한 국가라는 점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과 함께 한국은 석탄소비가 늘어난 국가로 분류됐다. 이들 국가에서 발전용 석탄에 대한 수요는 2012년 대비 2017년, 2018년 두배를 기록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석탄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중국이지만 세계 2위인 인도가 더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친환경에너지 보급 등으로 석탄발전이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인도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가 석탄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석탄 소비가 줄어들 줄 모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브리티쉬 페트로늄(BP)에 따르면 2017년 인도의 석탄 소비량은 전년도보다 4.8% 증가된 2700만톤에 이른다.

이 수치는 인도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결정한 2015년 파리협약의 체결국이고 인도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들어난 가운데 드러나 더욱 관심이다.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공해로 인한 사망자는 9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은 아시아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만 공해로 인해 250만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2022년까지 175GW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겠다고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피리 총회 이전에 공언한 적이 있고 이 목표치는 현재 227GW로 늘어났다.

인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현재 kWh당 0.05달러이며, 태양광과 풍력발전단가가 석탄발전보다 값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인도의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는 2016년에 최고조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석탄발전에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구조가 석탄 의존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도의 석탄 광산은 37만명을 고용해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50만명이 석탄 연관 산업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 인도정부는 석탄채굴량을 2017년 5억6000만톤에서 2020년 10억톤까지 늘리고 2030년엔 13억~19억톤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도 인구 가운데 1000만~1500만명이 석탄이 주는 혜택을 받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석탄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 전세계 발전용 석탄, 즉 유연탄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한전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한국의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2017년 36.9GW에서 2022년 42GW까지 치솟았다가 2030년 39.9GW로 2017년 대비 3GW 늘어날 전망이다. 석탄발전 발전비중은 2017년 45.4%에서 2030년 36.1%로 줄어든다.

석탄의 발전비중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설비용량이 2030년에 2017년 대비 3GW 늘어나고 있고 발전비중도 큰 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연탄의 사용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탄 가격이 계속 오르면 그만큼 한국의 석탄발전 단가가 오를 수 밖에 없고 고스란히 한전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온실가스 주범으로 몰린 석탄이 2015년 파리협정 이후에도 계속 소비되고 있는 사실은 후진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이 부른 모순”이라며 “한국도 전체 에너지믹스 가운데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석탄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온실가스. 그림=I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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