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 사장 연봉 상승률, 영업이익 성장률 대비 6배…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2배

삼성카드 “삼성 금융계열사 CEO에 일괄 지급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연봉 상승 요인”

전문가 “그룹 시스템 차원서 살펴봐야… 소액주주들도 주총통해 적극의사 표시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왼쪽)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시장 포화라는 악재가 겹친 카드업계가 새 먹거리 마련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CEO 보수를 두 배 이상 늘려 사장 한 사람이 챙겨간 급여만 3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나타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KB국민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이상 지난해 시장점유율 상위 순)의 지난해와 2016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카드사 CEO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으로 나타났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해 31억원에 육박하는 보수를 받았는데 이는 그 전해인 2016년 원 사장이 받았던 급여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이처럼 원기찬 사장의 연봉이 단 1년 새 2배 이상 껑충 뛴 것에 비해 정작 원 사장이 이끄는 삼성카드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신장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원 사장의 연봉 상승률에는 훨씬 못 미쳤다.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연봉 31억원…연봉 2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연봉의 ‘2배’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2017년 한해 총 30억77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원 사장의 연봉은 다른 카드사 CEO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7개 전업 카드사 CEO중 원 사장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CEO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다. 정태영 사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총 15억95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카드사 CEO중에선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았지만 30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원기찬 사장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은 지난해 총 19억100만원의 급여를 받긴 했지만, 이는 퇴직금 17억6000만원이 포함된 것으로 지난해 채 전 사장의 실질적인 연봉은 1억4100만원에 그쳤다.

채 전 사장은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이래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거쳐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년여간 롯데카드 사장을 지냈다. 36년간 롯데그룹에서 일한 채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롯데카드 사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해 현재는 경영 일선에 물러난 상태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 사진=롯데카드 제공
채 전 사장은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임원을 거쳐 롯데카드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채정병 전 사장은 현재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로 지목돼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현재 신한은행장에 재직 중인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으로 지난해 연봉이 총 14억4600만원이었다. 역시 가장 많은 급여를 챙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또한 이마저도 지난해 3월 신한카드 사장에서 신한은행 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위성호 전 사장이 신한카드 사장을 역임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개년간의 단기 및 장기성과급 13억4500만원을 신한은행 행장으로 선임되면서 한꺼번에 받은 수령한 금액이 지난해 연봉이 포함돼 있는 수치다.

이 성과급을 제외하면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카드 CEO로 받은 지난해 연봉은 2017년 3월 6일자로 신한카드 퇴직 시까지 받은 급여 1억100만원이 전부다.

따라서 앞서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거액의 퇴직금을 일시불로 수령한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과 비슷하게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 또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카드사 수장을 맡고 있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의 일괄적인 비교는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세 곳은 모두 CEO연봉이 5억원 미만으로 공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3년 3월 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올해 3월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원 중 연봉이 5억원 이상인 임원은 보수 현황과 개인에 대해 공시를 의무화 하고 있다.

◇ 삼성카드 영업익 최근 1년 새 17% 오를 동안 원기찬 사장 연봉은 100% 이상 올라

지난해 31억원의 보수를 챙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2016년 연봉은 14억6200만원이었다. 불과 1년 새 연봉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삼성카드의 영업이익은 4309억원(2016년)에서 5056억원(지난해)으로 747억원 증가해 17.3%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는 같은 기간 원기찬 사장의 연봉 상승률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신장세다.

특히, 같은 기간 임원을 제외한 삼성카드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2016년 9500만원에서 지난해 1억100만원으로 6.3% 정도만 인상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삼성카드는 늘어난 영업익의 대부분을 원기찬 사장 등 소수 CEO에게만 몰아주는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지난해 카드사 CEO 중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1년 새 연봉 변화와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영업익 추세를 비교해 보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봉 상승세를 더욱 두드러진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해 15억9500만원의 보수를 받았지만 그 전 해인 2016년 연봉은 17억2100만원으로 1년 새 연봉이 1억2600만원 줄어들어 7.3% 삭감됐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영업이익은 2492억원(2016년)에서 2587억원(지난해)으로 오히려 3.7%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정태영 사장의 연봉은 반대로 더 감소해 삼성카드와 대조를 보였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3월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이 대부분으로 실질적으로 지난해 채 전 사장이 받은 보수는 1억4100만원 뿐이다.

또한 롯데카드는 전업 카드사 7곳중 지난해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이긴 했다. 롯데카드는 영업이익이 2016년 1356억원에서 지난해 1032억원으로 무려 23.9% 폭락하며 카드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2014년 2월 롯데카드 사장의 취임한 채 전 사장의 당초 임기가 올해 3월까지였음을 감안하면 채 전 사장의 1년 이른 조기 퇴진은 롯데그룹 비리에 연관된 ‘원죄’에 부진한 실적이 결정타로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의 급여는 2016년 7억6200만원에서 지난해 14억4600만원으로 두 배로 인상됐다.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현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카드 제공
그러나 지난해 위 전 사장이 받은 보수에는 신한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꺼번에 수령한 재직 기간(2013~2017년) 4개년간의 단기 및 장기성과급 13억4500만원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위성호 전 사장이 이끌던 신한카드는 2016년 영업이익 9199억원에서 지난해엔 1조1631억원으로 26.4%의 실적 신장세를 기록하긴 했다.

◇ 국민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는 모두 CEO 보수 5억원 ‘미만’…‘하나카드’ 제외하고 실적도 부진

지난해 연봉이 5억원을 넘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업 카드사 3곳인 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는 모두 CEO 보수가 5억원을 밑돌았다.

이들 3개 카드사들은 2016년에도 CEO 연봉이 5억원 미만으로 개인 연봉이 공시되지 않는 등,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처럼 지난 1년새 큰 폭으로 CEO 보수가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카드사 3곳 중 하나카드를 제외한 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2016년 대비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사실상 CEO 보수가 늘어날 요인이 없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국민카드는 영업이익이 2016년 4099억원에서 지난해엔 3752억원으로 8.5% 감소했고, 우리카드는 2016년 1406억원에서 지난해 1340억원으로 4,7% 줄었다.

이에 반해 하나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365억원으로 전년(937억원) 대비 45.7% 오르며 전업 카드사 7곳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이뤄냈다. 하지만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17%의 실적 성장으로 연봉이 두 배 이상 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달리 여전히 연봉이 5억원에 못 미친다.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1년새 상여금 6억원→22억원으로…명확한 인상 요인 설명없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봉 산정 기준을 보면 2016년과 2017년 모두 급여 부분에선 7억5000만원(월 급여 6250만원)으로 동일했고, 기타 근로 소득 역시 지난해 6400만원, 2016년 68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상여금 부분에서 2016년엔 6억4400만원을 수령한 원기찬 사장이 지난해엔 상여금을 무려 22억6300만원이나 챙기면서 상여금 액수만 1년 새 네 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상여금 부분에서의 2016년과 지난해의 결정적 차이가 원기찬 사장의 연봉을 두 배 이상 상승시킨 주 요인인 셈이다.

원기찬 사장의 지난해와 2016년의 상여금 산정기준 및 방법을 비교해 보면 우선 설/추석상여를 1년에 두 번씩 각 월 급여(6250만원)에서 100%(1억2500만원) 지급받은 것은 2016년과 2017년이 모두 동일하다.

이어 목표 인센티브의 경우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월 급여(6250만원)의 0~200% 내에서 연 2회 분할지급(조직별 성과에 따라 가감지급)한다는 항목이 지난해와 2016년이 동일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얼마큼의 목표를 달성해 인센티브를 얼마 수령했는지 여부는 공시되지 않았다.

성과인센티브는 회사손익목표 초과 시 이익의 20%를 재원으로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기준연봉의 0~50% 내에서 연 1회 지급(개인별 성과에 따라 가감지급)한다는 기준이 지난해와 2016년 모두 동일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이러한 기준에 따라 회사손익목표 초과에 대한 금액 여부 등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해 지난해와 그 전년도에 인센티브를 얼마 수령했는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상여금 비고사항으로 지난해의 경우 원 사장은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 및 화물차유류보조카드 신규시장 진입을 통한 이용가능회원 900만 달성과 17년도 매출액 3조9000억원 및 세전이익 5022억원 등의 경영성과를 감안해 선정했다고 돼 있다.

2016년 상여금 비고사항은 업계 최초 태블릿 기반 회원유치 및 24시간 365일 심사를 통한 1일 카드 발급체계 구축, UX 관점의 디지털채널 개편, 온라인 자동자 금융상품 출시 등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카드 업계를 선도해 16년도 매출 3조4070억, 이익 4563억원 달성 등 경영 성과를 감안해 상여금 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 태평로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그러나 이 역시 같은 기간 10%대의 신장세를 보인 삼성카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같은 기간 6억원에서 22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급증한 원기찬 상여금 인상 추세를 명확하게 설명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 삼성카드, “삼성 금융계열사 CEO에 일괄 지급된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연봉 상승 주 요인”

이에 반해 원기찬 사장의 상여금 산정기준 및 방법 항목에서 지난해와 2016년이 가장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원 사장은 2016년에는 받지 않은 장기성과 인센티브를 받았다. 장기성과 인센티브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치 평균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한도 내에서 산정해 3개년 분할 지급한다고 설명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장기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라는 이 항목에 대해서 어느기간 만큼의 장기 성과나 몇 년도의 ROE와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평가했는지 여부는 전혀 기술돼 있지 않다.

3년치 평균 연봉의 경우 2013년 12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원기찬 사장의 2014년 연봉은 11억8400만원이었고, 2015년 연봉은 13억4600만원, 2016년 연봉은 14억6200만원으로 원 사장이 삼성카드 사장으로 일한 이래 3년치 평균 연봉은 13억31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카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감사 전체 7인의 보수한도는 110억원으로 승인됐다. 그러나 이 또한 각 개인별 보수 한도가 나와 있지 않고, 3개년 분할 지급 역시 그 시기가 미공시 돼 있어 명확한 인센티브 금액과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카드 실적이 지난해와 2016년도 대비 두드러질 정도의 신장세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과 장기성과 인센티브 항목을 제외하면 2016년과 지난해 상여금 산정 기준이나 항목이 모두 동일하다는 점에서 원 사장이 상여금 인상폭의 상당 부분이 지난해 받은 장기성과 인센티브로 인해 발생했다는 부분은 유추가 가능하다.

이처럼 원기찬 사장의 연봉이 최근 1년새 급격하게 상승한데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원기찬 사장의 보수 산정 기준은 공시 기준에 따라 지급된 것이 맞다”며 “다만, 원 사장의 연봉이 최근 1년 새 두 배 이상 상승한 것과 상여금이 네 배 이상 상승한 요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나온 장기성과 인센티브에 따른 요인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의 원기찬 사장 뿐만 아니라 삼성 금융 계열사 CEO들은 지난해 모두 장기성과 인센티브를 받아 연봉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예를 들어 지난해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도 장기성과 인센티브를 받아 연봉 34억원을 받았고,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도 장기성과 인센티브로 인해 연봉 31억원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삼성 금융 계열사 CEO 연봉이 장기성과 인센티브로 인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삼성카드 본사 태평로 사옥 앞에 내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기찬 사장의 상여금이 최근 1년새 네 배 이상 급증한 것과 상여금 산정 항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CEO 연봉 산정 기준과 회사손익목표 초과 시 가져가는 성과인센티브 및 장기성과 인센티브에 대한 기한과 산정액수 등을 명확하게 공시할 경우 상장사인 삼성카드 입장에선 주가의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불안정해지면 상장사인 당사에 투자를 한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작용이 있어 CEO 연봉의 자세한 산정 기준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공개가 어려운 점 있다”며 “공시 항목 이외 나머지 연봉 사전 기준에 대한 비공개는 이와 같은 사정이 있으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해명했다.

◇ 전문가, “삼성카드 CEO 연봉의 급격한 상승, 삼성 오너가 지배구조 문제와 밀접한 연관”

한편, 이처럼 명확하게 삼성카드 CEO 연봉 산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거나 실적 대비 원기찬 사장의 연봉이 지나치게 급증한 사실에 대해 전문가는 오너가를 위시로 한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CEO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회사의 수익을 CEO가 거액의 연봉으로 챙기는 등 주주들을 상대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재벌 오너가에서 이사회를 장악하고 CEO를 선임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CEO들이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도 그 재원을 자신이 올린 성과에 비해서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일부 CEO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몫으로 수익을 챙기는 모순은 그리 많지 않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나 오너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처럼 원 사장 스스로 연봉을 두 배 이상 챙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문제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실적 대비 지나치게 연봉이 급격하게 올라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것이 삼성 오너가의 CEO 길들이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삼성과 같이 오너가의 지배구조 이슈가 첨예한 경우 최대 주주인 오너 일가가 CEO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지나치게 고연봉을 몰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결국, 삼성 CEO들이 사회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거나 이해할 수 없는 거액의 보수를 받는 문제는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이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원기찬 사장 등 삼성 CEO들이 실적과 상관없이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삼성카드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등 다수의 삼성 계열사들은 또한 실적과 상관없이 CEO의 임기가 짧고, CEO의 교체가 자주 이뤄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는 삼성을 지배하는 오너 일가가 삼성 CEO 시스템을 좌지우지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삼성 오너 일가가 자신이 고용한 CEO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는 당근책을 통해 CEO들이 각 삼성 계열사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CEO들을 지배하는 동시에, 실적과 무관하게 CEO들의 임기를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고 계열사 수장을 자주 바꾸는 것은 결국 삼성 오너 일가가 CEO들을 삼성그룹 시스템을 원활히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삼성그룹 내 각 계열사 CEO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삼성 오너 일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석훈 위원은 “냉정히 볼 때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카드는 핵심 계열사가 아니고, 지배구조 측면에서 더 중요한 삼성 계열사들이 있다”며 “그러나 삼성 오너 일가가 각 삼성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원기찬 사장 등 삼성카드 CEO의 연봉을 삼성전자 등 삼성 메인 계열사 CEO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적게 지급할 경우 삼성 전체 시스템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 고연봉을 지급해 ‘키 맞추기’를 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 위원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뿐만 아니라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이나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 등 삼성 금융 계열사 CEO들이 일제히 지난해 30억원 이상의 고연봉을 받은 것도 이러한 삼성 오너 일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결국 삼성 오너 일가가 그룹을 원활히 지배하기 위해 CEO 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고연봉, 주주들에게 피해 갈 수도”

문제는 삼성 오너 일가의 이런 CEO 지배 시스템이 결국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과 일반인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도 이 점을 집중 비판했다.

이 위원은 “삼성 오너 일가가 CEO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몰아주는 것이 삼성 그룹 전체를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어도, 삼성 소액주주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삼성 오너 일가가 거액의 연봉을 원기찬 사장 등 CEO들에게 쥐어주는 것은 결국 배당 등의 측면에서 소액주주들에게는 피해가 갈 수 있고, 이는 삼성 오너 일가가 CEO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주주들과 이해가 충돌하는 삼성 지배구조 이슈의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그는 “원기찬 사장 등 삼성 CEO들의 연봉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주주들 사이에 회사의 수익에 대해서 적합한 방식의 보상 체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훈 위원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경우처럼 고연봉을 받는 CEO로 인해 주주들과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주들의 실력 발휘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 오너 일가가 CEO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전횡을 막기 위해선 주주들이 해당 회사에 대해 투자를 거둬들이는 등의 견제가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삼성카드 주주들이 투자자 입장에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할 경우, 삼성카드 주식을 단체로 매도하는 등의 방식의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은 “결국 이렇게 되면 삼성카드 주가가 하락하고, 이는 삼성카드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상의 문제와 기업 가치에서 디스카운트가 이뤄지는 것이고,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삼성 CEO들이 고연봉을 받는 문제를 주주 등 시장의 판단에 맡겨 실력 행사에 나서면 삼성 오너가도 CEO 지배 시스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석훈 위원은 “주주들이 오너와 CEO를 견제하려면 주주총회에서 단체행동을 통해 위와 같은 방법에 나설 것을 경고해야 한다”며 “또한, 언론이 CEO의 고연봉 문제 등을 지적해 오너 일가가 기업 지배구조 문제의 개선에 나서도록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