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구스아일랜드'부터 국내산 '핸드앤몰트'까지

매년 한정 생산되는 벨기에 트라냑, 꼬냑 향기 '물씬'

와인, 위스키, 꼬냑 등을 숙성시킨 배럴통에 맥주를 넣어 발효시킨 ‘배럴 에이징(Barrel Aging)’ 맥주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구스아일랜드의 ‘버번 카운티 브랜드 스타우트’.
[데일리한국 권오철 기자] 2012년 7억 원의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매년 100%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300억 원을 돌파, 이른바 '수제맥주의 전성기'가 도래했다는 시각이 많다.

수제맥주가 이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로는 수제 맥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차별화된 맛과 ‘다양성’이 꼽힌다. 단순히 맥주의 주 재료인 맥아, 홉, 효모의 조합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맥주를 발효하고 숙성시키는 방법에서까지 끊임없이 새롭고 개성 있는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다양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맥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일명 와인, 위스키,꼬냑 등을 숙성시킨 배럴통에 맥주를 넣어 발효시킨 ‘배럴 에이징(Barrel Aging)’ 맥주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배럴 에이징 맥주는 맥주 맥아의 구수함과 홉의 씁쓸함에 오크의 내추럴한 매력이 더해져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한 상태다.

이에 국내 로컬 크래프트 양조장에서부터 해외 브루어리에 이르기까지 수제맥주 브랜드들은 배럴 에이징 맥주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각 배럴이 지닌 특성에 따른 여러 스타일의 맥주를 접목해 일반 맥주 소비자와 ‘맥덕(맥주+덕후)’을 아우르는 입맛을 폭넓게 사로 잡고 있는 것. 시중에 나와 있는 '베럴 에이징' 맥주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구스아일랜드의 ‘소피’.
◇ 구스아일랜드의 ‘버번 카운티 브랜드 스타우트’와 ‘소피’

구스아일랜드(Goose Island)는 미국 1세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서 업계 최초로 버번 위스키를 숙성한 오크통에 맥주를 넣어 발효시키는 버번 배럴 에이징, 와인 양조에 사용된 와인 배럴에 맥주를 숙성시키는 와인 배럴 에이징 기법을 도입하며 혁신적인 맥주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구스아일랜드의 ‘버번 카운티 브랜드 스타우트(Bourbon County Brand Stout)’는 블랙홀처럼 검고 진한 리퀴드에 버번 배럴 색의 묵직한 거품을 가진 맥주로 그을린 오크와 초콜릿, 바닐라, 카라멜 등의 향이 결합된 강렬한 향으로, 단 한 모금만으로도 다른 맥주에 비해 훨씬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평균 8년간 달콤한 위스키를 품었던 버번 배럴을 골라 맥주를 넣어 1년여간 나무가 팽창·수축하는 과정에서 배럴의 위스키 향을 맥주에 입혀 맥주와 위스키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와인 배럴 에이징을 적용한 구스아일랜드 ‘빈티지 라인’의 대표 제품인 ‘소피(Sofie)’는 와인 배럴에 다량의 오렌지껍질을 넣어 숙성시킨 스파클링 벨지안 스타일의 팜하우스 에일이다.

맥주에 들어간 알싸한 백후추 향이 오렌지의 시트러스한 산미와 대조를 이루고, 가볍고 신선하며 크리미한 바닐라향의 끝 맛은 샴페인을 좋아하는 이들까지 사로 잡는다.

핸드앤몰트의 ‘루즈드브아’
◇ 핸드앤몰트의 ‘루즈드브아’

국내 프리미엄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 ‘핸드앤몰트’는 배럴 에이지드 맥주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로 ‘나퍄듀벨’과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이어 7월 깊고 진한 풍미의 세번째 배럴 에이지드 맥주 ‘루즈드브아(Rouge De Bois)’를 출시했다.

루즈드브아는 새콤한 맛이 특징인 ‘사워 에일(Sour Ale)’ 맥주에 화이트 와인의 여왕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산 ‘샤도네이’ 배럴에서 약 7개월간 숙성한 맥주로 와인 오크통이 지닌 향긋한 풍미와 특유의 나무 향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2차 발효 과정에서 야생 효모인 ‘브렛’을 넣어 은은한 매콤함이 석류, 크랜베리, 레몬 등의 아로마와 어우러져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언제든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판 혼스브룩의 ‘트리냑’
판 혼스브룩의 ‘트리냑’

‘트리냑(Trignac)’은 벨기에 브루어리 판 혼스브룩이 세계 최초로 프렌치 꼬냑 배럴에서 숙성시킨 트리펠 맥주로 후각을 감싸는 부드러운 꼬냑 향기가 맥주의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아 맥주와 꼬냑 배럴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리냑은 알코올 9%의 벨기에 ‘스트롱 에일 맥주’인 카스틸 트리펠(Kasteel Tripel)을 꼬냑 배럴 넣어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오크 배럴에 흡수되었던 꼬냑이 맥주로 다시 스며들게 돼 은은한 풍미를 더하며 알코올 도수는 12%까지 높아지게 된다.

트리냑은 매년 한정된 수량으로 생산되며 각각의 병에 붙어 있는 개별 번호가 부여돼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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