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가능토록 한 법안, 국회서 ‘쿨쿨’

원전 예방정비, 누진세 완화 등 올해 들어 지출만 계속 진행

한전이 경영위기에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경영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에 활로를 찾아주자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10일 파악됐다.

한전은 정부가 주식을 반, 국민이 반 갖고 있는 시장형 공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가 동시에 간여하고 있어 경영에 애로가 많다. 최근엔 한전이 재생에너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힌채 잠자고 있는 형국이다.

한전은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보통주 2억1123만5264주를 보유해 지분율 32.9%를 기록하고 있고 대한민국정부가 특수관계인으로 1억1684만1794주를 보유해 지분율 18.2%를 보유하고 있다.

법률상으로 한전은 ‘시장형 공기업’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르면 시장형 공기업은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 수입액 중 자체 수입액이 100분의 85이상인 공공기관을 말한다.

한전이 수익을 내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은행과 대한민국정부가 보유한 주식 3억2807만7058주 지분율 51.1%를 제외한 나머지를 주식시장에서 거래하기 때문이다. 즉, 한전의 주가에 따라 48.9%의 지분을 가진 일반국민들이 울고 웃는다.

한전의 위기는 여기서 배태된다.

산업부는 곶감 빼먹듯이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한다. 에너지신산업펀드를 조성한다, 원전 예방정비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다 하며 정책적인 수요가 있을 때마다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해 한전의 자금력을 동원해왔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법률상 한전이 시장형 공기업이니 ‘수익을 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한전에 요구하는 주문 내용이 달라 한전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할 수 있게록 허용한 법안은 지금 국회에 계류중이다.

한전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한전의 2017년 4분기 영업손실은 1294억4700만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1분기엔 1276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전이 발전자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경영평가 권한이 없어 한전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에 대한 경영평가 권한은 기재부가 지니고 있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는 석탄발전이 대부분인데 한전이 통제능력이 없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 등에서 한전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논리 구축 △기존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충돌 최소화 △망 중립성 확보 △향후 등장할 에너지프로슈머와의 경쟁에 대비할 미래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전측에서는 현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오랜기간 추진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10MW 이하 재생에너지사업의 경우, 소규모 사업자나 중소중견기업에 맡기되 그 이상 규모의 재생에너지사업은 한전이 맡을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한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전이 튼튼한 재정을 뒷심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하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3020도 탄력을 받아 추진되고 이와 관련된 사업도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의미다.

망 중립성 또한 한전만이 유지할 수 있는 정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망 중립성은 전력망을 하나의 공공재로 보고 누구나 같은 가격으로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산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나 서울에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나 동등하게 전력망에 접속해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 권리다.

더불어 한전이 향후 펼쳐질 전력 공급 경쟁에 대비해 충분히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는 지능형 검침(AMI), 양방향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힘입어 태양광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바탕으로 일반인이 전력생산자이자 판매자로 나설 전망이다. 이때 전기를 생산해 사고 파는 주체를 에너지프로슈머라고 칭한다.

에너지프로슈머가 활성화되면 현재 유일한 전력판매자인 한전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데 다가올 미래에 대비할 시간을 한전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다.

김성진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7조 3항을 재생에너지에 한정해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 나갈 때는 발전자회사들이 출혈경쟁하지 않도록 해외 진출 경험이 많은 한전이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한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재생에너지의 속도감 있는 보급과 전력산업 활성화를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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