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년간 후판 사업에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후판 가격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조선업 위기 상황 속에서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 조선업 회복 등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된다.

  •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철강업계, ‘이유 있는’ 가격 인상…“후판 사업 적자 지속”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을 공식화한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후판 가격을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조만간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동국제강 역시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 추진의 주요 근거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조선업 회복 등이 꼽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왔는데, 이를 후판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세계 조선업 수주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제철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업이 회복되면서 후판 수요가 늘어 100% 조달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조선업계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 후판 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후판 사업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체가 공급하는 후판이 중국산 후판보다 더 저렴한 적도 있었다”며 “조선업계의 위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판 가격 인상이 없으면 우리도 후판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동국제강의 경우 후판 사업 적자 심화로 2011년 1후판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에 매각했다. 2015년에는 2후판 공장을 폐쇄했으며,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 사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국내 '조선 3사' 로고.
◇“철강업계 심정 이해하지만”…조선업계, “‘최악 위기’ 감안해 달라” 호소

국내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해 “철강업계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조선업계의 최악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유보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달 16일 입장자료를 내고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영 정상화까지 후판 가격 인상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조선업 수주 회복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수주 산업의 특성상 현재 수주하는 물량은 12개월에서 18개월 뒤에 건조가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수주 절벽을 감안하면, 현재까지도 ‘일감 기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최악의 수주 절벽으로 현재까지도 일감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철강업계가 당장 후판 가격 인상할 경우, 조선업계는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철강업계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후판 가격은 톤당 약 7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5만원 이상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후판 사업 적자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업계의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후판 가격 인상이 살아나고 있는 조선업 불씨를 단숨에 꺼버릴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양 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 진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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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8/02 08:45:09 수정시간 : 2018/08/02 08: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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